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교사들은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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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들은 '봉'
  • 이혜정
  • 승인 2011.04.0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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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보장 안돼 신분불안 … 처우개선 시급


기간제 교사들의 신분을 확실하게 보장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취재:이혜정 기자

#1 인천의 한 상업고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29)씨는 언제든지 학교를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친다. 김씨가 전공한 상업 과목은 국·영·수와 달리 비선호 과목. 그래서 과목교원 자리가 거의 없고, 지난 2009년에는 아예 과목교사를 선발하지도 않았다. 지난해 운이 좋게도 상업고등학교에 1년 기간제 교사로 들어가 일을 했다. 혹시 교장 눈 밖에 나 재계약이 어려워질까봐 전전긍긍하며 정교사들도 기피하는  CA동아리, 연구수업 등을 자연스럽게 맡게 됐다. 다행히 올해 1년 재계약을 맺어 일을 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고 한다.

#2 영어 기간제 교사로 일을 했던 김모(28)씨는 얼마 전부터 학원강사 자리를 찾고 있다. 사범대를 졸업하고 2년 동안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기간제 교사직으로 눈을 돌렸다. 임용고시 합격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김씨는 취업난에 계약직 교사 경험을 쌓아 임용고시에 합격한 후 도움이 될까 2년 동안 학교에서 계약직 교사로 일을 했다. 처음 학교에 들어가자 교과수업뿐만 아니라 야간자율학습지도, 교문지도 등 다양한 학교업무를 맡아서 했다. 계약직 교사로 일하면서 결혼을 한 김씨는 눈치가 보여 주말을 포함해 4일간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이처럼 업무량이 많아도 성과상여금도 지급되지 않고, 스트레스로 인한 만성피로에 시달려 올 2월을 마지막으로 학교를 떠났다.

#3 수학 기간제 교사인 허모(49)씨는 올해 1년 계약직 교사가 되면서 다행이라고 했다. 허씨가 기간제 교사로 눈을 돌린 것은 지난 2009년부터. 허씨는 9년동안 사회교육시설에서 교사생활을 하다가 학생수가 점점 줄어 들면서 학원강사로 일을 했다. 학원강사 생활을 하다가 나이 때문에 더이상 일을 하기 어려워지자 좀더 나이 제한이 자유로운 학교로 발길을 옮겼다. 올해 2년째 기간제 교사를 하고 있는 그는 중학교 1곳, 고등학교 4곳을 옮겨다니며 최소 2개월~최대 1년 동안 일을 했다. 단기간 일을 하다 보니 업무 떠맡기, 친밀감 형성 어려움, 기간제 교사 무시 등 어려운 일이 많다. 그래도 딸 셋을 둔 가장으로서 재취업이 어려운 현실에 단기 교사를 한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한다.

학교 내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신분 불안 등으로 교육의 질을 떨어트린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간제 교사들은 정규교사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수업과 학생지도, 학교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단지 '기간제'라는 이유만으로 신분상 불안과 부당한 업무부여 등 갖가지 '차별대우'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초·중·고 합산)는 2008년 2천200명, 2009년 2천335명, 2010년 1천770명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간제 교사가 줄어든 것은 계속되는 저출산 현상으로 학교 당 학생수가 줄어 교과부가 전체 교원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법 제32조 규정에 따라 교원이 파견, 연수, 정직, 직위해제, 휴가로 인해 1개월 이상 직무에 종사할 수 없을 경우 등 사유발생 시 정원 범위 내에서 1년 이하 기간을 정해 임용하며 필요한 경우 3년 범위 안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기간제 교사 처우의 문제는 '신분 불안정'

기간제 교사들을 괴롭히는 가장 큰 요인은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이들은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정교사가 복직하게 되면 아무런 항의도 못하고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한 기간제 교사는 "계약기간조차 지켜지지 않는 불안한 비정규직은 교직밖에 없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휴가나 병가를 낸 정규교사가 방학시작과 함께 복직하더라도 기간제 교사들은 방학기간 중 보수를 받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 방학 시작 전 계약이 끝나거나 정교사 복직에 따라 일을 그만두기 일쑤다.

퇴직금에서도 기간제 교사는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다. 한 학교에서 1년 이상 근무를 했을 때는 퇴직금을 받을 수 있으나 학교를 옮겼을 때는 합산한 근무 기간이 1년을 넘어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간제 교사가 A학교에서 6개월을 근무하고 B학교로 옮겨서 다시 6개월을 근무할 경우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동일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했을 때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근로기준법 제34조'에 따라 퇴직금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봉급과 수당은 각각 '공무원 보수규정'과 '공무원수당규정'에 따라 적용하면서 퇴직금에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기간제 교사들은 근무 기간 중 학교를 옮기게 되더라도 근무기간을 합산해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울러 이들은 1년 이상 근무를 해도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교사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공무원이 아니란 이유로 성과급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간제 교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어느 정도 성과급도 지급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정교사보다 더 많은 업무를 떠맡기기도 한다.

'2008년 계약제교원 운영지침'에는 각종 직무 연수 참가에 대해선 "학교 교육을 담당하기 위해 임용된 자이므로 학교실정에 맞게 운영함"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단기 기간제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연수기회도 그리 많치 않다.

또 연가의 경우 계약기간에 따라 3개월 이상 6개월 미만은 4일, 6개월 이상 1년 미만은 7일, 1년 이상 2년 미만은 10일을 사용할 수 있다. 일반병가는 "임용권자가 판단해 교육과정 운영상 가능한 한 단기간 범위 내에서 계약내용으로 정하고 병가를 허용함"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들은 학교장 눈 밖에 날까봐 이마저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기간제 교사들의 불안한 처지는 이들로 하여금 교육에 대한 열정을 떨어뜨리고 전직을 생각하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공교육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이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신분보장과 퇴직금, 성과급, 업무 조건 등 확실한 제도적 장치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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