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불소화 사업 간담회 '요식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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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불소화 사업 간담회 '요식행위'
  • 이병기
  • 승인 2011.02.10 18: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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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예산 먼저 통과시키고 시민의견 듣나?


하석용 교수(왼)와 배광학 교수

취재: 이병기 기자

"이 토론회에 왜 왔냐는 생각이 듭니다.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은 자치단체장이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여론수렴 절차를 거처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 보고를 보니 이미 인천시 공직자가 공식적으로 (사업을)결정했고, 시의회에서도 인천시의 예산 청구 이후 조건부 의결을 한 상태입니다. 의사결정을 한 상황에서 오늘 간담회는 요식행위입니다.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습니다." - 하석용 인천대학교 겸임교수

인천시가 17년째 찬·반 양론으로 갈려 갈등의 접점을 찾지 못한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간담회를 마련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미 사업의 향후 계획수립과 시의회의 조건부 예산승인을 받아놓은 상태에서 간담회를 진행해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8일 시청 영상회의실에서 '수돗물 불소농도 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 효율적 방안모색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간담회'를 열고 찬성측인 김유성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사무처장, 배광학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예방치학교실 교수, 반대측 하석용 인천대학교 겸임교수, 박병상 인천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의 의견을 들었다.

토론회 시작에 앞서 잠시 참석한 신동근 인천시 정무부시장은 "인천시는 시민 건강증진을 위해 수불사업과 3세 이하 영유아 무료백신 사업 등 2가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 자리가 인천시민의 구강건강을 증진시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천지역에서 수불사업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단체가 바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건치) 인천지부인데, 치과의사 출신인 신동근 정무부시장은 건치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신 부시장은 작년 6월 정무부시장으로 임명된 이후 언론매체를 통해 "수불사업은 송영길 시장의 공약사항이기 때문에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작년 8월 건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수불사업의 안전성 등 문제는 이미 타 지역에서 검증이 끝났기 때문에, 안전성 검증 등을 위한 연구나 시범사업은 불필요하다"면서 "수불사업은 의지의 문제고, 시장이나 나나 강력한 의지가 있어 걱정 안 해도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인천시는 지난해부터 수불사업에 강력한 의지를 내비치며 향후 추진계획 마련에 나섰다.


김유성 사무처장(오른)과 박병상 소장(오른 두번째)

이날 토론 전 배경설명에 나선 길민수 인천시 보건정책과장은 1995년부터 2010년 6월까지 수불시행 조례제정 청원 3회와 토론회 3회 개최, 인천시의회 시정질의 2회, 타당성 조사용역 및 정책연구 2회 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길 과장은 "타 도시들의 역학적 특성과 성과 등을 고려한 사업추진이 타당하다"면서 "수불사업 시행여부의 정책결정은 '시장이 처리함이 타당'하다고 시의회가 인정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의 찬반양론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2011년 사업추진을 위한 정수장을 선정해 실시할 계획"이라며 "인천지역 4개 정수장 중 1곳을 선정해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2014년까지 연차적으로 벌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업 전 구강실태조사를 벌여 사업 효과 등 기초자료로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실시 전 수혜지역과 비수혜지역을 대상으로 초등학교 저학년과 주민에 대한 실태조사이며, 올해 상반기 중에는 수혜지역 주민과 담당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한구 시의원은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에게 그곳의 목적이 뭐냐고 물었더니 '맑은 물 공급이 원칙이다'라고 답했다"면서 "인천시가 수불사업을 추진하는 절차에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한구 의원은 "지난 10년 동안 논의됐던 수불사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견수렴 절차에서 장기적으로 신중히 결정하고,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에게 대안을 공급하라는 것이었다"면서 "그러나 찬반논쟁만 있었을 뿐 인천시가 대안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수불사업 찬반논란 팽팽

하석용 교수한편, 토론회에서는 수불사업 찬반에 대한 열띤 공방이 이어졌다.

하석용 교수는 "수불사업에서 원칙에 어긋나는 두 가지 중 하나는 내가 먹고 싶지 않아도 강제로 한다는 것"이라며 "(몸이 아프면)병원에 가서 조언을 듣고 자신의 건강권을 결정하면 되는데, 수불사업은 의사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 생각을 강제하려는 원천적 문제가 있다"라고 꼬집었다.

하 교수는 "찬성측 사람들이 수불사업의 사회적 비용 경제성을 얘기하는데, 듣기 민망하다"면서 "개인이 충치를 치료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이 아닌 재무적, 회계적 비용이다"라고 말했다.

수불사업으로 예상되는 개인의 충치 치료비용을 사회적 비용으로 나타내는 게 아니라, 노인성 치매 사업 등 다른 보건사업에 투자했을 때와 비교한 수치를 사회적 비용으로 나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배광학 교수또 "시 재정이 투입되는 공공재라 하더라도, 사용재의 선택은 언제나 주민의 자유의사에 맡겨지는 게 원칙이다"면서 "헌법에 규정돼 있거나 강제할 경우에도 이를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원칙인데, 시의 수불사업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말했다.

배광학 서울대학교 교수는 "2009년까지 보험영역에서 치아우식증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이 거의 7천억원이었고,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과 민간급여까지 더하면 6조원 이상이다"면서 "이 중 우식증(충치)이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으로 굉장히 많은 사회적 비용을 소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배 교수는 "또한 저소득층 학생은 일반학생에 비해 우식증이 있어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두 배 높고, 장애학생은 연령에 따라 3배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면서 "우식증을 어린아이들의 질환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전 연령대에서 유병율이 높아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병상 소장그는 "수불사업에 대해 권위 있는 학술지나 저서 수백편 이상의 논문과 세계보건기구, 미 공중보건국, 국립암연구소 등에서 위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반대하는 사람들의 자료를 다 찾아봤지만 확인 결과 위험성이 있다는 연구는 없었고, 효과 있는 연구라고 나와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선택권 관련해서는 "지역사회가 얻는 이익과 개인의 선택권 제한 사이에서 잘 판단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비용편익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병상 소장은 "수불사업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강제, 무차별 의료행위"라면서 "불소를 원하지 않는 임산부나 이 없는 아기, 당뇨병 환자 등은 먹기 싫어도 억지로 먹게 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유성 사무처장그는 "불소는 체내에 축적되기 때문에 최소한 수불사업을 합의하려면, 피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놓고 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 수불사업의 합의는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김유성 인천연대 사무처장은 "수불사업 토론의 쟁점은 과학적 사실과 가치관의 차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면서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자료 중 수불사업 검색 결과 5838개의 학술논문 전체가 효과와 안전성을 지지해 과학적 차원에서는 논란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가치관 논란에서 반대측은 개인의 선택권을 주장하는데, 이 경우라면 극소수의 주민이 반대하면 어떤 사업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선택권보다는 공공의 선택권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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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2011-02-10 17:39:16
건강을 생각해 주는 건 좋은데, 일괄투여방식으로는 부작용을 막을 수 없잖아요. 또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라?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것은 다수의 행복이지 소수의 희생이 아닌데... 말하자면 불소화에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소수는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데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하면 심각하게 건강이 훼손될 수 있는 것이죠. 다른 사람의 건강을 희생해서 일상적인 내 건강을 유지하기는 원하지 않습니다.
섭취는 선택적으로 할 수 있으니 오히려 시간과 돈이 좀더 들더라고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나은 거 아닐까? 소수조차도 버리지 않는 것, 소수(다수)의 희생 위에서 다수(소수)의 행복이 구축되는 것이 민주주는 아니라는 것을 언제나 이해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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