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려자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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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려자를 만날 수 있을까”
  • 한인경
  • 승인 2019.07.2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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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조 Zoe』


<한인경의 씨네공간>은 2016년부터 ‘그해 주목받은’ 또는 ‘다시 주목하는’ 영화들을 선정하여 평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9년 3월부터는 미추홀구의 예술영화관 '영화공간주안'과 한인경 작가와의 협약 하에 <인천in>에 게재합니다. '영화공간주안'이 상영하는 예술영화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를 나눕니다.


 
“AI 반려자를 만날 수 있을까”
 
『조 Zoe』
 
“당신이 이렇게 진화할지 몰랐어”

개 봉 : 2019. 07. 11(103분/미국)
감 독 : 드레이크 도리머스
출 연 : 레아 세이두, 이안 맥그리거
장 르 : 멜로/로맨스, SF
등 급 : 15세 관람가

 

영화『조 Zoe』포스터
 

1.
 
2011년 미국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이 유명 퀴즈프로그램에서 승리했다. 2016년, 세계적 바둑 기사 이세돌과 구글 딥마인드Google DeepMind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와의 대국은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대국은 4승 1패로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로봇 ‘휴보’가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서기도 했고 2018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시민권을 받았다는 휴모노이드Humanoid ‘소피아’가 방한하여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영화에서는 AI Artificial Intelligence와 관련하여 어떤 모습으로 우리들 옆에 와 있을까. 아무래도 영화라는 특수성이 있을 테니 기술적으로 현실을 훨씬 앞서 있을 것임은 충분히 상상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5G 시대까지, 충무로의 AI는 어떤 모습일까, 가슴 한편 애정과 기대를 보내며 영화 『조 Zoe』를 시작한다.
 
 
많은 AI 관련 영화 중, 재미있게 봤던 몇 편을 소개한다.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의 <AI>(2001). 오프닝, ‘기상 이변으로 수백만 명이 굶주리며, 개도국에서의 출산을 엄격히 제재하는 대신, 먹지도 않고 자원도 소비하지 않는 로봇을 만들었다.’는 내레이션이 차갑게 흐른다. 로봇의 제작 당위성을 지구별 기근과 경제적 효용성을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소년 로봇 ‘데이비드’의 구원이 2천 년 지나 이뤄진다는 판타지 스토리 영화다. 아들로 입양된 소년 로봇은 진짜 사람이 되어 엄마의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한 AI ‘데이비드’의 꿈과 소원은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기계의 작동이 아니라 인간도 예측 못한 진화된 변화라는 설정이다.
또, <아이, 로봇 I, Robot>(2004)의 주인공 로봇 ‘써니’, 이 영화는 그를 개발한 주인, 즉 인간의 자리가 로봇들에 의해 전복될 수도 있다는 불편한 예측을 하게 한다. 그리고 영화 <그녀 Her> (2014, 2019)에서 ‘사만다’, 특히 사만다는 구체물이 아닌 인공지능 운영체제(OS, Operate System)였고, 그것을 구매한 남자 ‘테오도르’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게다가 그녀와 이별의 아픔까지 겪게 되면서 현실과 기계와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데이비드’, ‘써니’, ‘사만다’, 사람에 의해 설계된 기계일 뿐이라 생각하기엔 여운이 길었다.
 
 
과학의 발달은 미래 로봇에 대한 인간의 기대를 한껏 부풀려 놓았다. 스크린에서는 움직일 때마다 들리는 기계 작동 소리나 저장된 기계 음성, 거대한 사이즈, 묵직한 쇳덩이의 로봇보다는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는 구별이 어려운 외모, 목소리, 감정의 변화, 행동까지 이미 사람과 거의 닮은 인공지능 인간이 스토리를 주도하고 있다.
 
 
2.
 
“이 사랑도 설계된 건가요?”
“당신이 이렇게 진화할지 몰랐어.”
 

인공지능 인조인간 ‘조’는, ‘사만다’ 같은 무형의 AI가 아니라 보통의 여성의 외모를 하고 있다. 영화『조 Zoe』는 어느 누가 섣불리 끼어들기엔 너무 진지한 로봇과 사람과의 러브 스토리다.
 
‘조’는 커플들의 성공률을 측정해 주는 관계연구소의 직원이다. 자신이 연구소의 제품으로, 베타 로봇 조 1.0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채, 자신과 사랑하는 ‘콜’과의 커플 성공률을 프로그램에 넣었더니, 성공률 0%라는 결과에 충격을 받는다. ‘콜’의 조심스러운 설명으로 비로소 자신이 기계임을 알게 되면서 ‘조’는 혼란스러워한다.
 
조는 가짜 인간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겠냐며 자조하면서 왜 눈물이 안 나오냐고 묻는다. 콜은 설계할 때부터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 당시에는 이 정도 감정 변화를 겪게 될지 예상을 못 했다면서 지금 보니 잘못했다고 사과한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잘못 만들었다는 콜의 대답인데. 이미 인간의 감정 영역으로 스스로 진화된 조는 절망을 한다.

조를 만든 콜 역시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기계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음에 당황한다.
 
