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제멋대로' 해석하는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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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표 '제멋대로' 해석하는 인천시
  • 김주희
  • 승인 2011.04.04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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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뉴스] '인천경제 청신호' 보도자료에 나타난 문제

취재: 김주희 기자


최근 인천시가 송도국제도시에 삼성의 바이오산업을 유치한 이후 이를 축하하며 내건 플래카드를
여태 내리지 않고 있다. 시 안팎에서는 '삼성 유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치적 홍보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 29일 인천시는 각종 통계에 나타난 경제지표를 분석해 '올해 인천경제 청신호'란 제목으로 29일 보도자료를 냈다. 인천경기종합지수와 인천경제동향, 인천고용동향, 통계청, 국토해양부 부동산정보통합포탈 등 경제관련 정부·유관 기관 통계자료를 근거로 한 보도자료다.

이 보도자료에 따르면 신설법인수가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전년대비 고용률은 상승한 반면 실업률은 떨어졌다. 아파트와 토지거래가 급상승했다.

1월 인천지역 신설법인수는 227개로 전년 같은 달보다 31% 증가했다. 이는 월별 통계자료가 구축된 2008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라고 했다.

시는 신설법인수 증가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그 근거로 2월 고용률이 전년동월대비 0.2%포인트 증가한 54.6%를 기록한 반면 실업률은 0.6%포인트 하락한 5.9%였다는 점을 들었다.

인구가 줄어드는 타 광역단체와 달리 각종 도시개발 사업으로 인천은 꾸준한 인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만 해도 3,930명이 늘었다.

시는 이를 "외지에서 인천으로 일자리를 찾아 유입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밝혔다.

아파트와 토지거래도 늘었다.

2010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파트와 토지거래가 2009년보다 각각 25%, 20% 감소했다. 하지만 2월 통계는 전년동월대비 118%와 30% 상승했다.

시는 여기에 "건축허가면적도 2010년에 전년보다 54.2% 늘어난 610만6,000㎡를 기록한데 이어, 올 2월 39만5,000㎡를 기록(전년대비 1만2,000㎡ 감소)해 전년동월 수준을 유지했다"면서 "인천의 부동산 시장은 다소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기대했다.

인천발전연구원이 매달 내는 경기종합선행지수의 전년동월대비 6개월 수치가 양방향이거나 보합이라는 점을 내세워 "인천경기의 단기예측이 경기상승으로 방향전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라고 시는 분석했다.

특히 시는 "1, 2월 경제지표는 삼성 송도 바이오제약 유치 발표 이전 통계로, 삼성 유치 효과가 반영되면 인천경기의 상승세가 가속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보도자료에 나타난 대로 1~2월 통계상 각종 경제지표가 전년보다 오른 건 사실이다. 하나 실상을 들여다 보면 시 주장대로 과연 '청신호'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시민과 기업이 느끼는 체감 경기지수는 다가오는 '봄날'을 느낄 수 없도록 춥기만 하다.

우선 28일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낸 '3월 인천지역 소비자 동향'을 보면 4개월 연속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세를 기록했다. 지역 소비자 동향 조사를 한 2002년 1분기 이래 최악의 지수를 기록했던 2009년 3월(83)이후 2년 만에 소비자심리지수는 기준치 100에 근접한 101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지역 소비자들이 현재 경기 수준을 판단하는 지수도 지난해 9월부터 하락세를 그리며 지난 2월 78에서 3월 66으로 크게 떨어졌다.

가계의 생활 정도를 알아보는 지수 역시 기준치를 크게 밑돌아 84를 기록한데다 전망치 역시 89로 어두웠다.

생활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월 소득 400만원 이상 고소득자조차도 '나빠졌다'는 응답을 더 많이 했다.

소비자뿐만 아니다. 기업 역시 체감 경기가 살아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올 1월 지역기업의 경기실사지수 중 업황지수는 제조업이 95, 비제조업이 73으로 한달 전보다 각각 3.1%, 6.4% 낮아졌다. 전망치도 제조업 90, 비제조업 81로 하락세였다.

그나마 수출입 증가폭이 늘고, 무역수지 적자폭이 줄어든 게 위안이다.

