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변혁 주체로서의 '사회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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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변혁 주체로서의 '사회적 기업'
  • 양준호
  • 승인 2011.03.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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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평] 양준호 교수 / 인천대 · 경제학


 신자유주의와 다양한 사회문제

 이른바 ‘IMF위기’로 불리는 1997년의 총체적 경제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시장(Market)의 전지전능함을 맹신하는 신자유주의의 높은 파고에 휩쓸리면서 역사상 최악의 ‘양극화 시대’에 직면해 있다. 사회 모든 영역에 시장 원리와 경쟁 개념을 강권적으로 이식하고자 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 기조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 격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격차,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자라나는 학생들의 교육 격차 등과 같은 양극화 현상이 전혀 나아지는 조짐 없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또 고용과 임금 변동성 증대에 따라 국내소비의 경기탄력성이 점차 커져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은 날로 증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지금 우리 사회는 위에서 언급한 양극화 현상과 관계되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매우 다양한 사회문제를 안고 있다. 또 지속되는 경제침체 및 불안정성은 이 같은 사회문제 치유를 더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양극화 현상에 허덕이는 우리 사회

 이처럼 매우 심각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빠진 우리 사회는 위기의 근원인 시장원리주의에 대해 제대로 된 비판적 논의 및 대응조차 하지 못한 채, 강력한 글로벌화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에 의해 조장되고 있는 ‘신자유주의를 위한 대합창’은 위에서 언급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경제 체제에의 적응이라는 명분으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은 외면당하고 있고, 또 이 같은 문제들이 갖는 심각성을 인위적으로 희석시키기 위해 더 강한 페이스로 또 다시 글로벌화를 추구하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에 작동하고 있는 이른바 ‘악순환 메커니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 이후에 강화된 시장원리주의적 정책 기조는 위와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는 말할 필요도 없고, 경쟁원리의 과도한 적용으로 인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 간 신뢰, 지역사회와 커뮤니티가 가지고 있던 공동체성을 점차 파괴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껏 우리가 접한 적이 없는, 또 우리 이외의 다른 나라 역시 경험한 적이 없는 수준의 심각한 ‘격차사회’ 즉 ‘양극화 사회’에 진입해 있다.

 ‘후기 산업사회(Post Industrial Society)’의 도래

 이처럼 시장원리주의가 낳은 병폐로 둘러싸인 우리 사회는 2008년의 전 세계적 규모의 금융위기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리게 되었는데, 금융자유화 또는 금융규제완화 등과 같은 자유주의적 정책 기조가 초래한 전 지구적 규모의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내적으로 또 국외적으로도 시장원리주의 위협을 절실히 경험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중층적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신자유주의 또는 시장주의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이 대중화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사회는 시장(market) 그 자체에 대해 새롭게 또 비판적으로 논의해야만 하는 시대에 직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같이 21세기는 시장원리를 기축으로 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대변혁 시대이며, 해서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서 새로운 ‘가치 창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즉 이른바 ‘후기 산업사회’ 또는 ‘후기 산업자본주의’ 작동방식을 진지하게 모색해야만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가치창조의 주체, ‘사회적기업’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market)의 새로운 가치 창조와 관련해서는, 경제성 또는 효율성뿐만 아니라 인간성, 그리고 사회성을 고려하여 이 세 가지 측면 간 균형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시장 그 자체를 경제성 또는 효율성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인간성과 사회성의 관점에서도 평가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추구해왔던 시장을 사회성과 인간성도 같이 추구할 수 있는 조직으로, 또 제도로 진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제이론에서는 시장은 가격형성 기능을 매개로 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고 논의한다. 하지만 사회 변화에 따라 시장 참가자가 경제성뿐만 아니라 사회성과 인간성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였다면, 이를 반영하여 시장의 기능 역시 더 중층적으로 이해해야만 하고 또 보완되어야 한다. 시장은 사회 변화와 표리일체가 되어 끊임없이 진화해야만 그 존재 역시 지속가능해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21세기는 시장의 진화와 고도화에 의해, 사회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창조를 실현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물론 이와 같은 가치창조와 관련해서는 앞으로도 일반 영리 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그러한 새로운 가치창조에서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으로 불리는 시장의 힘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 주체를 육성해야 한다.  

