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책 읽는 도시'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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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책 읽는 도시'가 되려면
  • 박현주
  • 승인 2011.02.2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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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박현주 / 인천서구도서관 열람봉사과장

도시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 ‘책 읽는 도시’ 
- 인천시에 맞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도서관·독서진흥 정책이 필요하다 -      

 
경인교대에 설치된 IT도서관        

책 읽기는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시민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읽고, 쓰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않고는 시민들의 능력이나 국가와 사회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독서문화진흥법>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독서 문화 진흥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여 시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독서문화를 진흥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독서문화를 진흥할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기획과 지역단위의 구체적인 실천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인천시가 2011년을 '책 읽는 도시' 의 해로 삼고 범시민 독서진흥운동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시민과 인프라, 콘텐츠의 네트워크 구축으로 독서문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한다.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인당 도서보급률 15위, 도서관 1관당 인구수 13위 등 독서 인프라 취약지로 선정된 인천시가 범시민 독서진흥운동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너무 갑작스럽게 준비나 논의 과정 없이 계획을 발표하고, 시·군·구 담당자들을 불러 사업 설명회를 했다. 아울러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시 비영리법인 '인천시도서관협회'가 그 일을 주도적으로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기사가 다소 의아하기도, 당황스럽기도 하다. 

"2011년을 ‘책 읽는 도시’ 원년으로 지정한 시는 민선 5기 3대 시정과제인 소통과 융합, 열정과 도전, 균형과 상생을 기점으로 독서문화 환경을 조성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2013년까지 총 60개의 도서관을 신설하고 시민 참여를 권장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시민과 인프라, 콘텐츠 간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입니다."라는 시 관계자의 홍보 인터뷰를 보면서 이 사업 계획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누가 구상하고 계획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기도 전에 이 계획은 이미 시행하고 있는 타 지역(부천, 청주, 김해, 파주, 순천 등) 계획 중에서 이벤트성 행사들의 내용과 다를 것이 없고 '재탕' 또는 '베끼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인천에 맞는 독서진흥계획이라고 하기에는 함량 부족이다. 인천시민의 독서실태와 도서관·독서환경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 이를 토대로 종합적인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논의 과정 없이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민선 5기의 열정과 노력을 그 근거로 '범 시민 독서진흥운동'을 계획한다면 구체적인 데이타를 가지고 연구와 분석, 평가를 토대로 한 범시민 독서진흥책을 구상했어야 한다. 김해시와 같이 연구용역까지는 어렵더라도 지역 독서진흥운동의 주체, 즉 공공도서관과 독서운동을 하고 있는 현장 활동가, 지역공동체 운동 등 독서와 관련한 많은 인적자원과 네트워크가 있음에도 논의와 협의과정 없는 일반적인 사업내용 발표에 그친 것이 아쉽다.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한 김해시와 파주시의 경우 사전에 연구용역을 통해 책읽기에 대한 시민들의 기초적인 실태조사와 인프라, 네트워크 등에 관한 연구와 조사 민·관협력 방안 등을 보고서로 작성토록 하였으며 '책 읽는 도시' 사업 시행에 필요한 준비를 철저히 해왔다. 순천시의 경우 '도서관의 도시' 만들기를 통해 경쟁력을 높였으며, 이를 토대로 독서진흥사업이 펼쳐졌다. '책 읽는 도시 김해'의 정책은 도서관·독서진흥정책을 정점으로 하고 있는 것이지만, 단지 도서관·독서진흥 정책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교육지원 정책이자, 기업을 지원하는 산업정책이며,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복지정책이며, 국제화 정책이기도 하다. 이렇게 한 도시의 비전과 정책이 하나되어 만들어진 결과이다.

이렇게 타 도시의 '책 읽는 도시' 계획과 비교하면 인천시의 '책 읽는 도시' 청사진은 준비가 되지 않은 시도라 하겠다. 순천과 김해시를 주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도시발전의 패러다임을 기존의 개발과 건설이 아니라, 교육-문화-복지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 5기의 정책도 복지를 앞세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 지방정부의 '개발'과 '건설'로 인한 후유증 탓인지, 교육·문화·복지를 지향은 하고 있으나, 실제적인 계획이나 투자는 나아지고 있지 않다. 

