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모든 것, 다 행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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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모든 것, 다 행복하라.”
  • 한인경
  • 승인 2019.09.27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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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안녕 베일리 A Dog's Journey』



<한인경의 씨네공간>은 2016년부터 ‘그해 주목받은’ 또는 ‘다시 주목하는’ 영화들을 선정하여 평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9년 3월부터는 미추홀구의 예술영화관 '영화공간주안'과 한인경 작가와의 협약 하에 <인천in>에 게재합니다. '영화공간주안'이 상영하는 예술영화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를 나눕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 다 행복하라.”
 
『안녕 베일리 A Dog's Journey』
 
“나의 베일리를 기다리며”

개 봉 : 2019. 09. 05(109분/미국)
감 독 : 게일 맨쿠소
출 연 : 조시 게드(베일리 목소리), 데니스 퀘이드(이든), 케서린 프레스콧(씨제이)
장 르 : 가족 드라마
등 급 : 전체 관람가
 
 

 출처 : 영화『안녕 베일리』


1.
 
이번 달에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동물 관련 영화로 『안녕 베일리』,『동물, 원』, 이렇게 두 편이 같은 날에 개봉됐다. 두 영화의 동시 개봉은 여러 면에서 의미 있다. 안녕 베일리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영화를 끌고 가지만, 『동물, 원』은 현재 청주 동물원의 동물들과 수의사들의 일상을 소박하게 그리고 있다. 두 영화는 인간과 동물과의 거리를 한 단계 가깝게 끌어준 긍정적 효과를 만들어냈으며, 애니메이션에서 좀 더 익숙했던 동물 스토리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어엿한 일원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안녕 베일리』중심으로 글을 쓴다. 특히 애견인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개봉일 것이다.
 
반려동물 가구 수가 천만이 훌쩍 넘었다. 2018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 결과 보고서(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를 인용해 본다.
 
반려동물 양육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국민 중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가구의 비중은 23.7%이며, 개는 18.0%, 고양이는 3.4%, 기타 동물의 양육 비중은 3.1%로 보고하고 있다.
‘반려동물’이라는 용어는 ‘1983년 10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애완동물” 이란 말 대신 사용하기로 제안해서 미국,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2013년까지는 애완동물 > 반려동물, 2014년부터는 애완동물 < 반려동물로 주제어의 축이 이동하였다.’라고 보고하고 있다.
 
신조어도 만들어졌는데 ‘펫팸petfam족’이라는 단어는 반려동물을 뜻하는 팻(pet)과 가족의 패밀리(family)가 합쳐진 용어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을 말한다. 반려인과 반려동물이 함께 하는 장면은 이미 익숙하다. 이에 힘입어 반려동물 관련 산업도 계속 성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스크린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어느새 여러 동물들이 주연이든 조연이든 주요 역할을 맡으면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는 스타 캐릭터들이 포진하고 있다. 『라이온 킹』의 심바, 『언더 독』의 뭉치를 비롯한 강아지들, 『니모를 찾아서』의 아기 물고기 ‘니모’, 『앵그리 버드』의 레드를 비롯한 예쁜 색의 새들 등등은 일명 ‘덕후德厚’팬을 확보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기억하고 싶은 동물 관련 영화로 두 편이 생각난다. 『옥자』(2107)에서는 거구의 동물 옥자를 출연 시켜 동물권動物權, 육식, 동물 ‘옥자’와 사람 ‘미자’와의 특별한 우정 등을 생각게 했다. 또 『내 어깨 위의 고양이, 밥』(2017)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떠돌이 버스킹 뮤지션과 유기묘 밥(Bob)과의 우연한 만남으로 영화가 전개되며, 주인공이 인생 터닝 포인트까지 맞으면서 희망 메시지를 주는 영화였다.


 

영화『안녕 베일리』포스터 

 
필자는 실제 동물이 출연하는 영화를 볼 때 주의 깊게 보는 포인트가 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 연기해야 하는데 아무리 훈련이 잘된 동물이라 해도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동물이 연기하기엔 힘들었을 영상이 없기를 바라면서 러닝 타임 내내 관심을 두곤 한다.
 
그런 점에서 두 편의 영화 제작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간략 스토리를 적어본다.
 
먼저 『안녕 베일리』는 전편 『베일리 어게인』의 속편 성격이면서 죽은 후 환생한다는 같은 설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견공 ‘베일리’가 사후 여러 차례 다른 모습으로 환생한다. 베일리의 주인 ‘이든’은 베일리의 마지막 순간에 ‘혹시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손녀 ‘씨제이’를 위해 와 달라, 내가 널 필요로 했듯이 씨제이도 네가 필요하단다.’라며 숨을 거두는 베일리의 귀에 대고 메시지를 전한다. 베일리의 존재 목적이 생긴 것. 자신의 주인이 내리는 미션이라 생각한 베일리는 이후부터 미션 수행을 위해 몰리, 빅독, 맥스로 환생하면서 오매불망 씨제이를 찾아 나선다. 씨제이는 할아버지의 집을 떠나 엄마와 뉴욕으로 떠나게 되고, 그 후 우여곡절을 겪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환생한 베일리, 완전히 다른 모습이지만 결국은 베일리임을 알게 된다. 베일리는 씨제이와 어릴 적 옆집에 살던 ‘트렌트’와 사랑의 가교, 희망의 가교 역할을 믿음직스럽게 해낸다.
 

