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꿈을 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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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꿈을 꾸는 것
  • 최원영
  • 승인 2019.07.22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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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꿈이 있는 사람, 없는 사람


 

풍경 #117. 로키산맥 정상에서 본 것은?
 
입시 준비를 하던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문(I have a dream)을 접했습니다. 그때는 영어 글자만 보였지 그분의 말씀 속에 담긴 숨은 뜻을 헤아려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한참 흘러 지금에서야 그분의 말씀에 담긴 깊은 고뇌와 사유가 제 마음에 전해집니다. 긴 연설문 중에서 제 심금을 울리는 몇 구절을 적어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두 일어나, 이 나라가 믿고 있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사실을 자명하다고 생각한다는 말의 참뜻을 실행하게 될 날이 반드시 오리라는 꿈을 나는 가지고 있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 주의 붉은 언덕 위에서 노예였던 사람들의 후손들과 노예를 소유했던 사람들의 후손들이 형제가 되어 식탁에 함께 앉게 되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명의 아이들도 피부색이 아니라 개성에 의해 능력이 판단되는 나라에 살게 될 날이 있을 것이라는 꿈입니다.”
 
모두를 위한 꿈을 가진 사람과 그런 꿈이 없는 사람의 삶은 무척 다를 겁니다. 꿈이 없으면 순간순간의 쾌락과 이익에 집착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든 사람과 모든 자연은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데 필요한 도구나 수단으로만 여길 겁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상처를 주고 그래서 갈등과 다툼이 깊어질 겁니다. 그러나 그런 꿈이 있는 사람은 삶 자체가 눈앞의 이익 만을 추구하거나 다른 사람을 자신의 도구나 하인 쯤으로 폄하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두가 소중한 가치를 지닌 존재들로 보일 테니까요.
 
옛날 미국의 로키산맥 아래에 인디언 부락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추장은 청년들 중에서 자신의 후계자를 결정하기 위해 마을 청년 셋을 불러 말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가본 적이 없는 저 로키산맥의 정상을 다녀오너라. 그리고 그 정상에서 너희들이 본 것을 가져오너라. 가져온 것들 중에서 가장 희귀한 것을 가져온 자에게 내 자리를 물려주겠노라.”
 
제가 추장이라고 상상해봅니다. 후계자를 고르는데 세 명의 청년 중 누구를 지명해야 할지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산꼭대기에 가서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것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가져온 그것을 보고 후계자를 고르겠다고 말입니다. 가져온 것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고픈 사람은 먹을 것만 보게 되고, 돈이 간절한 사람은 돈 벌 수 있는 일에만 관심을 보일 겁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일화도 있습니다. 누군가 길을 물어 알려주는데 사람들마다 가리키는 건물명이 다르다는 겁니다. 목사님은 “저기 교회 보이죠? 그 교회 오른쪽에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기 포장마차 있죠? 거기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있습니다”라고 한답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치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한다는 거지요. 음란 동영상을 늘 접하는 사람들이 성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고, 사이버 폭력 게임에 노출된 사람들의 비행 역시 높아지는 것은 그래서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들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들이 그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추장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며칠 후 세 청년들 모두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한 청년은 로키산맥 정상에만 피어난다는 희귀한 꽃 한송이를 들고 왔고, 두 번째 청년 역시 정상에만 있다는 붉은 빛이 감도는 돌조각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세 번째 청년은 아무것도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추장은 그에게 화를 내며 물었습니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냐?”

청년은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추장님, 저는 산 정상에서 보았습니다. 저 산 너머에는 비옥한 땅이 펼쳐져 있었고, 넓은 강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강가에는 수많은 소떼가 있는 것도 보았습니다. 누가 추장이 되어도 저는 상관이 없습니다. 다만 누가 되더라도 우리 부족 모두가 저 산을 넘어가야만 합니다.”

독자 여러분이 추장이라면 세 명의 청년들 중에서 누구를 여러분의 후계자로 선정하시겠어요? 당연히 세 번째 청년으로 결정하실 겁니다.

이것이 꿈이 있는 사람과 꿈이 없는 사람의 삶입니다. 이것이 꿈이 있는 사람과 꿈이 없는 사람의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자신의 아름다운 미래 만을 그리는 소박한 꿈도 멋지지만, 그 아름다운 미래에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꿈을 꾸는 것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삶일 겁니다. 마틴 루터 킹 목사님처럼 말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꿈을 가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분이 세종대왕입니다. EBS의 <지식채널>에 소개된 내용 몇 가지를 전해드립니다. 세종과 신하의 문답을 기록한 ‘세종실록’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백성들은 왕께서 하시는 일을 모두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백성들이 나를 비판한 내용이 옳다면, 그것이 나의 잘못이니 처벌해서는 안 되는 것이오. 설령 오해와 그릇된 마음으로 나를 비판했다고 해도 그런 마음을 아예 품지 않도록 만들지 못한 내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백성을 탓할 것인가.”(세종6년 4월 17일)
 
“대왕께서 꿈꾸시는 태평성대란 어떤 것입니까?”
“백성들이 하려고 하는 일을 원만하게 할 수 있는 세상이다.”(세종13년 6월 20일)
 
세종이 즉위한 지 14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신하가 세종에게 말합니다.
“전하, 오늘날 전하의 일도 가사를 지어 백성들이 노래를 부르게 해야 합니다.”
이 제안에 세종은 이렇게 답함으로써 신하를 머쓱하게 만듭니다.
“당대의 일을 찬양하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다음 세상에서 평가하여 그때 노래하게 하라.”
참 어질고 멋진 군주입니다.
 
오노 요코란 사람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사람이 꾸는 꿈은 그저 꿈일 뿐이지만, 모두가 같은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이제 눈을 감고 생각해봅니다.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그 꿈은 나만을 위한 꿈일까, 모두를 위한 꿈일까?’
 
‘우리 모두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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