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숭아 습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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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복숭아 습격사건
  • 문미정 송석영
  • 승인 2019.06.2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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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개복숭아 채집꾼이나 산딸기 채집꾼이나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도시에서는 이맘 때 대부분의 가정에서 매실액을 담근다. 여기 장봉도도 매실나무가 꽤 있어서 여기저기 가정에서 매실을 담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도시와 다른 모습도 관찰되는데, 바로 개복숭아 효소 담그기다.
옆집 선생님이 휴무로 섬 밖으로 나가시면서 집 앞에 개복숭아 나무를 지켜달라고 신신당부를 하신다. 개복숭아 효소를 담그고 싶어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따가서 몇 해 동안 담그지 못하셨다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하셨다.
 
다음날 새벽 5시 30분, 잠에서 깨어 집 앞에 나왔는데  어떤 아저씨가 개복숭아를 따고 계셨다.
 
"어, 그거 따시면 안되는데요."
"왜 안되요?"

따는 게 걸렸으면 미안하다며 그냥 가실 법도 한데 오히려 왜 따면 안되냐고 되물으시니 황당했다.

"옆집 선생님이 쓰신다고 했어요. 따시면 안되요."
"마을주민이 안 따면 그럼 누가 따요? 관광객들이 개복숭아를 다 따가서 마을주민은 딸 수가 없어."
하시며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마구 따신다.

너무 어이가 없어 5분여간을 서서 계속 쳐다봤다.
아래서는 망을 보시는지 어쩌는지 아주머니가 서서 계속 내려오라 하는데도 막무가내로 따신다.
새벽기도를 가야해서 오래 지켜보지는 못하고 그만두었다.
 
그 길로 이장님과 출장소에 항의를 할까하다가 그만두었다. 대신 하루 종일 여기저기 그분들의 행실을 소문내고 다녔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오후에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돌아왔다.



 

초록이 한창 무르익어 가지만 사이사이 빨강도 무르익어 간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과 함께 빨강이들을 만나러 나가본다.
앵두도 따고, 산딸기도 실컷 컵에 담았다. 한참 산딸기를 따던 남편이 갑자기 묻는다.





“근데 이거 따도 되는 거야?”
“왜? 왜 따면 안돼? 우리가 안따면 누가 따? 여기 장봉 주민들은 먹지도 않는대.”
“아니... 다람쥐들이 먹으라고 그냥 둬야 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 다람쥐 먹이 천지야.”

사실 난 다람쥐들 먹이가 많은지 어쩐지 알지 못한다. 생각해보니 지금은 먹을 게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대화의 모양새도 아침에 내가 이웃들과 나누던 대화와 비슷했다.
 
그길로 화성에서 조경업을 하는 동창에게 전화를 걸어 개복숭아나무 20그루를 주문했다. 각 가정에 한그루씩 나눠줄 생각에서였다. 아직 어려 제 구실을 못하는 묘목이지만, 당장 내년은 아니더라도 몇 년 후엔 동네 각 가정마다 개복숭아 한바구니 씩은 선사하지 않을까?
 
“장봉도 오시는 관광객 여러분,
너무 다 가져가지 마세요. 섬 사람들 인심은 외지분들이 만들어 주시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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