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상 바람에도 꿈쩍 않는 '착한 음식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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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인상 바람에도 꿈쩍 않는 '착한 음식점'
  • 이혜정
  • 승인 2011.03.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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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단비 같은" 식당들 … 날로 인기 더한다


취재 : 이혜정 기자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구제역 여파로 음식 값이 엄청나게 치솟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상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착한  음식점'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들 음식점은 저렴한 가격에 뛰어난 맛까지 자랑하며 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덜어주고 있다.

인천시내에서 대표적으로 '착한 음식점'은 부평구 부평5동에 위치한 '24시 일미해장국'집이다. 이곳의 메뉴는 주로 돼지고기 관련 재료로 선보인다. 그 중  선지해장국과 우거지해장국이 3천500원,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는 4천원이다. 요즘 웬만한 식당에서 밥 한끼를 사먹으려면 적어도 5천원~6천원은 갖고 있어야 한다.


또 이곳에선 보쌈, 된장국, 참치김치찌개, 돈가스 정식, 뼈다귀 감자탕 등 매일 다른 특별 점심메뉴를 4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반찬 역시 '섭섭하지 않게' 하루 5~6가지가 나온다.

특별점심 메뉴인 비빕밥을 주문한 김영춘(46)씨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지만 4천원에 비빔밥, 오뎅탕, 5가지 반찬 등 푸짐한 점심을 먹어본 곳은 손에 꼽힐 정도"라며 "밥이 부족하면 두세 번이고 주는 주인인심에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김모연 사장(60)은 "다같이 어려운 시기에 물가가 올랐다고 매정하게 가격을 올릴 순 없다"면서 "어릴 적 배고픔을 겪었기 때문에 먹는 음식만큼은 저렴하고 푸짐하게 제공하는 게 음식장사하는 사람의 미덕이라고 여긴다"라고 말했다.


남구 주안4동의 '밥 나와라 뚝딱'. 이 식당은 아이들이 즐겨 먹는 떡볶이, 김밥, 쫄면 등과 같은 분식류와 된장찌개, 순두부찌개 등 식사류를 모두 합해 40여 가지를 판매한다. 음식이 여럿인 만큼 가격도 다양하지만, 갈비탕(4천500원)을 제외하고는 1천500~4천원선이다. 특히 최근 돼지고기가 주재료인 돈가스와 제육덮밥은 10년 전 가격 그대로 3천원이다. 학생들이 이용할 때에는 돈가스와 제육덮밥을 빼곤 3천원 이상 모든 메뉴는 500원 할인도 해준다.

식당을 찾은 김형철군(19)은 "처음에 이곳을 이용할 때 가격이 매우 싸서 음식이 부실할까 걱정했는데, 맛도 좋고 반찬도 아침 저녁으로 달라 엄마가 챙겨주는 도시락 같다"면서 "학생들은 500원씩 할인을 해줘 친구들이랑 함께 오면 같은 가격에 다른 음식도 먹을 수 있어 정말 좋다"라고 말했다.

이옥순 식당주인(54)은 "10년 동안 장사하면서 자식을 먹이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음식을 만들어 판다"면서 "돼지고기, 쌀, 계란, 야채 등 식재료 값이 줄줄이 올라 가격동결이 쉽진 않지만, 대부분의 단골이 도서관과 인근 고등학교 학생들이어서 차마 올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 매출이 늘었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저렴한 음식 가격으로 손님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곳에선 주로 인근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들과 고등학교 학생들만 찾던 예전과 달리 일반인들이 점심을 먹으려고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씨가 운영하는 식당이 일반 식당에 비해 값이 퍽 싸기 때문이다. 특히 한 달에 20번 이상 밖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직장인들에게는 그나마 이 식당의 저렴한 가격이 위안을 주고 있는 셈이다.

남동구 간석4동 중화요리 전문점 '일품짜장'도 착한 식당 대열에 빠질 수 없다. 중국요리의 대명사이자 서민음식의 대표격인 자장면과 짬뽕 가격이 이곳에선 각각 2천500원과 3천원이다. 간짜장과 우동도 3천원이다.

박진섭 사장(46)은 "뛰는 재료값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때가 때인 만큼 모든 사람들이 어려울 것 같아 가격을 올릴 수 없다"면서 "남는 건 별로 없어도 검단과 소래포구 등 멀리서 찾아 오는 손님들을 생각해서라도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단에서 자장면을 먹으러 온 김병익(34)씨는 "물가 고공행진에 한 끼 해결하는데도 5천~6천원은 기본"이라며 "싼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파는 식당을 애용하는데, 그런 식당들은 '가뭄에 단비'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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