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의 여름은 수확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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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의 여름은 수확의 계절
  • 문미정, 송석영
  • 승인 2019.07.2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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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초가지붕 조롱박 꿈꾸는 여름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수확, 열매, 추수 이런 단어들과 연상되는 계절은 보통 가을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막상 시골 살이를 해보니 진정한 수확의 계절은 바로 여름이다.
 
5월 말부터 상추나 오이를 따먹으며 시작했던 수확은 6월말 하지감자를 캐면서 한 번의 절정에 이른다. 내가 일하는 장봉혜림직업재활시설에서도 감자를 이~만큼 캐어 팔았다. 감자를 수확하고 나면 빈자리가 생겨 다시 가을 수확물들을 심을 수 있다. 이때 들깨나 참깨, 무, 배추, 알타리 등을 심는다.



 

큰 아이 지인이는 작년에 감자를 캐보았던 것이 생각이 났는지 6월 말 내내 감자를 캐보게 해달라고 졸라댔다. 감자 두포기 뽑아 작은 바구니에 감자를 담아 오면서 얼마나 즐거워하던지 평소 잘 먹지도 않는 감자를 그날 구워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지유는 밭에서 딴 완두콩과 고추로 엄마를 위해 요리를 해준다고 하더니 생완두콩을 차려놔서 먹는 시늉을 아주 그렇듯하게 해야했다.
 
수확물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제일 신이 난건 남편이다. 여태 물 한번 비료 한번 안주더니 열매가 보이기 시작하니 물주기, 비료주기, 옮겨심기 모두 독차지하고 나섰다.
 
심지어 콩 뽑은 자리, 감자 뽑은 자리에 다른 씨앗을 심겠다며 씨앗을 자꾸 찾는다. 냉동실에 처박아 두었던 씨앗 몇 가지를 내어주었다. 싹이 잘 나주어야 할텐데.....

 



오이, 고추, 가지, 토마토, 애호박 등은 여름 내내 언제나 따먹을 수 있는 작물들이다. 상차림엔 언제나 신선한 채소와 쌈장이 곁들여 진다. 후식으로는 오디와 블루베리가 제 역할을 해준다. 아직 나무가 어려 많이 달리지는 않았지만 아이들도 남편도 좋아하고 무엇보다도 키우는 닭들이 좋아한다. 나는 처음 알았다. 닭들이 과일을 좋아하는 새라는 것을....

 



창가에 심어둔 조롱박은 덩쿨이 만들어준 그늘로 우리집 기온을 최소 2도는 낮춰주는 것 같다. 올 여름 늦은 장마로 아직 많이 덥지는 않지만 조롱박 덩굴이 에어컨 없는 우리 가족 여름나기를 응원해 주리라.



 

시골 살이는 늘 다음을 꿈꾸게 한다.
"다음 날엔 얼마나 커있을까?
내일은 얼마나 익었을까?
다음엔 이런 걸 심어봐야지."

늘 다음을 생각하게 한다. 기대하게 한다.
초가지붕 둥근박 꿈꾼다는 말의 의미를 체감하게 된다.
벌써부터 이렇게 풍성하고 맛있는데 가을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우리를 채워줄까?
매일 매일 기대하며 "초가지붕 조롱박" 가을을 꿈꾸는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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