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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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 김주희
  • 승인 2011.01.04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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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창간 1주년 기획] 인천, "문화를 품자" ③ 문화도시를 꿈꾸다

[인천in 창간 1주년 기획] 인천, "문화를 품자"

 ① '회색도시' 인천은 이제 안녕~

② 문화 없는 '경제수도'는 없다

③ 문화도시를 꿈꾸다

 취재:김주희 기자 

"나는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백범 김구


인천은 바다를 낀 도시다. 인천의 도시 정체성을 바다에서 찾는 전문가들이 많다.

 ▲인천, 문화도시를 꿈꾸다

도시학자들은 경제발전과 더불어 사람들이 살고 싶은 도시에 대한 욕구가 '편리성→환경성→도시미→문화성' 순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한다.

21세기 도시의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 역시 그 도시가 지닌 경제적인 힘에서 환경·문화·사회적 힘으로 옮겨가고 있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각 도시들이 양적 성장뿐 아니라 그 도시만의 독특한 정체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문화·환경 등의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고 강조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1980년대 문화경쟁력이 도시 성장을 좌우한다는 '창조도시', '문화도시' 이론이 등장하면서, 여러 도시에서 문화와 역사를 도시전략의 핵심수단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곳이 늘어나고, 인천도 예외 없이 '문화도시'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인천시는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시는 많은 돈을 들여 굵직한 사업을 세워 추진해 왔고, 또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돈의 혜택'을 누려야 할 시민들의 문화행위는 정작 찾아보기 어렵다. 인천시민 10명 중 8명 이상이 경제적인 부담을 이유로 1년에 단 한 번도 전시회장이나 공연장을 찾지 않는다는 게 인천의 현실이다.(2009년 시민의식조사)

이런 결과에 대해서 대부분의 전문가와 시민단체에서는 "인천이 전국 주요 도시 중 문화지표상 수치가 열악한 도시란 오명을 벗으려고 도서관이나 전시관, 공연장 등 시설을 확충하는 데만 집중한 결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인천경제정의실천연합이 실시한 민선4기 3주년 인천시장 공약이행 만족 조사결과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전 안상수 시장의 문화관련 공약 18가지 대부분이 시립미술관 건립 등 건축물 신축이나, 인천&아츠프로그램 정착 등 기존 프로그램의 운영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문화계와 시민단체들은 이벤트성 대규모 문화시설 건립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고, 일반인과 괴리된 박제문화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더군다나 이런 대규모 예산을 수반하는 문화시설이 자생력을 갖추지 못하면, 오히려 도시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경고한다.

지역문화네트워크 박상문 공동대표는 부산시와 인천시의 예술인 창작공간 지원 사업을 비교하며 "부산시가 3억 원을 들여 마련한 창작공간 '또따또가'에서 예술인 367명이 활동하는데, 인천시가 230억 원을 들인 인천아트플랫폼에는 고작 29명이 입주해 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말했다.

인천문화재단 심갑섭 전 대표이사는 지난 6일 퇴임하며 "인천시 당국과 인천시의회가 인천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조금 더 깊이 고민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 적도 있었다"고 한 말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인천에도 보배로 가꿀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많다. 사진은 파라다이스 호텔 아래 있는
한국 최초의 연초회사가 있던 터.(사진=블로그 db0353.blog.me)

 ▲열린 도시 인천

한 도시의 문화는 그 도시의 삶을 투영한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폴은 "문화란 넓은 의미에서 문화 그 자체가 인간이며, 삶이 풍부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은 복잡다양한 문화에서 수백만 가지의 가능한 결합들을 이끌어낸 결과"라고 말했다.

인천을 말할 때 흔히 "도시 정체성이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정명(定名) 600년을 맞는 인천에 왜 정체성이 없고, 문화가 없겠는가.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고, 삼국시대 백제의 첫 도읍지였으며, 오래 전부터 중국과 교통하던 곳이었다. 근대기 서구 문물의 첫 기항지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의 인천이란 도시가 형성된 근대기 이후 한국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토박이보다 타향민이 더 많아져 '인천'만의 색깔에 여러 색깔이 혼합된 게 '정체성 없는 도시'란 말을 낳지 않았을까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지만, 인천만의 독특한 정체성(또는 문화)으로 해석하는 작업은 꾸준히 진행돼 왔다.

