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음과 풂
상태바
맺음과 풂
  • 김현
  • 승인 2019.07.02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7) 비극의 시작과 전환, 그리고 결말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요,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베’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시학 18장
 
“ 모든 비극은 두 부분으로 구분되는데 그 하나는 맺음(분규)이고 다른 하나는 풂(해결)이다. 극 밖의 사건과 그리고 종종 극 안의 사건 중의 일부분이 맺음을 구성하고 기타 부분이 풂을 구성한다. 맺음이란 스토리의 시초로부터 주인공의 운명이 불행에서부터 행운으로 혹은 행운에서부터 불행으로 전환하기 직전까지의 부분을 의미하고 풂이란 운명의 전환이 시작된 뒤로부터 끝까지의 부분을 의미한다.” 118쪽

 
체: 맺음과 풂으로 구성된 비극처럼 우리네 인생도 그런 같아요. 운명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어느 시점까지 일정한 방향이 있다가 전환되는 시점도 있잖아요.
 
스: 여기서 말하는 의미와는 다르지만 맺음과 풂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항상 풂이 어려운 것 같아요.
 
트: 맺음의 과정만 있고 풂이라 할 만한 전환이 없다고 느낄 때도 있어요.
 
베: 요즘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여러 사건의 맺음들의 나열은 있는데 풂의 과정이 뭔가 연결성이 떨어지고 결말 부분은 정말 실망스러울 때가 많아요.
 
체: 멋진 결말은 모든 연출자들의 로망이며 난제라고들 하더라구요.
 
스: 최근 칸영화제 작품상 ‘기생충’은 맺음과 풂이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지하에 살고 있는 남매가 집안 구석구석을 돌며 와이파이존을 찾고 있다. 


체: 비극의 시작과 전환 그리고 결말이 영화라는 작위성의 적정선을 감안하면 현실을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스릴과 유머, 은유와 리얼리즘 등 복합적인 요소들이 지루하지 않게 그런데 작은 요소로 큰 결말을 이끌어 내는 부분들이 전체적인 플롯으로 흡인력 있게 유인하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트: 칸영화제 작품상을 받아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 아니면 평론가들의 평론에 의해 세뇌된 것인지는 몰라도 뭔가가 느껴지는 것 같아요.
 
베: ‘기생충’이라는 제목처럼 기생할 수 밖에 없는 한 가족의 비극이 유머스럽지만 슬픈 결말로 끝나야 하는지는 의문스러웠어요. 아슬아슬하게 살아가지만 지속할 수 없는 한시적인 삶의 여정이 영화스럽게 표현된 것이 약간은 작위적이었던 것 같아요.
 
체: 영화에 너무 몰입한 것 같아 전환하는 의미로 비극의 종류를 언급하는 부분을 볼께요.

 

“비극에는 네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복잡한 비극인데 그것은 그 전체가 급전과 발견으로 되어 있다. 제2는 파토스적인 비극이다. 제3은 성격비극이고 제4는 장경을 주로 하는 비극이다.” 119쪽


 
스: 4가지 종류의 비극을 잘 섞어서 표현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그런 건가요?
 
체: 비극 시인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비평가들이 부당하게 평가하는 것을 견디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네요.
 
트: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있을 때 온 국민이 축구평론을 하기 때문에 감독은 다양하고 시의 적절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와 비슷한 건가요?
 
베: 1인 미디어 해설자들도 그런 능력이 있어야 구독자가 많아지거든요.
 
스: 유명강사 ‘설민석’을 보더라도 역사를 맛갈나게 설명하는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잖아요.

 
 
태건에듀 대표 설민석. 지루한 역사를 재미있게 풀어 강연하는 역사 대중강사이다.  


체: 그분은 장경에 대한 드라마틱한 설명과 역사적 인물의 성격묘사와 더불어 정열적인 파토스적 전개와 이러한 모든 것들을 잘 믹스해서 강의하다보니 깊이가 없다고 정통 역사학자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대중 역사 강의로써는 탁월한 본보기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베: 여러 방송에 계속해서 나오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역사강의가 있는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방송편성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트: 시청률 때문에 더 그런 같지만 다양한 매체에서 다른 색깔의 강의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체: 오늘도 우리 얘기가 맺음은 있는데 풂이 없는 듯 하지만 일상으로부터의 전환의 계기가 되는 모임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그 뒤 결말을 향해 계속 전진해 보아요.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