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와 부엌을 공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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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와 부엌을 공유해요
  • 이민지
  • 승인 2019.07.03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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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마을기업 협동조합 '다온공간븟'





연수구에는 해발 172m의 아담하지만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청량산이 있다. 맑은 날 정상에 오르면 송도국제도시와 인천대교가 한눈에 들어와 동네 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등산 코스다.
 
동네에서 청량산 초입으로 들어서는 약 700m의 거리에는 책공방, 도예공방, 가죽공방, 한지공방 등 6개의 다양한 문화예술공방들이 모여 있다. 이들 공방은 ‘청량山길 문화예술공방’ 이라는 이름으로 뜻을 모아 작년 10월에공동으로 프리마켓과 무료 문화체험 행사 등을 주최하고,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동네방네 아지트의 17번째 주인공은 바로 ‘청량山길 문화예술공방’ 중 하나인 ‘협동조합 다온공간븟'(*븟은 부엌의 옛말이다.) 이다. ‘다온공간븟’은 공유부엌과 친환경카페(음료, 디저트, 점심, 샐러드)를 운영하는 마을문화공간으로, 동춘동 인천 여성의광장 후문 앞에 자리하고 있다
 
한낮의 여유로운 시간에 찾아간 카페에는 삼삼오오 주부들과 어르신들이 모여 늦은 점심식사를 하거나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카페 오른쪽으로 널찍한 별도의 부엌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다온공간븟의 최은미 대표는 아이쿱 생협(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토대로 이 공간을 만들었다고 했다. 아이쿱 생협, 두레 생협의 활동가들과 요리강좌를 진행하는 강사들 10명이 모여 작년 6월 본격적으로 ‘협동조합 다온공간븟’을 출범시켰다.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자는 사람들이 모여 시작했어요. 우리가족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대안적인 레시피를 만들고, 우리 식문화 가치를 살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요. 안전한 먹거리 뿐 아니라 올바르고 건강한 식문화 가치를 사람들과 함께 실현하고 싶었습니다.”
 
다온공간븟은 지금 마을기업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아직 초창기이다 보니 안정화 되지 않은 상태이고, 지금의 수익으로는 겨우 가게 운영을 이어가는 정도이다.
 
“아침 9시 반부터 저녁 9시까지 10명도 채 되지 않는 조합원들이 돌아가면서 근무하고 있어요. 이 일이 주된 일이 아닌 사람도 있고, 처음 하는 일이라 시행착오가 많은 탓에 조합원들끼리 갈등도 있습니다. 협동조합은 1인 1표를 행사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무언가 결정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려요. 마을기업이 영리도 추구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다 보니, 초심을 잃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뜻이 같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동네에 이런 장소를 오픈한 것이 저에게는 굉장히 뿌듯한 일이지요.”
 
최 대표는 카페에서 판매하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남달랐다. 국산 식자재, 현지(인천)에서 수확한 로컬푸드를 사용하며, 생협과 급식 협약을 통해 친환경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다온공간븟의 점심 시그니처 메뉴는 직접 빻은 수수와 수제 치즈로 만든 ‘수수부꾸미 리코타치즈 샐러드’이고, 주로 야채를 활용한 덮밥 메뉴를 선보인다. 식사 뿐 아니라 카페에서 판매하는 커피도 제법 입소문을 타서 동네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고 한다.
 
카페 바로 옆에 유리문으로 구분되어 있는 공유부엌은 냉장고와 가스레인지 등이 갖춰져 있어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용료를 받고 공간을 대여(5인 기준 사용료 2만원) 해 주고 있다. 이곳 공유부엌은 다양한 공동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1인 가구를 위한 간편식 만들기, 집 냉장고에 남아있는 식재료로 요리하기 등 주민들에게 필요한 식문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운영한다.
 
“ ‘집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사업을 진행해보고 싶어요. 외식이 늘어나면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집밥의 중요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지요.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재료 준비부터 한국의 밥상머리 문화까지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최 대표는 앞으로의 사업계획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인천에 있는 공공기관이나 송도에 입주한 기업들의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획일화 되어 있어요. 식재료도 국산이 아닌 수입 재료이고, GMO 식품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우리처럼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곳에서 급식사업에 참여해 안전한 먹거리 문화를 실천하는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온공간븟을 찾는 손님들은 매일 10~15명씩 꾸준히 있지만, 아직 많지는 않다. 협동조합이라는 생소한 간판 때문에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조합원들의 소박한 바람은 “거기에 가면 안전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더라” 라고 동네 주민들이 생각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의미 있는 모임들도 생겨나고 있다. 얼마 전 동네에 거주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 다문화 여성들이 이곳 공유부엌을 빌려 고향의 전통음식을 만들어 먹고, 모임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공유부엌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요리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다온공간븟의 특별한 점이다.
 
이 동네에 살고 있는 주민이라면 날 좋은 이번 주말에 청량산 나들이를 가면 어떨까 싶다. 특히 등산로로 이어지는 길 위에서 만나는 ‘청량山길 문화예술공방’은 잘 알지 못했던 동네의 비밀 아지트를 발견한 느낌이 들 것이다. 가는 길에 다온공간븟에 들러 건강하고 맛있는 한 끼와 달달한 커피 한 잔 어떠신지.


다온공간븟 공유부엌에서 진해된 삼계탕 해설.
 
다온공간븟 공유부엌에서 진행된 삼계탕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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