출처 : 영화『안녕 베일리』
 

특히 이 영화는 한국의 가수, 탤런트인 ‘헨리’가 여주인공 씨제이의 상대역으로 출연해서 화제가 되었다. 헨리에겐 할리우드 첫 진출작이었는데 씨제이의 어릴 적 옆집 살던 친구이면서 연인으로까지 발전하게 되는 중국인 트렌트 역으로 출연한다. 헨리는 장난스럽고 흥 많았던 평소의 이미지를 벗고, 침착하며 사회와 잘 적응해가는 청년 트렌트 캐릭터로 무난하게 연기했다. 씨제이 배역은 ‘캐서린 프레스콧’이 맡았는데, 지난 8월 ‘나 혼자 산다’라는 TV 프로그램에 헨리와 출연해 영화 홍보 효과에도 한몫했다.
 
 
잠시, 영화『동물, 원』은
3년이란 기간 동안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로 사육사들의 반복되는 업무인 먹이 주기, 청소, 포육 등 거의 상상 가능한 일상을 강한 임팩트 없이 보여준다. 자연에서 살아야 할 야생동물들, 그 야생동물이 살고 있는 ‘원’에서는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하고 또 거의 죽을 때까지 있어야 할 닫힌 구역이기도 하다.
 
사육사들은 침착하게 말한다. 동물권動物權, 동물복지 등을 생각해 보면, 야생에 있어야 할 동물들이 울타리 안에서 평생 있어야 하는 현실이 불편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 보호라는 점에서는 동물원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피력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들에 대하여 사람과 동물 서로가 윈윈하는 정책을 기원해본다.

 

출처 : 영화 『동물, 원』
 
 
3.
 
작년 추석 전후 등록된 유기동물은 2,383마리, 지난 설에도 1,355마리가 유기동물 시스템에 등록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사실 실제로는 통계에 잡히지 않은 더 많은 유기동물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동물자유연대’, ‘동물권 행동 카라’, ‘케어’ 등 동물보호단체가 활동 중이며,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사재를 털어가며 유기견, 유기묘, 학대당한 동물들을 돌보는 사람들도 있다. 동물들이 겪고 있는 비상식적인 상황들이 여러 루트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동물에 대한 의식도 차츰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가운데 동물영화제에 대한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소개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 다 행복하라'
 
동물권 운동 단체인 ‘동물권 행동 카라(Korea animal rights advocates)’는 올해 9월 27일~29일까지 제2회 카라 동물영화제를 연다. 『리틀 포레스토』(2018)의 임순례 감독이 대표를 맡고 있는데, '살아 있는 모든 것, 다 행복하라'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해 처음 시작한 영화제로 알고 있다. 올해는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 지나치게 많은 동물을 기르는 '애니멀 호딩'부터 들개, 육식주의, 멸종 등 동물과 관련한 이슈 등을 짚은 영화 14편을 상영한다.
 
슬로건, 마음에 와닿는다. 『동물, 원』사육사들이 보여준 모습도 결국은 이 슬로건의 의미가 체화된 사람들이었을 것이며, 영화『안녕 베일리』관계자들도 동물권에 대한 기본 인식을 갖추고 촬영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롱 테이크 촬영보다는 베일리의 달리고 바라보고 엎드리고, 사랑받는 장면들과 더불어 훈훈한 스토리텔링으로 동물과 함께 하는 따뜻한 가족영화를 탄생시켰다.
 
주인이 퇴근이나 여행하고 돌아왔을 때 떨어져 있으면서 주인을 기다리던 강아지가 보여주는 ‘세레모니’는 어지간히 동물에 관심 없고 무뚝뚝한 사람조차도 순간 무장해제 될 정도다.
 
동물, 사람과는 사뭇 다른 그들이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사랑스럽고 신기하기도 하고 가까이 가지 못할 정도로 무섭기도 하고 한 것이다. 극히 일부분으로 알고 있지만 -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동물이, 직립보행이 힘든 동물이, 두려움, 고통을 느낄 줄 아는 동물이 곡예에 가까운 훈련된 행동을 보여 주고, 사람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구경하고 웃음과 박수를 보내곤 하는…… 글쎄?
 
필자는 강아지와 19년간 함께 살다 헤어졌다. 베일리가 환생을 거듭해서 자신의 미션을 다한다는 동화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영화지만, 반려인의 한사람으로서 영화 속으로 적극적으로 들어가 나의 베일리를 기다려본다면?
 
‘살아 있는 모든 것, 다 행복하라.’
어쩌다 견생으로 살다 할리우드 영화까지 출연하게 된 『안녕 베일리』여러 출연견들, 그들다운 연기에 큰 박수를 보낸다.
 
한인경 / 시인 · 인천in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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