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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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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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1.1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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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아니 관심을 조금이라도 두면서 알고 있는 단편적인 이야기들 중 한 두개를 말해보자.

첫째,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로 여성들의 교육과 취업을 전면 금지하였으나 나름대로 치안을 회복하였으며 나라를 안정시켰다.

둘째,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크메르 루주가 자국민 200만명을 학살한 인류사의 최대 비극이다.

하나만 더.  유고슬라비아의 세르비아가 나머지 나라들을 무참히 인종청소 등을 하였기 때문에 나토는 유고를 공습하여 발칸 지역에 평화를 가져다 주었다.

위 사실들을 우리는 어떻게 알게 되었고 그 사실들은 다 맞는 말일까.

여기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해외 분쟁지역 내용들이 모두 틀리거나 맞더라도 일부만 맞는 왜곡된 사실들이라고 온 몸으로 증언하면서 기록한 책이다.

먼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탈레반은 모든 점령지역에서 금지시킨 여학생 교육을 자신들 본거지인 동남부 파슈툰 지역만은 예외로 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 파슈툰지역 600여개 학교에 3만명이 넘는 여학생들은 탈없이 등교하고 있었다. … 카불을 비롯해 북부 타지크족과 우즈베크족 지역, 그리고 중부 시아파 하자라족 지역에서만 여성을 압박했다는 시실을 언론들이 잡아내지 못햇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했든.… 어쨌든 교육 금지는 그 소수민족 말살정책의 뼈대였다."

"부패 척결이라고? 무급 구세군이라고 주장했던 탈레반 전사들은 갓 은행에서 인출한 듯 빳빳한 유에스달러를 자랑스레 흔들고 다녔다. 점령지역 집집을 헤집고 다니며 강조짓도 했다.… 아편을 비롯해 국경 밀무역에서 뜯은 음침한 통과세를 각 지방 전쟁군주들에게 뿌리며…."

둘째,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미국이 저지른 1969년~1973년의 1기 킬링필드가 있고 민주캄푸치아 집권기, 즉 크메르 루즈의 1975년~1979년의 2기 킬링필드로 구분된다.… 1기는 베트남 국경지역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주위를 미국이 차별 폭격한 1기에서 대략 60만명, 크메르루즈의 2기에서 대략 80만명의 양민들이 살해되었다. 이게 킬링필드 전모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98년부터 코소보는 내전상태에 빠져들었다. 코소보의 알바니아계는 알바니아로 가서 난민생활을 하였다. 이 난민촌에 병실 250개짜리 호화판 병원이 들어서는가 하면, 샤워장엔 펄펄 끊는 물이 흘렀고, 유치원에는 독일 어린이 표준용 자전거와 장난감이 넘쳐 났고, 파리 표준 화장지와 생리대가 여기저기 뒹굴었다."

"미국 공군이 주도했던 나토 연합 폭격대는 '인도주의 전쟁'이라면서 병원 21곳, 학교시설 200여곳, 사원 18곳, 역사유적지 9곳을 비롯해 라디오센터 건물과 23개에 이르는 방송시설을 파괴했다."

어떤가? 우리가 알고 있던 실상은 서방언론이 그들의 필요에 의해서, 아니 주로 미국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사실이 아니던가?

책은 이외에도 미군의 폭격으로 지금도 남아 있는 불발탄과 집속탄으로 어린아이들과 힘없는 사람들이 계속 팔다리가 잘려 나가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 라오스를 통해 끝나지 않은 전쟁을 이야기한다.

또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하는 제2의 홀로코스트를 통해 이스라엘의 위선을 폭로한다.

아쉬움이 큰 버만민족동맹과 소수민족의 갈등, 아웅산수치의 버마의 속사정은 분열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우리가 전쟁을 취재하는 기자를 종군기자라고 알고 있는 기자들의 실상과 허상을 낱낱히 밝히는 점이 이 책이 가진 장점이다.

우리가 종군기자란 말을 쓰는 것은 "1951년 한국전쟁 중 대구 피난지에서 기자들을 훈련시켜 전선에 파견하면서부터" 라고 그 어원을 밝히고 그 말의 오용을 지적한다. 전쟁도발자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을 기사로 쓰는 것은 언론의 본래 임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오히려 전쟁도발자들에게 부역하는 행위라 말한다.

이는 방송기자들은 '떡칠화장'에 온 신경을 다 쏟고, 신문기자들은 '신변잡기'에 온 정열을 다 바치는 결과로 지금도 나타난다고  그 허상을 지적한다. 그 결과가 사람들은 종군기자가 전쟁보도랍시고 쏟아내는 잡담 같은 '감상문'을 통해 마치 영화 보듯 소설 읽듯 전쟁을 즐기는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우려한다.

'전쟁과 언론은 필연적으로 적대관계"여야 하며 정치 없는 전쟁 취재는 자위행위일 뿐이라며 "발사명령을 누가 왜 내렸는지를 취재하는 일이 소위 종군기자의 몫이라 여기게 되면 그 주범은 언제나 정치였고 그 정치는 전선에만 있지 아니하고 전 영역에 있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종군기자는 전선기자, 또는 전쟁기자라고 불러야 하며, 이는 철저하게 전쟁도발자들의 정치행위가 갖는 의미까지도 파악하는 능력, 위험은 언제나 어디서나 있으며, 무용담으로 전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쟁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을 취재하고 그것을 둘러싼 정치행위의 의미까지도 감당해야 하는 기자여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아는 사실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될때 당혹감과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어 느끼는 새로움은 특히 분쟁지역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어떤 기자이고 어떤 방송인지를 더불어서 파악하는 안목이 절실해짐을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우리가 외신이랍시고 바라보는 것의 속살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는 과정을 저자가 직접 몸으로 뛴 16년의 기록으로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분쟁지역의 실상을 날것 그대로 알고 싶다면 일독을 권한다.

전선기자 정문태 전쟁취재 16년의 기록 / 정문태 /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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