[인터뷰] 주경애 인천소비자연맹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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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경애 인천소비자연맹 총무부장
  • 이병기
  • 승인 2010.01.20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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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간 소비자상담 봉사활동 펼쳐

"20년 전에는 방문판매로 인한 소비자 상담이 많은 편이었죠. 한 번은 가좌동에서 이곳 구월동까지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 왔어요. 며느리 몰래 건강식품을 샀는데 시간이 지나니 후회가 된 거죠. 파출부로 나가는 며느리가 알게 될까봐 걱정하던 차에 이곳을 알고 취소해 달라고 간청하셨어요. 일이 잘 처리되고 며칠 뒤에 고맙다며 박카스 3병을 사가지고 오셨더라구요. 힘들어도 이럴 때 보람을 느낀답니다."

주경애(62, 중구 연안동)씨는 무려 24년 동안 인천소비자연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는 웬만한 소비자 상담을 들으면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눈에 훤히 보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처음 인천소비자연맹에 들어왔을 때는 어린 마음에 '여기 나오면 장기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어요. 그때는 컴퓨터가 없어 모든 작업을 손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힘들기도 했죠. 다른 직장에서 스카웃 제의도 들어왔지만 이왕 시작한 거 한 우물을 파야겠다는 생각에 계속 눌러 앉았죠."

주씨는 매일 인천소비자연맹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오는 10건 이상의 문의를 도맡아 상담한다. 이미 환갑이 훌쩍 넘은 나이지만 인터넷 사용이 전혀 낯설지 않다. 남편과 등산 다녀온 사진을 싸이월드에 올리는가 하면, 외국에 나가 있는 자녀들과는 메신저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러나 홈페이지에서는 그이의 자세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20년이 넘는 주씨만의 상담 노하우가 노출되기 때문이다. 모든 상담 내용은 전화기를 통해 친절한 주씨의 목소리로 전달된다. 하루 평균 유-무선을 포함해 총 50여건의 문의가 접수되기 때문에 주씨와 동료들은 쉴 틈이 많지 않다. 

그이의 24년 상담 인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자녀를 찾아달라고 전화한 어느 부모의 사연이다.

"한 어머니가 경기도 지역번호가 찍힌 전화번호를 알려주고는 집을 나간 딸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런 일은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나도 자식이 있는데 안쓰럽더라구요. 그래서 핸드폰에 나온 전화번호를 추적해 경기도 파주라는 것을 알아냈죠. 파주시청에 협조를 구하고 역으로 추적해 아이를 찾아 준 기억이 나네요."

주씨가 오랜 시간 거의 무보수나 다름 없이 소비자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기까지는 남편의 외조도 한 몫 거들었다. 처음에는 "미쳤어? 뭐하러 나가"라며 말렸던 남편이, 주씨가 일을 마치고 그날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자 "그런 일도 있었어?"라고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가구 관련업에 종사하는 남편은 관련 분야의 소비자 상담이 발생하면 해결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런 주경애씨의 선행은 조금씩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봉사 분야에서 국무총리상과 인천시장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감동을 받거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손쉽게 해결된 상담에도 귤이나 음료수를 가져오는 시민이 있는가 하면, 매우 큰 사건을 맡아 해결 된 줄도 모르고 걱정하던 차에 나중에 해결 소식을 듣고 소비자에게 전화하니 "꼭 연락해야 되요?"라며 얄미운 태도를 보인 이도 있었다. 또 시민단체인 소비자연맹을 정부기관인 양 세금을 들먹이며 큰소리를 치는 어이없는 시민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회사도 있지만, 억지를 부리는 시민들도 종종 있어요. 새로 산 옷을 파손하고 뻔히 보이는데 자기가 한 것이 아닌 양 떼를 쓰는 사람도 있고, 학원을 수강하고 2~3개월만 다니다가 1년이 지나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어요. 가끔은 소비자법을 악용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도 있구요. 심지어는 수선한 옷을 교환해달라는 분들도 있었죠."

주씨는 끝으로 시민들이 현명한 소비를 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다.

"상품을 즉흥적으로 사다 보면 나중에 변심할 가능성이 높아요. 과연 이 물건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충분히 생각한 후에 구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핸드폰이나 인터넷 등 계약서를 작성해 상품을 구매할 경우에는 서류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해요. 구두상으로 다르게 말했더라도 차후 업체가 계약서를 증거로 제시하면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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