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부모들의 진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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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부모들의 진로지도
  • 장현정
  • 승인 2011.02.14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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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장현정 / 공감미술치료센터 상담팀장·미술치료사·사회복지사

"그거 해서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청소년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안타깝게 느껴지는 아이들은 꿈이 없는 아이들입니다. 방황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꿈이 없습니다. 꿈이 없고 미래를 준비하거나 대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규칙을 지키거나 책임을 지거나 인내하거나 노력하지 않습니다. 충동적으로 그날 그날을 살아가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삶을 살기도 합니다.

"나중에 뭐가 되고 싶니?"
"몰라요", "없어요", "짱개요", "딸배요", "보도방이나 차릴까?"


미래의 내 명함

아이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을 빼앗고 극심한 좌절감을 심어준 데에는 양극화와 학벌지상주의 영향이 있었을 것입니다. 인성교육, 진로교육이 없는 대입을 위한 경쟁적 학교 문화도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자녀들의 흥미나 욕구와는 상관 없이 'SKY' 대학을 나와서 의사와 판검사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님들의 그릇된 진로지도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들이 원하는 것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아이들이 수도권에서 이름 있는 대학을 나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을 갖고 부유하고 평화롭게 인생을 살기 바라는 마음 말입니다.

"우리 아이는 Y대 의대를 갔으면 좋겠어요."
"H대 공대를 나와서 S기업에 들어가면 어떨까요?"
"4년제를 나와서 우리 사업을 물려받았으면 해요."

제가 궁금한 일은 아이들도 정말 그러한 미래를 원할 것인지입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게 부모님들과 다른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부모님들의 영향으로 자신의 꿈을 포기합니다.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들이 음악가나 미술가가 되고 싶다고 하거나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고 할 때 부모님들께서 보이는 반응은 비슷합니다.

"그거 해서 뭐 먹고 살래?"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직업마다 부모님께 그런 반응을 듣는다면 꿈이 사라질 겁니다. 꿈이 사라자면 학습에 대한 동기나 열정도 사라지겠지요.

"내가 화가가 되고 싶다고 했더니 그건 먹고살기 어렵다고 반대해서 작곡가가 되겠다고 하니 그것도 안 된다고 하네요. 우리 엄마 아빠는 하고 싶다는 건 다 하지 말라고 해놓고 일단 공부를 하래요. 공부만 하면 기회가 온다고. 하지만 전 공부하기 싫은 걸요. 무엇을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하죠?"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보시면 이런 아이들 불평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실 겁니다. 목표를 꺾어놓고 공부를 하라고 하면 안 그래도 하기 싫고 재미 없는 공부를 열심히 할 아이들이 있을까요?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노력하고 인내하며 미래를 준비할 동력이 남아 있을까요?

예능 계통이나 인문학 계통을 유독 부모님들이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부모님 세대에서 겪었던 좌절과 아픔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회가 변하고 있고 직업의 세계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또한 직업이란 한번 결정하면 영원히 바뀔 수 없는 게 아닙니다. 첫 직장을 계속 다니고 계신 분이 있으신가요? 저 또한 세 번의 직장을 거쳤고 두 번의 직종변경을 했습니다. 아마 부모님들도 모두 비슷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도 그럴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아이들은 계속 배우고 성장할 것입니다. 우리가 그러했듯 아이들도 새로운 분야를 찾고 회사를 옮기고 직종을 바꾸며 살아갈 것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며 자신의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장 바람직한 진로지도입니다.

한 가지 직업만 가져야 하는 시대도 지났습니다. 여러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꼭 한국 내에서 직장을 가져야 하는 시대도 이젠 아닙니다. 아이들은 세계를 돌아보며 자유로운 일을 찾아나설 것입니다. 날마다 새로운 직종들이 생겨납니다. 우리가 이름도 알 수 없는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직업의 세계는 폭넓고 다양합니다.

국제화, 세계화, 정보화하는 현 사회에서 아이들이 하지 못할 일이란 없습니다. 직업에 대한 경직된 기성세대의 편견을 버려야 합니다. 부모세대가 겪었던 좌절 때문에 아이들의 꿈을 꺾으면 안됩니다. 꿈이 없는 아이들은 방황합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가르쳐 주세요.
아이들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장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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