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은 갯벌마저 유린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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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갯벌마저 유린하려는가"
  • 이병기
  • 승인 2010.02.05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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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지역 환경] ③ 송도 11공구 매립

송도11공구 매립구역 예정도

지난 13일 송도 11공구 매립 관련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이 인천지방해양항만청에 제출됨에 따라 이르면 3월께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를 비롯해 수만 마리 철새들의 보금자리 존폐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인천항만청에서 한강유역환경청으로 넘어간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은 전문가 자문단의 검토를 거쳐 60일 이내에 결과를 발표하게 된다.

김연수 한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 주임은 "기준은 60일이지만, 워낙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다소 늦어질 수 있다"며 "자문위원들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로비를 막기 위해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송도 11공구 매립 계획은 지난 2006년 처음 추진됐다. 당시 인천경제청은 제2차 공유수면매립기본계획에 11공구 매립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용역을 의뢰해 매립 타당성을 조사했고, 희귀조류 서식지이자 매립 이후 주변 해안의 오염 등을 우려해 미반영지역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온 국토에 개발 열풍이 불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2009년 인천경제청은 다시 송도 11공구 매립을 위해 국토해양부에 매립기본계획 반영을 신청했고, 환경부와 사전환경성검토 협의를 통해 10.3㎢(약300만평) 중 3.61㎢(100만평)를 조류 대체서식지로, 나머지 7.16㎢(217만평)는 매립하는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다가 시는 갯벌과 철새를 지키려는 시민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작년 말 송도 일부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꼼수'를 부렸다. 인천시는 전국에서 최초로 갯벌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권을 행사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송도매립지 6, 8공구 2.50㎢와 11공구 3.61㎢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인천습지위원회 저어새 네트워크 회원이 송도 갯벌에서 촬영한 저어새 모습.

습지보호구역 지정, 오히려 '분노' 유발

시민사회는 시의 습지보호구역 지정에 대해 "환영은커녕 냉소와 분노를 자아내게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천습지위원회는 "시는 실제 생태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7.16㎢(217만평)의 갯벌은 습지보호지역에서 배제한 채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했다"며 "마지막으로 남은 송도갯벌 매립을 강행하기 위해 여기저기 남은 자투리 갯벌을 지정, 마치 인천시가 습지보호에 나선 것처럼 시민과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천시는 습지보호지역 지정 목적으로 국제적 희귀조류인 저어새 서식 생태에 중요한 지역임을 들고 있는데 저어새의 가장 중요한 서식지는 인천시가 매립하려고 하는 송도 11공구 7.16㎢(217만평)의 갯벌이다"며 "이뿐만 아니라 수만 마리의 도요물떼새와 희귀조류 서식지로서 6.11㎢의 면적은 턱없이 부족하며, 최소한 송도11공구 갯벌(10.3㎢)이 남아 있지 않으면 철새 도래지로서의 역할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인천경제청은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한 13일 송도 11공구 매립공사를 오는 9월부터 시작해 2015년 준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2015년까지 송도 11공구 매립 공사가 마무리되면 첨단산업단지의 부가가치가 높아질 것이다"라며 "매립 공사에 따른 경제적 효과는 사무·기능직 60만4000여명, 총 120만여명의 일자리 창출과 생산유발효과 1조4787억여원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환경운동연합은 "인천의 외자유치 규모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오히려 감소했으며, 실제로 도착한 규모도 개발 총 사업비의 1%에 채 미치치 못하고 있다"며 "송도 11공구 개발사업은 구체적인 계획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매립사업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12월 발표된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서(초안)에도 "사업예정지역이 대규모 갯벌 매립 등으로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매립 면적 축소와 대안 및 대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법적 제재가 없는 환경부의 의견에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은 "한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인천경제청은 매립 면적을 축소해야 하지만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며 "인천경제청은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무시하고 결국은 자기 계획대로만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 정책실장은 "환경영향평가 불이행시 제재 조치도 없고, 환경부도 권한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환경단체들 역시 여론에 알리는 일 외에 어떤 권한도 없기 때문에 행정기관이 밀어부치면 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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