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른 거리는 디플레이션 그림자
상태바
아른 거리는 디플레이션 그림자
  • 정세국
  • 승인 2019.09.11 10: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세국 / 인천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디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시기에 처해 있다. 통계청은 지난 8월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0.038%이고 농산물은 1년 사이에 11.4%나 하락했다고 발표하였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하지만 물가가 떨어지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한 디플레이션에 서서히 다가서고 있다는 전문가가 많다.

물가가 내리면 서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 할 수도 있다, 아파트 가격이 내리면 자기 집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 시민들의 경제개념이다. 항상 오르기만 해서 제대로 자기 집을 구입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줄 수 있게 되어 호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가격이 내리기 시작하자마자 그 가격에 구입할 사람은 없다. 조금 더 내릴 때를 기다렸다가 사겠다고 하면서 지갑을 열지 않는다. 가격이 바닥에 도달할 즈음에 살 요량을 가지고 있는 게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내려가더라도 어느 정도 내려가면 좋은데 아파트 공사원가까지도 넘어서게 될 수도 있다. 안 팔리는 아파트는 계속 팔리지 않다가 손해보고도 팔아야 하는 시기에 도달하면 그 아파트 공급자는 금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적자를 보더라도 팔아야 한다. 이렇게 되는 경우가 모든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순간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디플레이션이란 단순히 물가만 내려간다는 면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물가는 내려가지만 소비자가 그것을 구경만 할 뿐 구입하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는 게 더 위험한 일이다. 소비자가 지갑 열기를 꺼려함으로써 공장이 생산을 줄이게 되며 동시에 판매과정에 있는 도매상이나 소매상들도 덩달아 위축되는 게 디플레이션의 험한 모습니다. 감산된 생산량으로는 아무리 팔아도 전 기간보다 매출 감소를 만회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품이나 서비스가 모이면 디플레이션의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다.

우리 경제는 90년대 말 일본 경제와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마이너스 물가와 2%대 경제성장율, 급속한 고령화라는 3가지 요인으로 인해 일본이 30여 년간 어려움을 겪었었다. 당시 방문한 세이부 백화점에는 1층은 그런대로 밝았으나 2층 이상에는 형광등이 하나건너 밝혀 있었다. 종업원은 ‘하도 장사가 안되어 완전히 문을 닫지는 못하고 그나마 지나가는 사람들이 불편하지나 말라고 겨우 하나씩만 켜 놓았다’고 말 하였다. 겨울 스키복을 정가의 20% 정도 아주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매장도 있었다. 흥정을 하는 사람은커녕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일본의 디플레이션 상태를 실감하였다.

일본은 지난 30년간의 디플레이션의 악몽을 뚫는 방안으로 소비 촉진을 위한 문화상품권을 대량으로 살포하였다. 그러나 물건은 구입하지 않고 오히려 상품권을 저가에 팔아서는 저축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금리는 최저로 떨어져 심지어는 마이너스 금리까지도 등장하였다. 물론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조금 잡혔다고는 하지만 이런 현상을 넘어서기 위해 엄청난 엔화를 찍었다. 일명 양적완화정책이라는 것은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이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잘못된 정책 중의 하나로서 사용하였다. 이를 타개하고자 아베노믹스라는 그늘아래 대규모 국채매입 등을 통하여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개인소비 증가 및 주가도 상승하도록 하였다. 그런 틈을 이용해 아베 총리는 일본국내 방위만을 담당하는 자위대의 역할을 국제사회까지 넘보는 헌법 개정안을 관철시키고자 하였다. 일본 총리의 전략은 정권연장을 통해 헌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속셈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 배제라는 명목으로 통제하여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마음껏 누려보려다가 우리 국민과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주춤하는 상황에 있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일본정부의 추진 정책과 달리 기업에서는 독자적인 유통경로를 구축하여 물류비용을 최저로 하는 기반을 갖추었고 PB상품(Private Brand products)의 개발을 통해 자신만의 강점을 극대화하기도 하면서 탈출구를 찾았다.

우리 정부는 작금의 어려운 경제현실이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는 판단아래 공공투자에 55조, 14개 기금을 투자활성화로 방향을 맞추는 등 공공투자 및 내수활성화, 수출 활력 등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햇살론 등을 통해 서민금융부담을 완화하고 교통비 저부담, 중소기업 수출 활력 제고 및 수출 인프라 확보를 위한 스마트팩토리 지원 등을 실시한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경제의 방향타를 수정하기에는 어렵지 않을까하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대중 정부가 중소벤처열풍으로 시도한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의 이동은 지금 정부에서도 숙원일진대 그를 과거의 적폐청산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일본도 90년대 초기 이런 현상이 나타났었으나 90년대 말까지도 장기적으로 불황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은 채 있다가 그후 20년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일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현재의 경제에 활력을 살리는 정책이 그림자가 더 짙어지기 이전에 디플레이션이란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촛불정부가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인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