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 심
상태바
농 심
  • 정민나
  • 승인 2019.08.14 08: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 농심 / 최병관
 
 

 
    농  심
                                                           
                                         최병관


 
큰아들 결혼 준비와 막내의 등록금이 걱정 되지만

어디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그런 삶도 있다던가

벗으려던 빚더미에 다시 멍에를 메도
 
반듯하게 자라준 자식 농사가 다행 아닌가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안다

봄, 잘 살아야지… 기대에 부풀어 씨 뿌리고
 
여름, 잘될 것 같아 몸 상하는 줄 모르다가
 
가을, 수고한 만큼 작황은 풍년인데
 
떨어진 수매가에 기대가 무너지고
 
겨울, 미루어 둔 손익계산서
 
우수수 앗아가는 찬바람에 또 한해가 도로 아미타불
 
앙상한 겨울나무에 빈손만 묶어두어도
 
봄, 다시 잘 살아야지
 
기대에 부풀어 씨를 뿌린다
 
 
예로부터 곡류의 씨를 뿌리고 과채류의 모종을 심고 거두는 일을 ‘농사’라 했다. 또한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일 역시 비유적으로 ‘자식 농사’라 한다. 곡식을 키우거나 자식을 키우는 일에서 부지런히 노력한 사람은 그것이 무엇이든 넉넉하게 거둬들일 수 있다.
 
하지만 풍년이 되었다고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시간이 오기도 한다. 평년보다 수확이 많아 그 때문에 수매가가 떨어지는 현실 때문이다.
 
지난 시기, 고생한 어르신들이 자식을 자신처럼 살게할 수 없다고 할수 있는 한 최고의 학교를 보냈다. 그래서일까, 현재 우리나라에는 고급 인력이 넘쳐난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기업은 외국에서 값싼 인력을 들여오거나 아예 외국으로 생산업체가 이주하기도 한다. 그것은 우리나라 청년실업이 늘어나는 요인 중 하나가 된다.
 
달라지는 기후와 풍토에 따라 개량된 씨앗을 뿌리듯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살아남으려면 개인이든 국가든 어떤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끈기’하면 예로부터 우리 국민이 지켜온 미덕이었다. 여기에 현재와 미래에 대한 꾸준한 사전 준비가 더해진다면 구멍난 손익계산서를 돌파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 된다.
 
‘겨울나무에 묶어둔 빈손’은 농부의 손일 수 있고, 자식의 손일 수 있다. 아무려나 “봄, 다시 잘 살아야지” 용기를 건네는 이 말에서 묵정밭을 갈아엎고도 남을만한 힘이 느껴진다. 끊이지 않는 자기검열을 통해 낙담을 통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시인 정민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