인천발전연구원이 낸 '새로운 도시 새로운 인천'에서 신성희 박사는 "인천은 근대사가 낳은 근대성을 지니면서, 개방성, 혼종과 복합성, 서민성 같은 특징을 갖게 됐다"라고 말했다. '개방성'은 바다를 낀 도시로가 지닌 전형적인 특성으로 보았고, '혼종과 복합성'은 타지인들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해석했다. '서민성'은 폭풍우 같은 근현대사를 겪으며 '억세고 뚝심 있는 기질'로 나타나지만, 내면은 따스하고 인정이 풍부한 '정의 문화'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학연구원 김창수 박사도 비슷한 맥락으로 인천의 정체성을 말하고 있다. 김 박사는 '해양도시', '다문화도시', '평화도시'로서 인천을 바라보며, "인천의 도시정체성은 해양성에 기초한 다문화 융합도시로 압축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인천의 도시 발전 전략이 해양도시라는 토대 위에서 기획돼야 한다고 했다. 또 여러 문화가 고유성을 잃지 않고 공존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공존형 다문화 정책에 기반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들이 말하는 인천의 정체성이 담긴 흔적은 도심 곳곳에 널려 있다. 재래시장에도 있고, 굴뚝 높은 공단에도 있다. 달동네와 판자촌에도 있고,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도 있다. 강화도는 섬 자체가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먹을거리에도 인천의 맛과 멋이 담겨 있다. 이야깃거리도 무궁무진하다. 다만 누군가 다듬고 꿰지 않았을 뿐이다.


인천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예술인 창작공간 인천아트플랫폼.
창고를 개조해 만들었다.(사진=블로그 db0353.blog.me)

▲꿈을 현실화하려면

지난 4월 인천문화재단이 '인천문화도시기본계획'을 내놓았다. 2020년까지 문화도시 인천의 청사진을 담고 있는 이 계획은 2008년 실시한 '인천시문화지표조사'를 토대로 했다.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시가 연구를 주도했고, 각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검토와 자문을 맡았다.

'행복한 변화, 함께 만드는 문화도시'로서 인천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그 핵심을 '시민'에 두고 있다. 시민 모두가 행복해지는 도시, 그 도시를 시민과 시정부가 함께 함께 만들자는 구상이다.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적 가치로 △문화 다양성 존중 △문화 공공성 확대 △문화 자생성 강화 등 3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3대 핵심가치 아래 각각 2개의 정책목표를 정해두었고, 이를 실현할 18개의 정책과제와 85개 사업을 세웠다. 시장 직속 민관합동 문화도시추진단이나 문화도시 인천 시민위원회 등을 설치하자는 제안도 있다.

문화도시기본계획은 기존 하드웨어 중심으로 진행된 시의 문화정책과는 차별화한 게 특징이다. 문화를 이끌 인재를 교육하고 시민들의 참여를 높이는, 문화도시로서 토양을 다지고 꽃을 피울 수 있는 방안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이 담고 있는 대부분의 내용은 해반문화사랑회가 2003년 마련한 '인천시 문화예술중장기발전계획'이나 지난 2006년 인천지역 8개 시민문화단체가 내놓은 정책제안, 송영길 시장이 6·2 지방선거때 야권과 시민단체들이 함께 만들어 내놓은 문화공약과 대동소이하다.

지역문화네트워크 박상문 공동대표는 "아무리 좋은 제안이 많더라도 시행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시의 도서관 정책이나 문화재단 조례 개정안 등을 예로 들며 시 문화정책의 폐쇄성과 즉흥성을 비판했다.

시는 조례 입법예고안을 통해 문화재단 기금 1천억 원의 조성 기한을 없앴다. 본디 이 기금은 올해까지 마련했어야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505억 원을 조성하는 데 그쳤다. 시는 지역 여론이 나빠지자, 최근 이 조례안을 부분 수정해 2020년까지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인천민족예술인총연합도 송영길 시장 취임 100일을 맞아 내놓은 '2014 비전과 실천전략'에 문화관련 사업이 소외됐고, 그나마 있는 것도 관광 개발이나 기존 사업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했다. 6·2 지방선서 당시 인천민예총은 송 시장의 당선을 지지하며, 그의 정책공약을 만드는 일에 적극 참여했다.

박 대표는 "시민단체가 제안해 만든 문화예술중장기종합계획이 당초 의도와 다르게 왜곡돼 실현된 적도 있다"면서 "송영길 시장과 인천시가 시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의지를 갖고 문화정책을 실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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