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댁 지네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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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댁 지네 소동
  • 문미정 송석영
  • 승인 2019.10.2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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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지네 물렸을 때 대처방법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젊은 부부가 인천 앞바다 장봉도로 이사하여 두 아이를 키웁니다. 이들 가족이 작은 섬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인천in]에 솔직하게 풀어 놓습니다. 섬마을 이야기와 섬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일상을 이야기로 만들어 갑니다. 아내 문미정은 장봉도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가끔 글을 쓰고, 남편 송석영은 사진을 찍습니다.

 
“앗, 따거! 누가 압정을 바닥에 떨어뜨렸어!”
하며 압정을 치우러 일어나 시계를 보니 새벽 3시다.
이불을 뒤적거리며 압정을 찾았다. 그런데 압정은 보이지 않고 커다란 지네가 이불에서 뚝 떨어진다. 적어도 15센티는 되어 보이는 크고 통통한 놈이었다.
 
당장 마땅히 때려잡을 도구가 곁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닭에게 줄 생각도 나는지라 얼른 주방에서 고무장갑을 끼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냉큼 지네를 움켜잡았다.
“아야!”
맙소사! 고무장갑을 뚫고 내 손가락을 또 문다. 고무장갑을 뚫다니! 지네를 너무 쉽게 본 탓이었다. 나는 지네를 방바닥에 도루 떨어뜨린 채 현관에서 신발을 들고 들어왔다. 눈 앞에서 물린 나는 화가 났는지 ‘그 녀석’ 지네를 무지하게 두들겨 패주었다. 지네는 아작이 났고 나는 욱신거리고 아팠다.
 
핸드폰을 찾아 지네에게 물렸을 때 대처방법을 찾았다. 우선 물로 씻어내고 병원을 가란다. 하지만 여기 장봉에는 병원은 없고 보건지소만 있다. 그래도 야간 당직을 하는 걸로 알고 있어서 다급한 나는 그 시간에 보건지소로 전화를 했다. 핸드폰으로 착신이 된 듯한 벨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응답이 없다.
 
나는 우선 차에 시동을 걸고 물린 곳을 물로 계속 씻으며 전화를 몇 번이고 했지만 응답이 없다. 농촌에 사는 선배네 아내도 지네 때문에 응급실을 몇 번 갔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같은 사무실 쓰는 선생님도 작년에 지네에 물려 며칠을 불편해하던 게 생각났다. 당장 내일 중요한 업무가 있는데 출근을 못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다 나가 있고 나 혼자 있는 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일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옹암교회 사모님이 들려주신 대처법이 생각이 났다. 생밤을 으깨어 붙이면 감쪽같이 가라앉는 다는 것이었다. 밤이 없으면 잎사귀라도 으깨어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고 했어다. 하지만 집에 밤이 없었다.
‘밤나무, 밤나무....’
나는 밤나무를 떠올렸다.
“아! 뒷산 입구에 밤나무가 있었지!”
나는 핸드폰 라이트를 켜고 밤나무 곁으로 갔다. 키 작은 나는 의자를 가져가 딛고 밤나무 잎을 한 움큼 잡아 뜯어 물로 씻고 손으로 비벼 으깨었다. 가을이라 즙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물린 곳에 갖다 붙여본다. 효과가 있는 지 없는 지 모르겠다. 자면서 물린 곳은 사실 어디인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러면서도 나는 계속 보건지소에 전화를 했다. 아직도 전화를 안 받는다. 일단 보건지소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에 전화가 연결되었다. 지네에 물린 거 가지고 왜 이리 호들갑이냐는 눈치다. 나는 일단 출발하였으니 가겠다고 했다. 보건지소에서는 약을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주사 같은 건 안 놔줘요?”
“호흡이 곤란하세요?”
“아니요.”
“그럼 약으로 충분하고 호흡이 곤란하거나 하면 여기서도 해결이 안돼요. 헬기 타고 나가야 해요. 호흡이 곤란하면 119 불러서 나가셔야 하고요. 호흡이 곤란하거나 한 거 아니면 이렇게 오실 필요 없어요. 천원이에요.“
“저 급히 나오느라 지갑을 두고 왔는데... 여기 간호사 선생님이 저희 앞집에 살아요. 그 편에 보내 드릴게요.”
새벽 잠을 깨운데 모자라 돈도 안 가져 온 나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봤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무서웠고, 놀라서 지갑을 두고 온 것을......

밤나무 잎사귀 때문이었을까? 처방된 약 효과였을까?
나는 나머지 새벽잠을 자고 다음날부터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주변에 지네에 물린 분들이 나타났지만 나처럼 수월하게 지나간 사람은 별로 없으니 나는 밤잎 효과라고 보여 진다.
 
아직도 집 안팎으로 지네가 많다. 집안에서 이불을 털거나 옷을 털면 떨어지기도 한다.
“여보! 지네 또 나타났어!”
“잘 잡아! 닭 주게!”
잠시 후,
“잡았어?”
“아니, 내가 잡으려고 했는데 깜돌이(닭)가 들어와 있었나봐. 얼른 물고 나가더라고.”



 

우리 집 지네소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행히 아직은 나만 물려봤고 아이들도 남편도 무사하다. 날이 추워지니 집 안에서 지네가 더 많이 보이는 듯하다. 나를 물었던 큰 녀석이 새끼를 치고 갔는지 요즘은 작은 녀석들이 많이 보인다. 두 달에 한번 직장에서 방역을 해주고 가면 며칠 동안은 더 자주 나타난다. 언제 또 물릴지 모르니 올해는 밤을 좀 어디서 구해서 얼려두어야 하나보다. 밤 잎이 떨어지고 새잎이 나려면 내년 여름까지 몇 달은 치료제 없이 지내야 하니까.



 
오늘도 지네를 몇 마리 잡아먹은 우리 집 닭들은 포동포동 살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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