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공청회 왜 했나 … "변죽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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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공청회 왜 했나 … "변죽만 울렸다"
  • 김주희
  • 승인 2010.12.1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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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행정위, 반대 여론 아랑곳없이 '학력향상 선도학교' 예산 무사 통과

취재: 김주희 기자



인천시의회가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검토할 시간조차 갖지 않고,
이틀 만에 공청회에서 다룬 사업 예산을 삭감 없이 통과시켜 비난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일 시의회 중앙홀에서 열린 학력향상 선도학교 관련 공청회 모습.


인천시의회가 변죽만 울리고 거수기 노릇만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시의회가 스스로 '학력향상 선도학교'에 대한 공청회를 연지 이틀 만에, 그것도 학부모·교육단체의 강했던 반대 여론은 아랑곳없이 이 사업과 관련한 예산을 단 한 푼도 삭감하지 않았다.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8일 교육지원담당관실이 올린 '학력향상 선도학교'(옛 명칭 10대 명문고) 관련 예산 20억 원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6일 오후 학부모·교육 관련 단체와 시의원, 교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 사업과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한 지 이틀 만에 벌어진 일이다. 게다가 이날 공청회에선 이 사업에 대한 찬성 의견보다는 반대 의견이 더 강했다.

반대 의견을 낸 토론자들은 '학력향상 선도학교' 사업이 명칭만 바꿨을 뿐 10대 명문고 사업과 다를 바 없고,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고교 평준화 제도'를 철회하자는 선언과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교육 전문가들의 연구 자료를 근거로 인천지역의 학력을 끌어올리려면 상위층보다는 가능성 있는 중위권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특정학교에 대한 예산 집중은 학력 양극화 현상을 부추길 뿐 아니라, 비선정학교의 박탈감만 키워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교서열화로 중학교까지 입시 열풍이 불고 이에 따른 사교육비 증가 등을 우려했다.

특히 찬성하는 쪽도 "최선은 아니어도 인천지역 학력을 높이는 방안"으로 이 사업을 보면서도, 시와 시교육청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야기해 불신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기획행정위 전원기 시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지역 여론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면서 "시민을 위해서 추진하는 사업인 만큼 반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 시의원은 "12월25일 학교 배정을 하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면서 "공청회 토론회를 거쳐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교육위원인 김영태 시의원도 지역 내 '학력향상 선도학교' 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면서 특히 신설학교에 불리한 심사 기준에 대한 개선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김 시의원 역시 여론 수렴 없이 급하게 시와 시교육청이 사업을 추진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컸다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주문했다.

공청회에 앞서 시의회 내부에서는 "시의회의 예산 승인도 없이 시와 시교육청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것은 시의회를 무시한 처사"라면서, 이 사업에 드는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는 의견이 팽배했다.

그런데도 공청회를 연지 이틀 만에 공청회를 주관한 시의회 기획행정위가 공청회에서 나온 반대 의견은 아랑곳없이, 더 이상 공청회나 설명회가 열리지도 않았는데, 시 집행부의 사업 계획을 원안 그대로 통과한 것이다.


6일 시의회 주관 공청회에서 참가한 토론자들이 '학력향상 선도학교'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들은 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이 사업에 대한 반대나
재검토를 주장했고, 찬성하더라도 충분한 의견수렴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 인천지부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공청회에서 나온 반대와 우려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한 시의회"를 비난했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6일 시의회 주최로 있었던 공청회는 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 한 목소리로 '학력향상 선도학교 계획'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많은 지적을 했다"면서 "공청회 취지대로라면 그런 목소리가 당연히 반영돼 (사업을) 전면 재검토한 후 문제점을 최소화한 올바른 교육지원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시의회 역할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결국 시의회가 공청회를 연 것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면서 시의회가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꼬집었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교육예산을 늘리는데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된 지원과 경쟁 과열을 부추기는 사업을 반대하는 것이다"면서 "기획행정위의 잘못된 결정을 반드시 이후 본회의에서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쪽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학력향상 선도학교는 전국 최하위권인 인천지역의 학력을 높이려고 시와 시교육청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다.

송영길 인천시장의 공약사항인 '10대 명문고' 사업의 명칭만 바꿔 추진하는 것으로, 인천을 10개 권역으로 나눠 총 10개 학교를 '교육인천 10대 명문고'로 지정해 한 학교당 4억 원씩 4년간 지원한다. 선정학교는 영재학급 운영, 수준별 수업 프로그램 운영, 기숙사 운영 등에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이들 학교는 자율학교로 지정돼 학교 정원의 10% 범위에서 1지망 선배정할 수 있는 혜택을 받는다. 또 우수교사 초빙권과 공통기본교육과정 35% 자율 운영 등도 할 수 있다.

10대 명문고 이외에도 시와 시교육청은 잠재성장형 고등학교 15개교를 선정해 지원하고, 기숙사 건립이 필요한 3개 학교에도 예산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이 사업을 위해서 프로그램 운영비로 20억 원, 잠재성장학교 지원에 따른 예산 7억5천만 원, 기숙사 건립비로 120억 원을 각각 책정했다. 시는 지난 9월3일 '교육인천 10대 명문고' 육성·추진 계획을 세웠고, 다음달 4일 시교육청과 '교육발전협력'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다.

시교육청은 '10대 명문고' 선정 사업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지난달 1일 명칭을 '학력향상 선도학교'로 바꾸고 대상 학교를 선정하기 위한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이 공모에는 인천지역 85개 고등학교 중 68개 학교가 지원했다.

시 교육청은 학부모·교육 관련 단체는 물론, 시의회에서조차 이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대상학교 선정 작업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하지만 이날 시의회 기획행정위의 예산안 통과로 시 교육청은 공모 절차를 곧바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학력향상 선도학교' 사업 예산은 앞으로 있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의 심사와 의결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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