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물가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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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 풀린 물가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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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1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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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불안심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고 나면 물가가 올랐다는 소식뿐이다. 서민들은 장보기가 두렵다. 정부는 지난해 요란스럽게 물가 대책을 쏟아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재탕, 삼탕식 대책에 '비장한 각오'를 느낄 수 없었다. 지금도 물가를 꼭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미덥지 않은 이유다. 과연 물가고에 휘청이고 있는 서민들의 심정을 헤아리며 정책을 입안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11일 설 물가 대책을 발표하고, 13일에는 물가억제 종합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이번에야말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근원적 처방을 제시하길 기대한다.

최근 물가 불안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데 심각성이 크다. 이미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한국은행이 목표로 삼은 물가안정 중심치(3.0%)를 넘어섰다. 도매물가를 나타내는 생산자물가도 뜀박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5.3% 올라 2년만에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산자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최근 불안해진 소비자물가의 오름폭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 뻔하다. 새해 시장 물가도 심상치 않다. 배춧값이 다시 오르고, 작황이 좋지 않았던 사과와 배 가격도 뛰고 있다. 지난 7일 도매가격 시황을 보면 배추는 1주일 전보다 29%, 1년 전보다는 242%나 올랐다. 콩, 팥, 녹두, 감자의 도매가격은 평년보다 2배 가량 비싸졌고 고등어와 갈치는 30% 안팎 상승했다고 한다. 이러니 서민층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고달플 수밖에 없다.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있는 요인은 다양하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달러를 대량으로 푸는 바람에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며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중국의 물가 상승도 국내 물가의 불안 요인이다. 여기에 한파 등 이상기온까지 겹쳐 채소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또한 정부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중에 많은 돈을 푼 것이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을 늘리려고 고환율을 유지해 수입물가가 오른 것도 국내 물가에는 큰 부담이다. 그래서 경기 회복기에 금리 인상 등의 출구전략 시기를 놓치면 인플레라는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를 유의해야 하는 것이다. 물가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 수단 중에 하나가 통화 및 환율 정책이다. 물가 불안은 예견돼 있었는데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에서의 출구전략은 너무 안이했던 점이 없지 않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 5%, 물가 3% 억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물가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성장과 물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은 장밋빛 청사진에 불과하다. 성장에 `올인'한 나머지 물가를 희생해서는 안 된다. 최근 국제유가 흐름을 보면 올해 물가는 4%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공공요금 동결, 농수산물 공급확대와 유통구조 개선, 생필품 가격 정보제공 확대 등 대증요법으로는 물가 불안을 잠재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화정책과 환율정책도 물가 안정에 우선을 두고 기준금리 인상 등을 포함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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