 ‘시민섹터’의 중요성

 최근에는 GNP(Gross National Product)에 추가하여 GNH(Gross National Happiness)와 같은 척도를 적용하여 사회경제시스템에 대한 가치판단을 해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즉 단순히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복도(Well-being)’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런 국민과 시민, 그리고 지역주민에게 ‘행복’의 문제야말로, 바로 가치창조와 관련한 테마 그 자체이기도 하다. 현존 사회주의 실패와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면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21세기 경제사회는 ‘정부섹터’, ‘기업섹터’에 추가하여 시민이 주체적으로 행동하는 ‘시민섹터’ 역할을 증대시켜야 한다. 또 실제로도 기존 경제성장 원리주의를 지양하고 진정한 경제사회 발전을 지향하기 위해 ‘시민섹터’는 매우 중요한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 기업, 시민과 같은 세 개 섹터가 서로 협동하여 가치를 창조함으로써, 지금 우리가 마주해 있는 다양하고도 복잡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

 사회변혁 주체로서의 ‘사회적기업’

 결국, 이와 같이 현대자본주의에 내포되어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행복도를 높이는 새로운 차원의 가치창조가 불가결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그와 같은 역할은 시장의 힘을 전략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시민섹터’를 중시하는 ‘사회적기업’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사회를 변혁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기업’이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 ‘시장’이 아직까지 중요한 이유는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Karl Polanyi)가 주장했듯이 시장은 ‘소비자와 같은 개인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이른바 ‘사회적기능’을 가지고 있고, 나아가 혁신을 추동해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단 시장은 위에서 언급한 인간성과 사회성을 존중하는 공동체 정신에 입각한 ‘사전적 계획 또는 설계’에 의해 반드시 보완되고 통제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차원에서 ‘사회적기업’은 현존 사회주의뿐만 아니라 시장원리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의 한계 및 부작용 역시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주체이다. 해서 기존 역사에서 나타나지 않은 새로운 사회경제시스템을 구축해낼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역사변혁 주체인 것이다.

 ‘사회적기업’이란 무엇인가?

 ‘사회적기업’이란, 민간 영리기업과 같은 비즈니스 형태 및 방법을 활용하여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 주체이다. 이는 사회성, 사업성, 혁신성과 같은 세 가지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기서 ‘사회성’이란 현재 해결이 요구되고 있는 사회적 과제에 임하는 것을 사업 활동의 미션으로 설정해야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성’이란 ‘사회성’의 미션을 비즈니스 모델로서 사업의 형태로 나타내 계속적으로 사업 활동을 진행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혁신성’이란 새로운 사회적 상품 및 서비스와 또 그것을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구조 및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또 그러한 활동이 사회 전체로 확산됨으로써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기업’의 조직 형태는 주식회사, 협동조합, NGO 등 매우 다양하다. 즉 ‘사회적기업’은 조직 형태를 가리지 않는다. 세계적인 사회적기업 연구자인 일본 히토츠바시대학의 타니모토 칸지 교수의 분류법에 의하면, ‘사회적기업’은 보통 사업형 NGO, 사회지향형 기업, 사회적펀드 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또 소규모 지역의 사회적 과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역시 ‘사회적기업’으로 볼 수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사회적기업’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같은 종류로 이해하여도 큰 문제는 없지만, ‘사회적기업’은 그 사업활동 공간이 특정 지역에 한정되지 않는 반면에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매우 강한 지역성을 띠고 있다.  

 왜 ‘사회적기업’을 주목해야 하는가?  

