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鳶)은 내 친구이자 인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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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鳶)은 내 친구이자 인생이지요"
  • 남궁련 객원기자
  • 승인 2011.01.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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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연을 만들어 날리는 최응규
 

우리나라 전통연으로 '한류열풍'을 일으켜야 한다는, 마니아 수준인 사람이 있다. 글씨나 그림, 색깔을 넣는 작품연을 만드니까 작가라는, 자칭 연(鳶) 작가 최응규(56)씨가 그다.  


연을 만들고 날린 지 5년이 됐다는 최씨는 연과의 만남을 필연으로 생각하고 있다.
 
"5년 전 직장암으로 4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수술 후 등산으로 건강을 챙길 때, 소래산에 갔다 오면서 연 날리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어릴 적 생각이 나서 한번 날려봤는데,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아 충격을 받았지요. 그때부터 내가 직접 연을 만들어서 날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독학하다시피 하면서 연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어요."


인천 남구 석바위에 살고 있는 최씨는 3년 전까지는 자신이 만든 연을 날리러 인천대공원으로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는데, 이제는 주 무대를 여의도로 바꿨다고 한다. 연날리기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 운동이 된다며 연을 날리면서 건강을 되찾았다고 연날리기의 좋은 점을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가 갖고 있는 연은 외국연을 포함해 약 1000개라고 했다. 방패연과 가오리연을 한 달에 30개 정도 만드는데, 가오리연은 20~30분이면 만들지만 방패연은 꼬박 사흘이 걸린다고. 연을 만들 때는 심신을 수양한다는 생각으로 하는데,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덤으로 갖게 된다고 한다.




"연은 균형이 중요합니다. 대나무 길이와 굵기, 휘어진 모양이 제대로 돼야 비로소 날 수 있지요. 외줄연 중 상하좌우 회전까지하는 연은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방패연밖에 없습니다. 자부심을 갖고 전통연을, 특히 외국인에게 알리는 데 앞장서고 싶습니다." 최씨의 소망이다.


관심이 있어 하는 어린이나 어르신, 외국인에게는 연을 무료로 나눠주기도 한다. 우리것에 관심을 갖는 일이 고마워서 그런다. 지금까지 500개쯤 나눠주었다. 한 달 전쯤에는 여느 때처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연을 날리고 있었는데, 프랑스인이 많은 관심을 보여 무료로 방패연과 얼레까지 주었다. 다른 것은 그렇다 쳐도 흑단으로 만든 전문가용 얼레는 30만 원 정도 한다.
 
"1주일 전에는 그 사람한테서 고맙다는 이메일이 왔어요. 연으로 인해 친구가 생긴 셈이지요."

그는 민간외교관 구실까지 했다는, 자부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연(鳶)을 연(緣)으로 생각하는 그의 입장에서 가격은 별것 아닌 듯하다.




"매년 4월 중국에서 열리는 세계연날리기대회가 있습니다. 작년에도 갔었는데, 올해도 갈 겁니다. 매해 새로운 연을 만날 수 있고, 새로운 연을 체험하고 싶은 열망에 가는 것이지요. 어린이와 외국인에게 전통연을 알릴 수 있게 대한민국 최초로 세계연박물관을 인천에서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에는 중앙정부에서 지원하는 연박물관이 있는데, 부럽더라고요. 그리고 세계연날리기대회를 인천에서 열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통이 이어지려면 어린이들에게 널리 알려야 합니다. 전통연 만들기 교실을 운영하면 노인 일자리도 창출되는 효과도 있어요. 아무쪼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연을 통해서 남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생긴 것도 연 덕분이라서일까.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는 보시(布施)라고 할 수 있는 게 정성을 들여서 만든 연을 여러 사람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연과 함께함으로써 아름다운 심성을 갖게 되는 효과도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연은 욕심을 부리면 할 수 없고 바람과 연과 사람이 삼위일체로 돼야 날릴 수 있는 것이 인생을 닮았다고 말하는 최씨. 연을 '내 친구', 또 다른 말로 '자유'와 '사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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