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 나는 학교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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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맛 나는 학교생활
  • 장익섭
  • 승인 2019.07.0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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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벌은? 모두 함께 공존! - 장익섭 / 동산고 교사




우리 학교에는 학생 자율동아리 “PLAN-Bee”가 있다. 동아리의 이름인 “PLAN-Bee”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인류가 추구했던 개발 계획이 “PLAN-A”라면 이는 무분별한 도시의 확장과 이로 인한 자연의 파괴로 실패한 계획이라 규정짓고 새로운 계획 “PLAN-B”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었으며 PLAN-B는 PLAN-A와는 달리 인간의 편익을 위해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지 않으며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리고 그 공생의 삶을 얼마 전 떼죽음을 당해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각성의 기회를 제공했던 꿀벌(Bee)에게서 찾았다. 그래서 동아리의 이름을 “PLAN-Bee”로 짓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우선 김포에 위치한 가현산 농장에서 벌통 2통을 분양받아왔다. 학생들 및 주변 이웃들의 안전과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학교 옥상으로 자리를 잡고 도시 양봉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다. 막연한 계획과 기대감만으로 시작한 아이들에게 꿀벌은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게만 느껴졌다. 대자연 속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꿀벌이라는 작은 날개 달린 친구들과 친해지기 위한 방법을 몰랐다.

일단 안전을 위해 방충복과 양봉장갑을 샀다. 아이들과 벌통의 거리가 조금 가까워졌다. 몇 명의 아이들이 벌통 가까이 가 꿀벌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훈연기(연기를 발생시켜 벌들을 안정시키는 기구)와 봉솔(벌을 털어내는 솔)을 샀다. 아이들과 벌통의 거리는 더욱 더 가까워졌다. 아이들은 꿀벌들을 위해 그늘막을 설치해 주고 바람막이도 설치해 주었다. 꿀벌들도 이제 제법 우리 학교에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화단에, 연못가에 종종 모여있는 꿀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주로 점심시간과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모인 동아리 아이들은 신기함 반 두려움 반으로 드디어 벌통을 열었다. 수 많은 벌들이 하나의 사회를 이루며 모두 자기 역할에 맞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소비(벌들이 집을 지을 수 있게 도와주는 판)과 채밀기(원심력으로 꿀을 채취할 수 있는 기구)를 샀다. 소비 2판으로 채밀기를 통해 약 2리터의 꿀을 채취했다. 아이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1주일만에 화분 2KG을 생산했다. 주변 선생님들까지 감탄했다.
 
한 아이가 묻는다.
“선생님, 이 꿀벌들은 어디에서 이 많은 꿀들과 화분을 들고 오는 것일까요? 여기는 시멘트 옥상이고 건물들밖에 없는데요.”
우리는 함께 주변을 둘러보았다.
학교의 화단, 학교 뒤편 아파트 단지의 화단, 좀 더 지나 어느 대학의 작은 동산, 저 멀리 수도국산의 숲.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주위를 넓게 살펴볼 수 있었다. 한 아이의 입에서 탄성이 새어나왔다.
“아. 제가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이 동네에 이런 환경이 있었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아이들은 교과서 밖에서 환경을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 환경이 꿀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은 또 우리 인간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 깊이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제 아이들에게 더이상 꿀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우리가 정성껏 돌본 만큼 자신들의 생산물을 우리에게 나눠주는 공생의 파트너로 인식되었다. 아이들은 5월 31일 인천 환경의 날 기념행사에 도시양봉을 주제로한 부스를 운영했고 “꿀벌맨! 지구를 지켜줘!”라는 제목의 콩트로 인간과 자연의 공생 필요성을 연출해 대상을 수상하는 등의 성과도 올렸다.

 
 


아이들은 스스로 꿀벌에 대해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서로 공유했으며 교사인 나를 가르치고 그래서 나 또한 아이들을 통해 꿀벌들을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교학상장(敎學相長)이 이루어진 셈이다.

아이들이 공부한 내용에 따르면 꿀벌은 대부분 암벌들이며 1/10,000의 확률로 벌에 쏘인 직후 과민성 쇼크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지만 비교적 온순한 곤충이라 우리가 먼저 공격의사를 보이지 않는 한 먼저 공격해 오지 않는다. 꿀벌은 자신의 노동을 통해 인간의 식량이 되는 곡식뿐 아니라 그 외 지구상에 존재하는 60% 이상의 식물에게 수분을 도와주어 열매를 맺게 한다. 그래서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은 자랄 수 없고 식물이 없다면 동물도, 인류도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또 꿀벌은 2Km가 넘는 거리를 왕복하며 하루에 8000송이 꽃들의 수분을 도와준 대가로 1g의 꿀과 화분을 얻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을 자신이 속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나누며 생활한다고 한다. 심지어 인간에게까지······ 다른 벌보다 더 많이 소유하겠다는 욕심도 경쟁도 없다. 거짓도 속임수도 없다. 지구라는 생태환경 속에서 먹거리를 제공하며 모든 생명체와 함께 공존하고자 오늘도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어느 날 함께 벌을 돌보는 한 아이가 말했다.
“이러다가 우리 졸업 후에 양봉업자되는 것 아닐까?”
“인마, 꿈은 크게 갖는 거랬어. 양봉업자도 좋지만 곤충학자는 어때?”
“아니, 환경운동가가 더 폼나잖아.”
낄낄대는 아이들의 농담 속에서 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본다. 양봉업자면 어떻고 곤충학자면 어떻겠는가?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깨닫고 스스로 꿀벌과의 공존을 모색하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생태계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 자체가 이미 아름답지 않은가? 어느덧 아이들은 동아리 활동의 궁극적 목적을 스스로 찾아내고 있었다. 스스로 학교 생활에 재미를 찾고 스스로 꿀맛나는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은 벌과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시험을 앞둔 관계로 아이들이 올라오지 않는 학교 옥상 한켠에 자리잡은 양봉장에서 아이들과 꿀벌들의 미래를 생각하다 계상 벌통(한 칸 규모를 더 확장해 주는 것)을 더 올려주기로 했다. 꿀벌들도 우리 아이들의 꿈과 함께 더 넓고 크게 성장해야 하니까.
붕붕거리는 벌들의 날개짓 소리가 시험을 앞두고도 천진하게 운동장을 뛰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해맑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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