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근호 인천녹색연합 연안보전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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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근호 인천녹색연합 연안보전부 활동가
  • 이병기
  • 승인 2010.01.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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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철새들의 보금자리 '송도 갯벌' 지켜야

안근호 인천녹색연합 연안보전부 활동가

"송도 갯벌은 호주나 뉴질랜드 등 남태평양에서 출발한 철새들이 시베리아로 가기 전 잠시 쉬어가는 중간 휴식처입니다. 또한 먼 거리를 달려온 철새들의 먹이 공급터이기도 하죠. 얼마 전 발표에 따르면 새만금 매립 후 붉은어깨도요새의 수가 40% 정도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송도 역시 매립 전후 개체수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상식적으로도 철새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안근호(33)씨는 인천 저어새 네트워크 온라인 카페 운영진 중 한 명이자, 인천녹색연합에서 연안보전부 활동을 담당하는 환경 지킴이다. 안씨는 천연기념물인 저어새를 비롯해 180여종의 새들이 터전으로 삼는 송도 11공구는 '매립'이 아닌 '보존'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난 13일 송도 11공구 7.02㎢에 대한 매립공사를 2015년까지 준공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당초 11공구는 10.02㎢를 매립할 예정이었으나 3.0㎢는 환경단체 등이 요구하는 조류 대체서식지로 조성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만 매립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안씨는 이에 대해 '매립을 위한 습지보호구역 지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환경 단체들이 열심히 노력해 시가 습지보호구역을 만들었구나'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환경부는 인천시의 송도갯벌 매립에 대해 대체서식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지만, 아직까지도 조성된 곳이 없어요. 이제 와서 11공구 일부 지역을 대체서식지이자 습지보호구역이라고 주장하는 거죠. 이는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작전입니다."

송도 11공구 매립은 노무현 정부 당시 허가를 거부당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2009년 인천시가 다시 매립 승인을 요청했고, 해양수산부에서 국토해양부로 바뀐 담당 부처가 이를 허가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개발부서의 힘이 강력해졌어요. 지난 번 환경부의 한 국장을 만났는데, '저어새가 번식한 것은 알고 있지만 매립 철회에 대한 전면적 의견을 주기는 힘들다'며 '다만 매립 축소는 권고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현 정부에서 개발 관련 부서가 우세하다 보니 환경은 힘이 약해진 거죠."

많은 시민들이 송도 11공구를 비롯한 갯벌을 지키기 위해 참여하고 있다. 작년 5월 '송도갯벌을 지키는 시민모임', '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인천 교사모임' 등 관내 시민사회 환경단체 6곳은 인천습지위원회 저어새 네트워크를 만들어 본격적인 갯벌 살리기에 나섰다.

저어새네트워크는 100일 동안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번씩 저어새가 번식하는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책자로 만들어 발간하기도 했다. 이런 시민들의 노력으로 송도갯벌이 내셔널트러스트의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에 선정됐으며, 저어새네트워크는 경기인천 환경대상에서 단체부문상을 수상했다. 

"시민들이 열성을 다할 수 있었던 것은 저어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갯벌만 지키자고 하면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었죠.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게 새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애정을 갖게 됐습니다. 새들의 생활 환경이 사람들에 의해 떠내려가고, 오염물질로 목숨을 잃는 것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

저어새네트워크는 송도 11공구 매립 추진 여부에 상관 없이 모니터링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매립 전후의 문제점을 구체적인 데이터로 만들어 꼭 송도가 아니더라도 매립을 하면 이런 문제점들이 있다는 것을 다른 이들에게 알릴 방침이다.

"인천시민들은 소중한 송도 갯벌이 있어 멀리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바다 내음을 접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갯벌에서 자연을 접하고 새들의 모습을 보면 인천에 대한 애정도 늘어갈 것이라고 믿어요. 저희도 송도 갯벌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준비할 테니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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