OS ‘사만다’와 연인이 된 ‘테오도르’는 커플들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로 아내와는 별거 중이다. ‘조’를 설계한 ‘콜’도 이혼하고 혼자 지내는 독거남이다. AI, 그들은 외로움이라는 예민한 공간에 성큼 들어와 인간 마음을 거침없이 헤집는다. 심지어 ‘조’는 설계된 적 없는 눈물까지 흘리게 된다. 당장은 판타지 허무맹랑한 전개라고, 영화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글쎄다, 어쩌면 시간은 그들 편이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특이점 特異點, singularity, 2045
 
다양한 분야에서 ‘특이점’이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가운데
“2016년 후반부터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사람은 AI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천재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다. 커즈와일은 ‘기술의 진화 속도가 무한대에 이르는’ 특이점이 2045년에 올 것이라고 예언했다.”(AI가 인간을 초월하면 어떻게 될까?/사이토 가즈노리/이정환 옮김/마일스톤/2018)
 
즉, 인간의 손을 떠난 과학기술이 원래 의도했던 정도에서 스스로 훨씬 우수한 수준의 기술을 만드는 시점, 특이점이 2045년에 온다는 것이다. 가능 여부를 떠나서 미래 과학 기술의 발전은 어느덧 ‘진화’까지를 예상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의 표지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연상시키는 그림을 썼는데, 사람이 있어야 할 위치에 손을 턱에 고이고 눈을 뜨고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로봇을 앉혀 놓았다. 마치 ‘생각하는 로봇’이라고 연상되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30여 년 전에 ‘로보캅’이 스크린에 등장했다. 그 거대한 몸집과 무게감을 떠올려 보면 써니, 사만다, 데이빗, 오늘의 사랑을 갈구하는 로봇 ‘조’까지, 이들의 확장이 비록 스크린 속이지만 순간 두렵기까지 할 때도 있다.
 
 
3. AI 반려자
 
영화 속 한 장면. 미래 전시회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한 남자가 마이크를 들고 연설을 한다. 로봇과 연애를 생각해 본 적이 있냐는 이 남자의 질문에 사람들은 농담 정도로 가볍게 듣는다.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로봇이라고 말하자 장내가 순간 술렁인다. 로봇 인간이 스스로 로봇이라고 밝히기 전까지 과학은 인간과 로봇 인간의 구별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을 소개한다.
 
“절대 상처 주지 않을 거예요
당신 곁을 떠나지도 않고
당신을 사랑하고 이해하도록 설계됐죠.”
 
이 로봇 인간은 확실한 당신의 편이라 말하고 있다.

 
책.
AI 2045, 인공지능 미래보고서(일본경제신문사/서라미 옮김/반니/2019)의 일부를 옮겨 적는다.
 
“AI 반려자를 만날 수 있을까”
“2,000만 번 가까이 사랑 고백을 한 여성이 중국에 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중국 지사가 개발한 AI, ‘샤오빙Xiaoice, 小氷’이다. 약 8,900만 명이 스마트폰으로 샤오빙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도 모르게 우정과 사랑을 키웠다. AI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이들은 젊은이만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배우자 로봇에 관한 인터넷 논의가 활발하다. 나이가 들어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나면 재혼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마음을 나누며 여생을 함께해줄 로봇을 곁에 둘 수 있다면 어떨까. 런던 대학교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 분야의 일인자이자 로봇 연구자인 데이비드 레비David Levy박사는 ‘AI 기술이 진화해서 이상적인 배우자 로봇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2050년에는 인간과 로봇의 결혼이 합법화될 것입니다.’ 고 말했다.”
 
 
‘현대사회의 에디슨’ 같은 존재라는 레이 커즈와일이 기술적 특이점 현상을 2045년으로 예상했다. 데이비드 레비는 2050년 로봇과의 결혼을 언급하고 있다. 필자는 현실적으로 기계 지능은 사회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와 함께 긍정적 시너지를 줄 것으로 믿는다. 어쨌든 예상 적중 여부를 떠나 흥미로운 상상임에는 틀림없다.
 
AI는 배우자 또는 연인이 될 수 있을까, 비록 로봇 인간이지만 영원히 함께하면서 사랑도 나누고 생활에 놀랄만한 활력을 불어넣어 줄,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연인이 있다면? 이래도 저래도 좋다 하는 일방적인 사랑이 아닌 소통하며 고민도 하는 감정이 있는 로봇 인간이라니? 가능할까?

사회 관계망 속에서 우리들 하루는 여전히 분주하다, 반면 오타쿠처럼 틀어박혀 외부와 차단된 삶을 택한 부류도 있긴 하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누군가와의 관계를 자의든 타의든 맺게 된다. 친구들과도 신나게 놀고 싶고, 사랑도 가정도 일궈야 하고 직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경쟁도 신경 써야 한다. 관계 속에서 행복도 느끼지만 안타깝게도 상처도 많이 받는다. 사람 사는 세상, 신나는 여행길이긴 하지만 복병처럼 알 수 없는 굴곡도 지나게 되는 것.
 
영화 『조 Zoe』는 다양한 영역에서 활약 중인 로봇의 테크놀로지보다는 세상 관계와 사랑에 힘들어하는 인간 세상을 조명한다. 그렇다면 AI 인간에게 한번 기대어보라고 새로운 동아줄을 조심스럽게 내려보내고 있다.
 
AI 인간 로봇과 인간적인 대화가 가능하겠는가. 나아가 사랑까지도 불태울 수 있겠는가. 그것은 미래 과학에 기대하는 인간의 최후 창조물이 될 것인가.
 
같은 책,
일본에서 반려견 로봇 ‘아이보’의 공양을 맡은 스님의 말을 인용하며 마무리 짓는다.
“로봇이나 AI는 인간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입니다. 제삼자의 눈에는 AI가 마음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인간이 사랑을 갖고 보면 상대방에게 영혼이 깃듭니다.”
 
한인경/시인, 인천in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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