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인사, 무기한 집단단식에 돌입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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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계 인사, 무기한 집단단식에 돌입한 까닭
  • 이병기
  • 승인 2011.01.2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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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3년째 외면 지엠대우 … "호박에 쉐보레 그으면 수박 되나"


24일 인천지역 각계 인사들은 지엠대우의 마지막 결단을 촉구하며 집단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취재: 이병기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인천지역 각계 인사들이 24일 지엠대우의 마지막 결단을 촉구하며 집단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이날로 지엠대우 부평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지 55일째, 신현창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이 단식농성을 한 지 36일째이다.

30년 만에 찾아온 한파를 맨몸으로 버티고 있는 고공농성 노동자들은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고 있으며, 신현창 지회장도 단식 장기화로 부축 없이는 거동조차 불편한 상황이다. 또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다른 노동자와 지역 관계자들도 힘든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복직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열린 21일 저녁에는 한파를 피하기 위해 설치한 천막을 사측을 대신해 경찰이 철거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엠대우측은 내수시장 확대를 꾀한다며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명을 '한국지엠주식회사(GM Korea)'로, 또 '쉐보레' 브랜드를 전격 도입한다고 밝혔다. 1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3년 넘게 외면한 지엠대우가 고용창출, 강력한 고객관리, 매출 증대 등을 목표로 한국 내에서 발전을 꾀한다는 게 과연 '믿을 수 있는 약속'인지 되돌아보게 하는 시점이다.


21일 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한파를 피하기 위해 쳐놓은 천막을 경찰이 철거하고 있다.
(사진: 지엠대우 비정규직 지회 제공)

지난 1997년 내수시장 30%를 점유했던 대우자동차는 방만한 기업경영으로 결국 부도로 내몰렸고, 그 책임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를 거쳐 노동자들에게 전가됐다. GM으로 인수된 대우자동차는 지엠대우로 명맥을 이어오다 오는 3월께 한국지엠주식회사로 그 역사를 잃어버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지엠대우의 '단순 하청기지화'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인천시의회에서는 지엠대우에 무상으로 제공한 청라지구 주행시험장과 연구소 부지를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05년 인천시가 부지조성에만 약 600억원이 들어간 청라지구 부지를 지엠대우차에 무상임대하면서 내건 조건은 외국인 투자유치와 연구개발시설 설립을 통한 부가가치, 고용창출 등이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엠대우의 외국인 투자유치는 지엠본사에서 사실상 '면피용'으로 제공한 5천만 달러가 전부이며, 연구소 설립은 감감 무소식이라는 게 지역 여론이다.

또 2007년 10월 청라 주행시험장 준공식 자리에서 지엠본사 회장인 릭 왜고너와 당시 지엠대우차 사장 마이클 그리말디, 전임 사장 닉 라일리 등 지엠 경영진이 대거 참석한 자리에서 "향후 지엠대우 브랜드 변경은 절대 없을 것이며, 지엠대우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개발 투자만이 있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그 약속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엠대우차가 무상으로 임대받은 청라지구 연구소 부지 시장가격은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난에 허덕이며 인천도개공의 파산까지 우려하는 인천시의 공공재산이 지엠대우차의 전략적 비전을 위한 연구개발도 아닌 단순 주행시험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쉐보레' 브랜드 전면 도입 이후 지엠대우의 단순 하청기지화에 대한 의구심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지엠대우차 비정규직 인천대책위'에 따르면 실제로 지엠의 세계공장 가운데 독자적인 연구개발능력과 자체시장을 확보한 공장은 호주의 홀덴, 독일의 오펠, 영국에서 복스홀 등으로 독자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 브랜드를 유지하지 못하는 해외공장들은 대부분 남미나 아시아 등에 있는 공장들이고, 이들은 대부분 단순 하청공장이라는 점에서 지엠대우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기자회견에 나선 시민사회는 "조만간 지엠대우에는 시민의 공공재산까지도 함부로 하는 무소불위의 파렴치한 기업, 인천에 발붙일 이유가 없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덧붙여질 것"이라며 "나아가 지엠대우가 차지한 특혜와 지원을 모두 환수하자는 범시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민족 대명절인 설날이 오기 전에 풍찬노숙의 신세를 면하고, 따뜻한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엠대우차가 대승적으로 결단하기를 마지막으로 촉구한다"면서 "50일이 넘도록 인천지역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한 대책위는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한다"라고 밝혔다.

사측이 마지막 기회마저 져버릴 경우 대책위는 영업소 1인시위, 지엠대우차 각종 지원 환수를 위한 범시민운동 등 '최후의 수단'을 꺼내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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