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 천재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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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 천재의 능력
  • 김현
  • 승인 2019.08.27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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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명석함과 고상함에 관하여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서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 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지난주 합류한 김영애(생활소품작가), 서정혜(의류디자이너)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요,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김영애는 헤르만헤서의 ‘르’,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베’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22장

“ 조사의 우수성이란 명석한 동시에 비속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일상어로 된 조사는 가장 명석하기는 하나 비속하다. 신기한 말을 사용하는 조사는 고상하지만 평범하지 않다. 신기한 말이라 함은 외래어, 은유, 연장어 및 일상어와 다른 모든 말을 의미한다.” 145쪽

 

 체: ‘조사’는 문자를 선택하거나 배열하는 용법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일상어와 신기한 말 중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고상한 지 명석한 지가 드러난다고 하고 있어요.

 스: 글을 읽을 때 어렵게 느껴지거나 고상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작가가 사용하는 단어나 어조, 문체에 따라 느낌이 다르잖아요.

 트: 이상의 시 중에는 은유로만 쓴 경우가 있는데 도통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요.

 

조영남(2010),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 한길사.


 
체: 제 기억으로 ‘오줌’이라는 시는 정말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요. 불어와 한자 그리고 비형식적 단어 나열이 시를 어렵고도 기괴하게 만들고 있는 것 같아요.

 베: 여기서도 ‘나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불을 가지고 구리쇠를 용접함을 보았다’ 라는 예시 문을 들어 설명하는데 처음에는 무슨 소린가 했어요. 은유의 결합으로 된 문장인데 쉽게 얘기하면 오늘날 부황 뜨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 하네요.

 이: 불을 가지고 구리쇠를 용접한다는 것이 부황기계를 사람의 몸에 대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군요.

 스: 성경을 보면 잘 이해되지는 않지만 뭔가 멋진 말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명석하지 않지만 고상한 느낌이 들어요.

 베: 맞아요. 성경책은 뭔지 모르겠지만 다양한 문장형식들과 단어들이 주는 고상함이 있어요.

 체: 성경 빌립보서 3장 8절에 ‘내 주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라는 말씀이 있는데요. 고상함이란 품위나 몸가짐이 높고 훌륭한 것을 말하는데 단어나 글도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신비롭네요.

 스: 요즘 쉬운 성경책들이 나오면서 명석해지기는 하지만 고상함이 떨어진 느낌이 들어요.

 트: 제의형식이 주는 엄숙함이나 성경해석의 독점권이 무너지는 시대에 살다보니 고상함에 대한 열망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귀족들의 문화나 고딕 건축에서 느낄 수 있는 고풍스러움이 편리함과 심플함으로 대체되어 고상함은 이제 옛 유물처럼 박제화 된 감정이 돼버린 것 같아요.

 체: 귀족들이 그들만의 문화와 룰들로 일반 대중들과의 차이를 노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만들고 향유하면서 일반대중들에게 그들의 문화가 주는 고풍스러움과 그들이 향유하는 모든 것들이 풍기는 고상함을 동경하게끔 했던 것 같아요.

 

 “ 여러 표현 양식과 합성어 및 외래어를 적당하게 사용함은 중요한 일이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은유에 능한 것이다. 이 능력만은 타인으로부터 배울 수 없는 것이고 천재의 표징인 것이다. 왜냐하면 은유를 잘 한다는 것은 상이한 것 중에서 서로 유사한 점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 말한 여러 종류의 말 중 합성어는 디티람보스 시에 적합하고 외래어는 영웅시 즉 서사시에, 은유는 단장격 시에 적합하다.” 149

 

 체: 지난 시간에 은유에 대해 얘기했는데 신기한 말 중에서 은유는 천재들의 능력이라고 하는데요. 오늘 우리들도 은유로 표현하기 해보면 어떨까요?

 베: 천재가 아니라서 다들 시선을 피하는데요.

 체: 이런 원탁에서 정해지지 않는 순서를 정하는 것을 ‘원순열’이라고 하는데 처음 순서를 정해야만 다음 순서를 정할 수 있는데요 누기 먼저 시작해 주시죠.

 스: ‘우리 시학모임은 뺑뺑이다’ 시학을 중심으로 모두 모여 돌아가고 돌아가는 순간에는 서로 웃고 즐기다가 멈추면 뭐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놀이터 놀이기구 회전무대, 일명 뺑뺑이라고 불린다.


 
이: 너무 적절한 은유인 것 같아요.

 체: 오늘도 뭔가를 얘기 했는데 즐겁고 재미난 느낌만 남아 있는 상태이니 ‘뺑뺑이’를 타고 내린 거군요. 다음에도 그럴 것 같은 예감을 품고 그만 끝내는 것으로 할께요.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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