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를 하면서 삶을 배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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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를 하면서 삶을 배우죠"
  • 이혜정
  • 승인 2011.03.02 16:00
  •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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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 된 이웃] 유재문 -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호스피스 봉사자 유재문씨가
다른 호스피스 봉사자와 함께 환자의 머리를 감겨주고 있다.

취재: 이혜정 기자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만나다 보면 살아 있다는 게 넘치도록 감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봉사'를 하는 게 아니라 환자들에게 삶을 배우고 있는 셈이죠. 매주 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숙연해지곤 합니다."-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유재문(52)씨

10여 년간 인천성모병원에서 호스피스 자원봉사활동을 해온 유재문(부평구 갈산동)씨는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가슴 속에서 '호스피스 봉사가 나를 살리는 길'이라는 울림이 들려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있단다.

그는 매주 수요일 부평에 위치한 인천성모병원에서 7~8명의 환자를 돌본다. 호스피스 활동은 주로 암 말기 선고를 받고 최장 6개월 정도 남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때에 따라 다르지만 발마사지, 안마, 운동시키기, 종기 부위 닦아주기, 머리 감겨주기 등이 그의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환자나 보호자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그는 "하소연 하듯 털어놓는 그들의 인생역전과 투병 과정 등은 늘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면서 "자신들의 사연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도움이 되는지, 편한 마음으로 투병생활을 하는 것 같아 뿌듯하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호스피스 자원봉사 초창기엔 많은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항암치료 등 신체적인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옆에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환자들이 호스피스라고 하면 죽음을 앞두고 오는 사람이라고 여기고 심하게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신체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에게 오히려 심리적으로 불안함을 주고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힘들었다"라고 했다.

"호스피스 봉사활동이 눈에 띄게 환자들에게 병간호를 해주는 것도 아니죠. 여기에 어떤 때는 하루종일 손만 잡고 대화나누기, 손발 어루만져주기 등 정적인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지요."

이렇게 1년, 2년, 5년, 10년을 넘기다 보니 진정한 호스피스 봉사자 역할은 무엇인가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환자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하도록 함께 있어 주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유씨의 '애장목록' 1호는 환자 이름, 나이, 병명, 사망일시, 보호자 전화번호 등이 담겨 있는 기록철이다. 그는 환자가 임종한 뒤 1년이 지나면 보호자들에게 연락해 '힘 내세요'라고 안부를 전하고, 매순간 떠오르는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기도를 한다.


호스피스 봉사자 유재문 씨가 유방암 말기 환자와 함께
병동 복도를 '산책'하려고 옷을 가다듬어 주고 있다.

희귀병을 앓고 있는 환자 헤아릴 수 있다는 게 '행복'

유씨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중 환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그 누구보다 환자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씨 자신도 20여년째 '요붕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신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비정상적으로 많은 양의 소변을 배출하고 과도한 갈증이 동반되는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병이다.

그는 27세부터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고, 하루에 18L짜리 생수통 3~4개를 마셔야 했다. 만약 물을 마시지 못하면 2시간 이내에 체내 수분이 다 빠질 정도로 무서운 병이다. 그러다 보니 외출을 하지도 못하는 건 기본이고 밥도 먹을 수 없고, 잠도 잘 수 없었다. 흔하지 않은 병이라 병원에서도 병명을 알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가 31세가 되던 해 위가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아갔다가 한 의사선생님에 의해 ‘요붕증’이라는 병명을 알게 됐다. 그 후 하루에 2번씩 코를 통해 호르몬을 흡입한다. 현재 유씨는 오랜 약물 투입으로 고관절, 식도통증, 가슴 답답함, 두통 등을 호소한다.

"희귀병으로 내 몸이 성치 않아 누구보다 환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나눌 수 있어 행복합니다. 환자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건 고통을 덜어줄 약이 아닌 마음을 나누는 약이라고 생각해요."

유씨는 "하루하루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준 환자들이 제 삶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준 데 대해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 봉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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