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광장을 찾아, 부평역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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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의 광장을 찾아, 부평역 광장
  • 유광식
  • 승인 2019.10.31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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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람일기]
(16) 부평역 광장 중심으로 / 유광식

지난 27일(日)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30회 인천노동문화제 모습, 2019ⓒ유광식

 

 

인천 부평역은 경인선 철도의 ‘인천 출입문’ 역할을 할 정도로 드나듦이 상당하다. 1991년 민자역사로 기공된 이후로 현재까지도 단일 유동인구로 보자면 인천에서 으뜸이 아닐 수 없다. 인천, 서울 1호선 라인이 교차, 환승하는 구간인 부평역은 건물 자체도 크지만, 가지 뻗은 상권이 매우 넓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많고 물자도 많아 늘 불야성을 이룬다. 처음 부평역의 인상은 단출했다. 매머드 같다는 생각뿐이었다. 이 생각은 어느 한 편으론 맞는 것 같고 어느 한쪽으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역에 도착하면 지하 개찰구 앞의 물 없는 분수대를 맞이한다.

 

 

 

 

 

 

부평역사쇼핑몰의 거대한 몸짓, 2019ⓒ유광식

 

 

부평역 지하는 거대한 문어 다리처럼 뻗어있는 지하세계로 내던져 준다. 대체로 한 자릿수로 끝나는 출입구는 이곳에서만은 두 자릿수도 허다한데, 머나먼 정글처럼 아득해진다. 그렇더라도 부평에 거주하거나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생생히 기억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관심이 옮겨 간 곳은 북부역 방향의 작은 광장이었다. 얼핏 보면 동네 공원 같은 곳이지만 들어가려면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지하 모두몰 상가 출구로 나와야 하는, 외딴 섬 같은 곳이다. 인천의 광장이라고 부르는 부평역 광장이다. 

 

 

 

 

 

 

새 단장 공사를 위해 펜스로 둘러친 부평역 광장, 2018ⓒ유광식
 

최근 촛불 정국을 넘어 다양한 장소에서 민주주의의 본래 의의를 부르짖는 집회가 많다. 시민들의 축제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여파로 취소가 줄을 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광장 민주주의의 움직임은 취소는 커녕 유발되고 있다. 광화문이나 여의도, 서초대로 등에서 광장의 확장은 우리의 목소리가 다양하고 강력하게 전달되는 통로가 아닌가 싶다.

부평역은 과거 인천지역을 대표하는 집회 장소로, 나 또한 자주 부평역에 오갔었다. 일찍부터 부평역 광장은 잘은 몰라도 인천의 각계각층에 광장의 역할을 해왔던 장소이다. 그러나 물리적 광장의 존재는 환영하지만, 심적으로는 부평역 광장이 인천의 마음 광장이 분명하다는 생각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다는 점 또한 분명 존재한다. 최근 광장은 새롭게 단장되었다. 엉성했던 구조를 반듯하게, 조명도 나란히, 바닥도 가지런해졌다. 특이했으나 이상한 조형물도 철거했고, 무대용으로 쓰는 단의 높이도 보도와 나란히 맞췄다. 그리고 다시 지역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부평역 광장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30주년 인천시민대회 공연, 2017ⓒ유광식
 

부평대로에서 6월 민주항쟁 30주년 인천시민대회 길놀이, 2017ⓒ유광식

 

지난 8월 말에는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이곳에서 열렸고, 반대 집회가 맞은편에서 열리기도 했다. 주장은 하되 서로가 극렬하게 대치국면을 만드는 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작년 동인천역 북광장에서의 폭력 사태를 상기하면 광장문화가 애석할 따름이다. 부평역 광장은 위치가 나쁘진 않지만 역전 정류소 역할로 인해 도로로 빙 둘러싸여 있다. 폐쇄된 공간은 아닌데 사람들은 폐쇄공간처럼 멀리서 응시만 하고 지나치기 다반사다. 먼발치 그들만의 행사로만 남을 수 있음이 지나는 시민의 한사람에게는 아쉬운 점이다. 최근 인천시청 앞 광장을 개방하는 공사가 마무리되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여파로 인천시민의 날(10.15)을 지나쳐 11월 1일 ‘인천애(愛)뜰’ 이 개장한다. 이 글을 읽는 오늘(금) 개장이다. 

 

새 단장 전에 설치되어 있던 조형물(거북이와 토끼의 경주?), 2017ⓒ김주혜
 

지난 주말 부평역 광장에서는 30회를 맞이한 인천노동문화제가 열렸다. 노동의 도시답게 오래도록 이어져 온 행사가 애틋하지만, 나는 한편으로 아쉬움이 많다. 연속적인 음향 중심적 진행은 긴 시간 ‘축제’라는 기억을 담아주기보다는 ‘행사’라는 성격만 짙게 해줬기 때문이다. 구성은 피크닉 분위기인데 쩌렁쩌렁한 마이크 소리 때문에 선동의 모습이 엿보였다. 노동문화제도 가끔은 시민과 함께하는 놀이문화제, 시민문화제가 되길 바라는 맘이다. 

예전부터 자문해 보았던 것이 인천의 ‘광장’이 어디인가였다. 스스로 걸어 다니며 인천에서는 어떤 장소를 광장이라 부를 수 있나 생각해 보았다. 옛 시민회관 쉼터와 부평역 광장이 그곳으로 꼽히긴 한다. 섬과 같은 부평역 광장에는 지역 인사들이 한대 뭉쳐 세워둔 민주주의 비가 하나 있다. 겨울이 찾아들기 전에 숨바꼭질하듯 한번 찾아보면 좋을 것이다. 
 

6월 민주항쟁 기념 표석을 보며, 2017ⓒ김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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