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네모세계에 갇혀 사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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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네모세계에 갇혀 사는 우리들
  • 이민지
  • 승인 2019.07.29 0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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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이민지 / NGO 활동가



 

'전화해'나 '문자해'라는 인사가 아닌 '카톡해'라는 인사말로 헤어지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몇 년 사이에 스마트폰이 내 삶의 필수품이 되었다. 비단 나의 경우 만은 아닐 것이다. 내 하루는 스마트폰의 알람으로 눈을 뜨고, 밤새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았나 인터넷 뉴스 헤드라인을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집을 나서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으로 버스와 지하철의 도착 시간을 확인하고, 이동하는 동안은 울리지도 않는 폰이지만 내내 손에 들고 친구들의 카카오톡 프로필이나 SNS를 확인하는 것이 습관처럼 이어진다.

밥을 먹는 동안에도 한손에는 수저를 들었어도 나머지 한손에는 스마트폰이 자연스레 자리한다. 짬이 나는 시간에는 인터넷 게시물이나 유튜브 영상으로 무료함을 달래고, 밤이 되면 업데이트 된 웹툰을 몇 개 챙겨보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다 잠이 든다. 물론 화장실 갈 때에도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그리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이 들 때까지 내 손에는 스마트폰이 함께 한다.

조금 나이가 있는 사람들이라면 신선한 충격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있다. 요즘 아이들은 전화기 모양을 위 아래가 동그랗게 볼록한 것이 아닌 네모난 직사각형으로 인지한다는 이야기 말이다. 스마트폰은 전화기의 개념을 바꿔놓았고, 우리는 매일 새롭게 발전하는 기술 속에서 생활 곳곳의 습관들이 변화하고 있다.

그중 내가 가장 크게 달라졌다고 느끼는 점은 카카오톡으로 비롯되는 인간관계의 변화이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의 하나로 가히 한 나라 국민들의 생활을 바꾼 카카오톡은 처음 메시지 소통의 기능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쇼핑, 뉴스, 미용실, 은행 등의 여러 분야까지 진출해 있다. 우리는 카카오톡 계정 하나로 이런 기능들을 누릴 수 있다.) 카카오톡 메시지 기능은 상대방이 내가 보낸 말을 확인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는 직접 마주하거나 통화를 하지 않고도 소통의 주고받음을 가능케 했다.

쌍방이 아닌 여러 명과 함께 할 수 있는 일명 '단톡방'이 생겼고, 이는 친구사이 뿐 아니라 회사에도 적용되어 퇴근 후에도 업무지시와 보고가 용이하게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기억하기 힘든 지인들의 생일을 알려주고, 자주 볼 수 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프로필 사진을 통해 그들의 근황도 알게 하는 여러모로 편리한 기능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편리함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을까? 나는 네모난 세계에 갇혀 오히려 더 쓸쓸하고 쫓기는 기분이 든다. 누구나 나의 근황을 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만나지 않는 사람들. 밤낮 구분 없이 울리는 카톡알림으로 일이든 생활이든 늘 무언가에 응답해야 하는 순간들. 어설프게 아는 사이지만 친구로 추가되어 나의 모습을 공유해야 하는 불편함.

요즘 청년들은 인간관계에 피로감을 느낀 탓에 '혼밥'이나 '혼술'을 하거나 자발적 아웃사이더를 택한다고 한다. 스마트폰은 이런 외로운 청춘들에게 딱 맞는 친구가 되어준다. 어디서든 앉은 자리에서 손가락 하나면 세상을 구경할 수 있고, 원하는 것을 살 수도 있다. 굳이 친구들과 대면하지 않더라도 가볍게 안부를 묻고 진지하지 않는 관계를 갖는 데도 최적이다. 인간의 생활을 슬기롭고 편리하게 발전시킨 기술이 오히려 인간을 외롭게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씁쓸해진다.

최근 휴가에서 스마트폰에 물이 들어가 망가지는 바람에 이틀 정도 폰 없이 살아보았다. 있을 땐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이지만, 내가 참 지독한 스마트폰 중독이었다는 걸 깨달았던 날이었다. 기술은 더 발전할 테고 나 또한 그에 익숙해지겠지만, 우리는 이 네모세계 밖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것을 가끔은 생각해보면 어떨지. 물론 정작 이 칼럼 또한 스마트폰 자판으로 두드리고 있는 내 모습은 이미 기술의 노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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