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깜언’ 연극으로 키우는 행복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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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깜언’ 연극으로 키우는 행복 교육
  • 원채원
  • 승인 2019.06.12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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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책을 읽고 연극을 해보자 - 원채원 / 강서중학교 국어교사

 



2017년!
30여년 교직생활의 고락(苦樂)이 향기로운 풀꽃과 대자연의 푸르름으로 승화된 교정에 발을 디뎠다. 그 곳엔 자연을 닮은 아이들이 청정무구한 해금강에서 발견한 불가사리처럼 선명하고 해맑은 눈동자로 맞아주었다.

강화라는 낮선 고장이 주는 대자연의 축복에 흠뻑 젖어있던 어느 날, 김중미 작가의 ‘모두 깜언’이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한 학기에 한 권의 책을 읽고 연극을 해 보자.’

당시 1학년 학생들과 자유학기 프로젝트 활동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도서 선정-책 읽기-연극 대본 작성하기-고쳐쓰기-소품 만들기-연극으로 상연하기’의 과정을 거쳐 연극을 준비하고, 학교 축제인 ‘별립제’에 선보였다.

소제목은 꼬맹이, 포도판매, 졸업식 등의 짧은 형식이었지만 긴장감 있는 구성과 학생다운 신선함으로 연극을 보여주어 많은 호응을 얻었고, 학생들도 힘들기보다는 나름 뿌듯해 하였다.

 

 

다음 해 2018년!
자유학년제가 1학년에 도입되면서 또 다시 연극 프로젝트를 하기로 하였다. 작년보다 좀 더 발전된 형태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모두 깜언’을 12명 학생들이 모두 읽고, 모둠을 나누어 연극 대본을 만들고 고쳐쓰기를 하고, 소품을 만들며 깔깔대는 동안, 연극 공연 날이 가까워진다.
”아, 에. 이. 오. 우“를 목청껏 외치며 발성연습을 하고, 나름 맹훈련을 거쳐 ‘학부모 수업콘서트의 날’ 수업을 공개하고 학부모님과 함께 토크 콘서트를 하며 진행하였다.

김중미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약간 어두운 현실은 다룬 반면, ‘모두 깜언’은 밝은 면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는 한지예 학생의 말처럼, ‘모두 깜언’이 강화도에 사는 중학생들의 생활, 꿈,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많이 공감하며 즐거워하였다.

2017년도보다 좀 더 발전된 연극공연을 위해 선생님들의 ‘집단지성’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선생님들께서는 기꺼이 연극 수업을 보시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핵심은 학생들 연극에 맞는 파워포인트 화면을 띄우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짜장면 한 그릇에 넘어간 남학생 2명이 자신들의 능력을 뽐내며 파워포인트 작업에 돌입했다. 배경 화면, 효과음, 음량 조절, 카톡 내용 작성 등 ......

학생들은 ‘소품 만들기’에 열광한다. 무아지경으로 소품을 만들며 협업과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여기에는 다양한 교과통합 활동이 기본이다. 글루건을 가져와서 소품을 고정시키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넣는다. 별자리 찾아 그리기를 통해 과학적 소양을 기르기도 한다. 또한 대본 작성에서는 맞춤법, 띄어쓰기, 발음 교정 등 다양한 국어과 활동이 통합된다. 연극공연에서는 공간구성 능력 및 창의적 표현력, 심미적 감수성 등 다양한 역량이 길러진다. ‘설레임’ 아이스크림으로 연극을 마무리하며 6월 독서캠프를 계획해 본다.

‘모두 깜언’의 작가인 김중미 작가님을 독서캠프에 초청하며 강연을 듣고 우리 학생들의 연극을 보여드리리라. 얼마나 기뻐하실까를 기대하면서...

김중미 작가님은 앎을 삶으로 보여주는 분이셨다. 그 분의 이야기 하나하나에는 강화도에 대한 사랑과 우리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있었다. 연극을 보며 흐뭇해하시는 작가님을 보며 야릇한 기쁨을 만끽했고,학생들은 자랑스러워했으며, 우리는 행복한 독서캠프의 밤을 보냈다.





연극은 종합예술이라고 했다. 국어, 미술, 음악, 기술 가정, 과학, 사회......
거의 모든 교과가 통합되어 자기관리역량, 지식정보처리역량, 창의성, 의사소통, 공동체 역량, 심미적 감수성 등 미래사회가 추구하는 다양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한 명의 학생도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이 미치는 범위에서 참여하며 공동체 의식을 체감할 수 있는 수업이었다.


묶음 개체입니다.
 
 
묶음 개체입니다.

다시 2019년!
새로운 1학년을 만나며 시작한
‘한 권의 책 읽고 연극 공연하기’
이번의 소주제는 꼬맹이, 베트남에서 온 작은 엄마, 고부갈등, 유정의 꿈, 포도 판매...

읽고, 쓰고, 소품을 준비하며, 대본을 쓰고, 발음교정을 한다. 목청껏 소리높여 대사를 외운다. 이번 학생들은 다문화 학생들이 12명 중 3명이다. 필리핀과 베트남에서 온 엄마를 둔 3명의 학생들은 우리 문화와 언어에 약간 동화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발음 교정을 통해 우리말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대본 쓰는 과정에서 서로서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찾아보며 자연스레 국어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

다시 대사를 또박또박 연습하며 발음을 교정하고 의사소통 능력을 신장시킨다. 연습할 때마다 실력이 느는 학생들을 보며 ‘연극을 통해 삶의 힘이 자라나는구나!“를 실감한다. 그리고 작은 학교의 힘을 다시금 되새겨본다. 우리 교육이 작은 학교를 지향해야 되는 이유를 절실히 느끼며 ”모두 깜언“을 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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