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위기학생 새출발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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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학교, "위기학생 새출발 돕는다"
  • 이병기
  • 승인 2011.04.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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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대안학교-지역 청소년 단체와 유기적 연계 절실


장기 위탁 대안학교인 한오름학교의 2010년 소풍 기념사진

취재: 이병기 기자

#. A군은 학기 초 흡연이 수차례 적발돼 벌점을 받았다. 학교 수업도 무단으로 빠지고 PC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여러 번 적발됐다. 지각은 물론 학생생활규정에 맞지 않는 장신구 착용으로 또 지적을 받았다. 벌점 누적 과다자로 학교에서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아 결국 퇴학 처분을 받았다. A군은 장기 대안학교로 위탁됐다.

중학교에서 인문계고로 입학할 당시 내신 87%로 진학한 A군은 고등학교 생활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했다. 1학년 1학기 첫 시험 성적은 37명 중 36등. 이후에도 수업시간마다 잠을 자는 등 학업에 관심과 흥미를 갖지 못했다.

대안학교 상담 결과 A군의 경우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의 상처가 컸다. 또 어떤 일에도 의욕이 없는 상태였다. 아버지 권위에 상당히 위축돼 심리적 상태도 불안정했다. 말도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안학교의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화려한 장신구를 통해 자기 존재를 위로하려던 모습도 줄어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업태도가 좋아졌다. 아침에 등교할 때도 가장 먼저 교무실에 들러 선생님들에게 인사했다. 생활태도가 달라지자 학습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업에 참여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교사들의 수업을 돕는 일을 맡았다. 2학기 기말고사에서는 4과목에서 2등급을 받아 동급 학생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벌점 누적 과다자로 퇴학처분까지 받았던 A군은 대안학교 교육 이후 '상점과다자'로 '역전'에 성공했다.

인천의 대안학교는?

이처럼 대안학교는 '위기 학생들'의 부적응도를 낮추고, 다시 학교(본교)에 적응하도록 돕는 대안 교육기관이다. 예전에 비해 대안학교의 인지도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 시민이나 심지어 일선 교사들도조차 대안학교가 어떤 곳인지 모르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위탁해 운영하는 대안학교는 학생들이 최대 1년 동안 다닐 수 있는 장기 대안학교와 3개월 이하의 단기 대안학교로 나뉜다. 2011년 3월 현재 인천에는 성산효마을, 한오름학교, 아름다운 학교, 하늘샘학교의 4개 장기 대안학교와 26개 단기 대안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위탁학생은 본교에서 정원외로 관리하며, 위탁교육기간 출석과 수업, 평과 결과 등은 모두 본교에서 인정된다. 학생들은 대안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졸업장을 받는다.

일반 학교는 3월 초 개학하지만, 대안학교는 아직 전이다. 학생들은 한 달간 본교에서 생활한 후 선정 절차를 거쳐 대안학교에 들어갈 수 있다. 학교에서 퇴학처분이 결정됐지만 장기대안위탁교육을 희망해 처분이 유보된 학생, 위탁교육을 희망하는 중·고등학생, 학교장이 '위탁교육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학생 등이 위탁대상자다.

인천시교육청은 24일까지 위탁교육 대상자들을 접수하고 3월29일~4월1일까지 위탁 준비 교육(징검다리 교실)을 실시한다. 학생들은 4일간 교육을 마치고 장기 대안학교의 생활을 시작한다.

시 교육청의 대안학교 위탁학생 관리지침에 따르면 위탁학생 교육기간은 최장 1년이 원칙이다.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소속 학교장과 위탁교육기관장이 협의해 소속학교로 복귀시킬 수 있다. 또 위탁된 학생에 대해서는 본교 학급 담임 교사가 학기별 1회 이상 대안학교를 방문해 결과를 상담하고 제출해야 한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은 올해 대안교육센터 TF팀을 구성해 4곳의 장기 대안학교를 관리하고 있다"면서 "도시형 대안교육 위탁교육기관 운영으로 새로운 대안교육의 방향을 모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본교-대안학교-청소년 단체 간 유기적 연계 필요


제과·제빵 수업

일선 대안학교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을까.

연수구 인천시평생학습센터에 위치한 한오름학교는 시 교육청이 위탁한 장기 대안학교다.