 사업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전통적인 자선활동 시민단체의 경우, 그 운영 자금은 대부분 행정기관으로부터 지원받는 보조금이나 위탁사업비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비수익형 시민단체는 그 사업을 급속히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먼저 재원 부족 문제에 직면해버리고 만다. 개인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경우 역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는, 이른바 경영조직의 효율성은 쉽게 발휘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회성’이라는 가치를 일률적으로 수치화하는 것은 매우 곤란하며, 또 이를 외부에서 통제하고 검증하는 것 역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체로 규제에 의해 공공 서비스 제공자에 대해서는 독점적인 지위를 주고 있다. 자선과 같은 서비스의 수혜자와 기부자로서의 부담자가 서로 다른 사람이라고 한다면, 절대 시장경쟁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는 자선활동 시민단체의 경영자나 구성원이 나태하거나 악의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업에서도 끊임없는 조직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내부조직이 비대해져 조직 자체가 비효율적으로 변질해버린다는 건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시장에는 늘 항상 고객 만족을 위해 경쟁하여 그 경쟁에서 진 사람은 도태되고마는 시스템 또는 구조가 내포되어 있다. 이 같은 경쟁적 환경은 조직에 끊임없는 혁신 또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가져오고 있다. 이러한 경쟁 과정은 지극히 치열하고 또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또 이는 공적 부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며, 당연히 양극화를 동반하지만 경제를 성장시키는 중요한 일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동시에 이러한 시장 경쟁 체제 하에서는 목표 달성을 위해 비효율적 조직은 도태되는 반면에 우수한 조직만 살아남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 전체의 안정성과 공정성은 약화되고 또 훼손되는 반면에 효율성이 향상된다. 어디까지나 부분적인 장점에 불과하지만, 이와 같은 일정 부분의 장점을 갖는 시장 과정 속에서 활동하기 때문에야말로, ‘사회적기업’의 우위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사회적기업’이 위에서 언급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회성, 사업성뿐만 아니라 혁신성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조직 간 경쟁은 조직 내부에도 긴장감을 조성하며 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결코 금전 면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평가를 포함한 리턴이 인센티브로 작동하여 사람들을 노력하게 만든다. 이 같은 시장적 원리 또는 시장 과정을 활용하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적기업’은 경쟁이 초래하는 긍정적 측면만 강조하며 사회적 문제를 외면해왔던 시장원리주의 또는 신자유주의와 경쟁이 초래한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며 혁신을 게을리 한 계획경제 체제, 또는 현존 사회주의의 치명적 약점을 동시에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양자 그 나름의 강점을 동시에 갖추고자 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사회적기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시장(market)의 진화

 '효율성‘ 관점에서 보면, 시장보다 앞서는 원리 또는 조직은 없다. 그러나 ’진화한 시장‘ 또는 ’진화하는 시장‘이란 효율성 또는 경제성뿐만 아니라 여기에 기존 시장이 배제해온 사회성 및 인간성이 더해져 이 세 가지 요소들 간 균형이 잡혀, 그 결과 세 가지의 가치 또는 요소가 동시에 추구되는 시장의 작동방식을 의미한다. 시장에서 경제합리성을 추구하게 되면 경제성 또는 효율성만을 얻을 수 있는 반면에 공동체적 가치관, 상호 조화, 공생을 추구하게 되면 사회성 및 인간성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런데 ’진화한 시장‘ 또는 ’진화하는 시장‘에서는 경제성과 사회성(인간성) 중 어느 하나를 양자택일적인 관점에서 선택(trade-off)하는 게 아니라, 얼핏 보면 상호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는 가치와 정책을 상호 조합하거나 상호 간 균형(trade-on)을 시도한다. 

 경제합리성과 사회성, 그리고 인간성과 같은 세 가지 요소들 사이에는 일반적으로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다양한 가치들이 균형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혁신 또는 이노베이션(innovation)을 통해 트레이드 온(trade-on)시켜낼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이론상 논의가 아니라 현대자본주의가 처한 다양한 현실 및 실제적 사실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시장의 객관적 변화에 의거하고 있는 실증적 논의이다.   

 바로 이러한 ‘시장의 진화’에 따라, 경제성과 효율성만 추구해온 민간 영리기업은 사회성과 인간성을 동시에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고, 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 목적으로 설정해온 조직은 경제성 또는 효율성 역시 동시에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같이 ‘진화된 시장’이 작동하고 또 지향되어야만 하는 지금의 역사 하에서는 ‘사회적기업’이 가장 시대 정합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지난달 22일 문을 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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