그렇다고 해도 유가 상승 압박은 여전하고, 원자재가 오름세가 꺾이지 않는 등 불안요소가 많다. '동일본 대지진'도 지역 경제의 걱정거리다.

인천발전연구원이 발표한 경기종합선행지수도 전년보다 상승했지만, 지난해 8월 104.5에서 올 1월 103.6까지, 5개월째 하락세다.

통계수치상 고용시장이 활기를 띤 것 역시 사실이다. 2월 중 고용률은 전년보다 올랐고, 실업률은 하락했다.

하나 고용률 상승은 시 보도자료가 강조하듯 인천에서만 벌어진 게 아니다.

전국 평균치는 전년보다 0.5포인트(56.6%→57.1%) 올랐다. 인천은 전국평균치를 웃돌았지만 상승폭은 0.2포인트(57.4→57.6)에 그쳐 전국 상승폭에 미치지 못했다.

실업률 하락도 전국적인 현상이다. 전국 평균 실업률은 4.9에서 4.5로 0.4포인트 하락했다.

인천도 전년보다 0.6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실업률 전국 1위 오명은 벗지 못했다.

"일자리를 찾아 인천으로 오는 인구가 늘었다"라는 시의 분석이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각종 개발 사업으로 신규 아파트가 늘어난 현상을 반영하지 않았고, 인천으로 온 시민의 일자리가 '인천에 있다'고 확신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인구 증가가 두드러진 데는 서울과 가까운 서구 검단이나, 남동구 논현·한화 지구 등 신규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곳이다. 부평과 남구 등 구도심은 줄고 있다.

부동산 경기 역시 상업·공업용을 중심으로 건축허가면적이 늘었지만, 1월에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사철을 맞아 부동산 매매가도 상승세로 반전, 시는 다소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전세가가 전년동월대비 5.9% 올랐고 전달보다 0.9% 상승했으며, 이는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났다고 보는 것보다 커가는 서민들의 부담을 어떻게 줄일 지에 시가 관심을 쏟아야 하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시는 이날 보도자료에서도 보듯 '삼성 유치'란 치적을 강조하는 데만 급급하다.

시는 삼성 유치 효과가 바로 나올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당장 송도국제도시 공인중개업소는 '취득세 감면'이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썰렁하기만 하다.

지난 겨울 구제역과 이상 한파로 농가는 울었고, 자영업자는 문을 닫고 있다. 지갑이 얇은 대학생은 끼니 걱정을 해야하는 처지고, 서민들의 장바구니는 비어간다는 언론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시의 지역 경제 정책은 '비전 기업 1000개 육성', '스마트 타운 조성' 등 송영길 시장의 치적 쌓기에만 초점을 둔 듯하다.

자고로 통계는 '3대 거짓말' 중 하나로 꼽힌다. 제멋대로 가져다 써먹을 수 있는게 통계의 한계다.

또한 표본조사로 이뤄지는 각종 경제지표는 100% 현실을 담지 못한다. 단지 현상을 수치화해 보여줄 뿐이다.

이 때문에 통계청이나 한국은행 등 경제지표를 발표하는 공신력 있는 기관은 조사한 수치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애쓴다. 표본 조사이기에 설문조사에 나타는 것만 드러내지 재해석을 지양한다.

그런데도 시는 이들이 발표한 수치를 '제멋대로' 해석했다.

내용이 그리 밝지 않은 자료는 빼놓고, 그저 언제 효과를 거둘지 알 수 없는 '장밋빛'만 강조하는 모습이다.

송영길 시장이 그렇게 차별화하려는 전임 안상수 시장 때 치적홍보와 무엇이 다른가.

통계 밖 세상에서는 소비자와 기업들이 유가 상승과 물가 오름세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에 돈을 빌려 아파트를 산 시민들의 불안은 점점 커가고 있다.

이를 푸는 데 지역의 경제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면, 치적을 홍보하는 일도 적당히 해야 한다. 알릴 정보가 있다면 호들갑 떨지 말고 냉정하게 수치만 내놓으면 그만이다.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을 드러내 어떻게 밝게 할 고민한 흔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인천경제 청신호'에 대한 기대감은 누구나 크다. 지역의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인천시가 시민에게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각종 경제지표를 제 입맛에 맞는 것만 찾아 멋대로 재해석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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