이곳에서는 정규과목과 함께 대안교과로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높여주는 '이미지메이킹 스쿨'을 비롯해 연극치료와 미술치료를 병행해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예술 심리극'이 마련돼 있다. 또 연극과 뮤지컬 교과는 학생들에게 모둠활동을 통한 창의적 사고를 유도하고, 협동과 배려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직업능력개발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제과·제빵 교과는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제빵기능사 국가자격증 취득을 돕고 있다. 단순히 '자격증'이라는 성과를 내기 위한 과목이 아닌, 여러명이 함께 하는 협업활동으로 협동심과 단체 적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커피바리스타 교육과 풍선아트, 원예 등의 직업능력개발프로그램과 '진로와 직업'의 진로탐색 수업도 마련돼 있다. 학기 초에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계획적인 진로탐색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기 강점과 약점, 흥미, 적성, 가치 등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박영선 한오름학교 교육부장은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하면서 점차 자기 특성에 맞는 진로개발의 중요함을 인식했다"면서 "미래에 대해 더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면서 스스로 자신을 개발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됐다"라고 말한다.

한오름학교에 오는 학생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수련회

학우 간 문제가 있는 학생이 있는 반면, 교사와의 갈등, 학업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얽혀 있다. 머리카락을 자르기 싫어 들어온 학생도 있고,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아이도 있다.

이 중 전부는 아니더라도 많은 아이들이 불안정한 가정형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 다수의 아이들은 학교에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다고 일선 대안학교 교사들은 설명한다.  

박영선 부장은 "학업 부담감으로 아이들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적은 편이다"면서 "학생들에게 목표와 희망을 심어주고 의지를 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지만, 쉽지 않다"라고 말한다.

한오름학교에는 3개 반이 있으며 반마다 약 12명의 아이들이 함께 생활한다. 3명의 상근교사가 각 반을 맡아 아이들을 지도하고, 수업은 분야별 전문강사들의 강의로 이뤄진다.

교사들은 "학생마다 수 십개 문제 덩어리를 안고 있다"라고 말한다. 한 학생의 얽힌 문제를 풀기 위해선 교사들의 에너지 소모도 많을 뿐더러, 그들의 문제를 다스리는 일 역시 쉽지 않은 형편이다. 

강득우 한오름학교 생활지도주임은 "학생들의 문제는 심리적으로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교육전문가를 넘어서는 심리상담사가 필요하다"면서 "전문가가 대안학교에 상주하면서 아이들을 돌보는 게 필요한데,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한다.

또 하교 이후에는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점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학교를 벗어나면 가정에서 교육이 필요한데, 이 아이들은 방과 이후 '돌봄'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피시방에 가거나 새벽까지 이어지는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교에 나오면 피곤함으로 학업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박영선 부장은 "아이들이 불안한 시기에는 24시간 동안 지속적인 돌봄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상담프로그램 등이 단기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큰 효과를 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위탁학교가 필요는 하지만, 학교에 다니기 싫어하는 학생들에게 '탈출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안학교에 오고 싶은 학생들이 많은데, 그 이유가 '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 대안학교 교사는 "대안학교는 학교를 다닐까 말까 하는 아이들이 오는 곳이 아니라, 학교를 그만둘 처지에 있는 학생이 와서 다시 본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지금은 그 목적이 상당부분 희석된 면도 있다"라고 말한다.


풍선아트 수업

인천지역에는 인문계고보다 전문계고가 적은 형편이다. 이 때문에 전문계고 지원자가 많을 경우 성적 순으로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여기서 떨어진 학생들이 인문계고에 진학한다. 성적이 낮은 아이들은 학교에도 관심이 점점 줄어들어 결국 생활이 힘들어진다. 

한오름학교 학생 중 약 90%가 인문계 고등학교 학생이다. 아이들 말을 들어보면, 전문계 고등학교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가서 인문계로 왔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성적이 좋지 않고 말썽만 피는 아이들을 본교에서 '떠밀기' 식으로 대안학교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본교 담임교사가 이런 아이들을 돌보는 게 첫 번째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 교육청 운영지침에도 본교 교사는 학기당 1회 이상 대안학교를 방문해 학생 상담 결과를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한오름학교에 방문했던 교사는 단 한 명 뿐이었다. 그렇다고 업무에 치인 교사들에게 대안학교 방문을 강제하는 것도 난감한 일이다. 

교사들은 본교와 대안학교, 지역 청소년 관련 기관들의 긴밀한 유기적 연계로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돌봄을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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