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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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최대의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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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0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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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나서]

"교수님! 저는 단순한 하나의 세포가 복잡한 인간의 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지 못하겠어요. 뼈와 근육과 신경으로 조직된 수조 개의 세포, 수십 년 동안 쉼 없이 펌프질하는 심장, 한없이 길고 긴 혈관과 콩팥 세관, 생각하고 말하고 느끼는 뇌를 가진 몸이 어떻게 만들어 질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부인, 부인께서도 직접 그 일을 하셨습니다. 그것도 아홉 달밖에 걸리지 않았지요."

위의 대화는 진화론의 위대한 학자중 한 명인 홀데인과 어느 강연회에서 청중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너무나 멋진 대답이지 않은가? 인간배아에서 인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또 다른 구체적 통계를 보자.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에서 1982년부터 2008년가지 아래의 항목에 대한 조사다.

인간의 기원과 발달에 관한 당신의 견해는 다음 중 어떤 발언에 가깝습니까?

1)인간은 덜 발전된 생명 형태로부터 수백만 년의 기간을 거쳐 발달했고, 신이 그 과정을 이끌었다. (36%)

2)인간은 덜 발전된 생명 형태로부터 수백만 년의 기간을 거쳐 발달했고, 신은 그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 (14%)

3)신이 지난 1만 년 안짝에 현재의 형태 거의 그대로 인간을 창조했다. (44%)

믿지 못하겠는가?

하긴 우리나라는 강력한 기독교 국가가 아니기에 진화론과 창조론의 대립이 심각하지는 않은 편이다. 그러나 서구 기독교국가, 또한 이슬람국가에서는 신이 이 세상을 창조했고 인간도 창조했고, 진화를 인정하지 않는 국민이 평균 40%가 넘는다

이에 학교교육에서 진화론과 창조론을 균등하게 가르쳐야 한다는 교육관료와 학교가 늘 과학담당교사들과 갈등하고 있으며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지만 현재 기독교신자들의 형태를 보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만들어진 신'의 저자로서 한 개인이 어떤 이상한 생각을 믿으면 '망상'이고 다수가 믿으면 '종교'라고 한 리처드 도킨스가 새 책을 내놓았다.

이름하여 '지상 최대의 쇼' .

'진화를 옹호하는 주장을 펼치기에는 스스로 아는 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독자들을 무장시키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은 진화론의 입문서다. 진화가 '이론'이 아니고 구체적인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 증거를 대라는 창조론자들이나 좀 더 세련된 지적설계자들의 주장에 하나하나 답변하는 진화의 과학적 사실들을 설명하는 책이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어느 날 , 어느 장소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우리는 그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사건이 벌어진 뒤에 현장에 당도해서 남은 증거들로 추리를 하는 탐정으로 가정하여 문제를 풀어나가지 않을까? 그리하여 우리는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다양한 증거와 합리적, 이성적, 구체적 사실들을 기반으로 범인을 찾아낸다.

구체적 증거를 통해서 찾아낸 범인을 우리는 '범인'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창조론자들은 범인이 아니라고 '믿는다' 왜? 그렇게 믿으니까. 더 이상 이유는 없다.

지구의 나이가 대략 46억년정도라고 하는 것은 방사능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하여 입증한다.

진화가 너무 오랜 시간동안 진행되어서 믿을 수 없다고 하는 주장에는 도마뱀과 여우와 대장균 등을 몇십년동안 주도면밀하게 실험하여 입증한다.

화석증거들은 무수히 많아 박물관만 가면 스스로도 알게 되리라고 이야기 한다. 굳이 화석증거들을 빼더라도 입증방법은 무수히 많다고 한다. 그래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예 해부학적으로 진화의 증거들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인간의 몸도 예외가 아니다.

신이 창조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인간몸의 불합리성들을 하나하나 해부학적으로 설명한다. 되돌이 후두신경과 고환에서 음경으로 가는 정관의 경로는 지적설계자라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몸이다.

위 두 예는 인간이 네발동물에서 직립보행으로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이유 외에는 어떠한 말로도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 외의 예도 무수히 많다.

여기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진화에 대한 이야기.

인간은 원숭이나 고릴라로부터 '유래'했다는 말에 오해의 여지가 있는 점을 이야기 하자. 이것 때문에라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인간은 결코 원숭이나 고릴라로부터 유래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인간의 아주 먼 아주 아주 먼 조상과 원숭이나 고릴라의 아주 먼 아주 아주 먼 조상이 같다는 것이다.

나무 하나를 예를 들면 처음 줄기에서 가지가 뻗어나간다. 계속 가지가 뻗어 나가다가 보면 중간의 가지와 맨 위의 가지는 다른 가지이다. 인간과 고릴라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전문용어로 '계통수'라 한다. 처음의 나무줄기는 같지만 나중에는 서로 다른 진화의 경로를 밟아 다른 종으로 된 것이다.

막연히 진화에 대한 상식보다는 보다 구체적인 사실들을 접하게 만드는 이 책은 진화의 원인과 흐름, 그리고 미래에 대하여 '자연선택' '무기경쟁"(말그대로 싸우는 무기를 말한다) '진화에는 계획이 없다" "자연선택은 계획이 없다"등의 이야기를 통해 설명한다.

게다가 문장의 맛깔스러움은 600페이지가 전혀 지루하지 않게 한다. (다만 조금 시간이 걸릴 뿐)

다윈의 '종의 기원'의 마지막 문장은 아래와 같다.

"따라서 자연의 전쟁으로부터, 기근과 죽음으로부터,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것, 즉 더욱 고등한 동물이 직접 생성되어 나온다. 이러한 생명관에는 장엄함이 있다. 최초에 소수의 형태 혹은 하나의 형태에 갖가지 능력을 지닌 생명의 숨결이 불어넣어졌다. 행성이 고정된 중력의 법칙에 따라 영원히 돌고 도는 동안, 이토록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멋진 무한한 형태가 진화해 나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도킨스는 한 글자, 한 문장 하나하나를 따로따로 설명한다. 그리하여 이것이야 말로 ' 지상최대의 쇼'다 라고 말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감동이 오는 책이다.

옮긴이는 도킨스에게 만수무강하시라고까지 이야기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지상 최대의 쇼 /리처드 도킨스, 김명남 옮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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