"공공도서관의 확충과 시 낭송 대회, 작가와의 만남, 독후감 경시대회 등 다양한 콘텐츠로 공직자는 물론 인천시민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시는 독서환경에 대한 접근 유도를 위해 관공서 곳곳에 무인도서관시스템을 확대 설치하는 등 시민들의 이용편의 증진을 도모할 계획입니다. 특히 책을 잘 읽지 않는 어린이들의 독서 장려를 위한 '독서 통장 시스템' 의 홍보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시는 관내 공공도서관을 통해 독서토론회 등의 모임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의 서평을 모은 온라인 서비스도 실시할 방침입니다."라는 시 관계자의 설명은 더욱 '책 읽는 도시'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접근과 인식수준을 우려케 한다. 위에 열거한 사업내용 중에는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는 몇 가지가 있다 그러나 예산확보 계획은 없이 사업 항목만 열거되어 있다.

또한 시·군·구의 노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지역공공도서관 네트워크 활용과 전 시민을 대상으로 통합도서대출 서비스 시행에 맞춰 회원증을 전 시민에게 발급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예산확보도 병행되어야 하며, 이용 실태와 효과 분석·평가를 통해 무인자동대출반납기의 설치도 신중하여야 한다. 기기 구입 예산도 만만치 않고, 무인대출기 운영을 위한 인건비며 관리시스템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계획이 치밀하지 않다. 인천시의 도서관 인프라 확충 계획은 60개관이라고 하지만 도서관 건립에 따른 운영비며 인력확충 방안이 전혀 없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창의성이 결여된 계획이며, 구체적이지 못한 무책임한 독서진흥책인가를 생각케 한다. 행정적인 명령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책 읽는 도시' 원년이 아니라, '책 읽는 도시' 준비의 원년이어야 한다. 시민들이 책을 읽는 환경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며, 도서관 운영주체의 안정화도 확보하지 못하여 지역공공도서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도 못한 실정이다. 도서관 운영을 위한 비영리법인 '인천시도서관협회' 설립에 대한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새로 건립된 도서관은 도서구입 예산의 부족으로 '책 없는 도서관'을 걱정하고 있으며, 사립 작은 도서관들의 운영체제와 지원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다. 인프라 확충계획에 의해 새로 건립되는 도서관들은 인력 확보 문제로 그 운영방식까지 편법 또는 파행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운영비는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책 읽기는 개인적이고 자발적인 행위이며, 그 동기부여를 통해 지속성을 가지고 생활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이 사업의 필요성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그 방법론에 대해서는 좀더 구체적이고 진정성 있는 계획과 내용이 갖춰지길 기대한다. 도서관·독서진흥정책에 대한 포부는 큰데 예산이 확보된 부분은 적다. 따라서 현실적인 문제 해결이 '책 읽는 도시 만들기'의 선결과제임을 생각해야 한다. 

차라리 올해를 '공공도서관 건립과 도서관 정책 정비의 해'로 그 기초작업을 우선하여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그 이후에 '책 읽는 도시 만들기'를 위한 연구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기초적인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남들이 한다고 나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책 읽는 도시 만들기'를 사업으로 내놓는다면. 그 결과는 부실할 수밖에 없다. 언론 홍보로 사업에 대한 포장은 가능하다. 책 읽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은 없으니까.
 
거기에 덧붙여 '인천시도서관협회'가 '책 읽는 도시' 만들기 사업을 주도한다는 말이 더욱 협회 설립을 반대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협회는 인천시의 거점도서관을 운영하고자 한다고 했던 당초 설립 취지를 무색하게 여기저기 궁색한 변명과 함께 계통도 없는 많은 일들을 '협회'에 담으려 하고 있다. '인천시도서관협회' 명분을 위해 정체성도 모호한 '협회' 설립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인천시의 독서행정에 대한 의욕이 대단하다'는 기사를 보았다. '독서행정'이라는 말이 낯설고 어울리지 않지만 의도는 이해한다. 의욕만이 아니라, 그 실제가 효과를 거두는 구체적인 계획이어야 한다. '독서행정'을 총괄하는, 인천시 조직개편으로 생겨난 도서관정책담당부서의 명칭 또한 도서관을 관리하는 '도서관관리팀'이 아니라, 인천시의 도서관과 독서진흥 정책을 담당하는 '도서관정책팀'으로 명칭을 정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기초 없는 일의 끝, 잘못된 시행으로 인한 과오를 얼마나 더 경험해야 우리 습성이 변화할까 싶다. '월미도 은하레일'에서 얻은 교훈을 인천에서 하고자 하는 일 어느 것에서든 거울로 삼았으면 한다. 인천시가 도서관정책과 관련한 반대 의견을 챙겨보아야 하는 이유이며, 잘못이 인정될 경우 돌아가야 하고, 과정이 어려워도 수정할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하다. '책 읽는 인천'에 대한 평가는 시장님이 아니라, 시민이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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