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와 고용을 한꺼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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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와 고용을 한꺼번에
  • 조민호
  • 승인 2011.04.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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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 칼럼] 조민호 / 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 관장

 

  성·미가엘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사회적기업 '옹기종기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복지관에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데 대해 질문을 많이 한다. 복지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 경제문제로 많은 가정들이 이혼하고 가정이 파괴되고 청소년들이 방황하는 일들을 보아왔다. 이에 사회복지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가정해체 방지를 위해 고용문제를 심각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고, 고용문제와 복지를 한 번에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성장 없는 복지는 없다. 복지에는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고 성장을 통해 복지에 들어갈 재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복지는 시행조차 할 수 없다. 복지 없는 성장도 없다.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게 바로 복지이기 때문이다. 성장을 통한 고용창출이 복지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은 실업자로 전락하게 되고 실업을 하게 되면 복지혜택과 연결된다. 복지혜택 수혜자는 다양하다. 정부와 기업이 다같이 협력해 고용을 촉진시켜야 한다. 실업자가 줄어야 복지혜택 수혜자도 줄고, 이렇게 함으로써 재정 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고용과 복지는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런 문제는 재정에서 나오고 재정이 풍부하려면 성장을 해야 하고 고용을 늘려야 하는 순환이 계속된다.

 우리나라 사회구조는 IMF 이후 급격한 중산층 몰락으로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사회를 통한 자원의 재분배 또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서 사회의 분열이 심화하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속한 계층에 대한 보조 역시 미흡하다. 따라서 사회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극빈 계층에 대한 안전망을 확충해 사회통합을 실현하는 복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이러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지난 27일 열린 진보신당 토론회 '진보정치가 복지다'에서 "욕망의 정치(총선)에서 탈 물질의 정치(촛불집회 이후)로의 이동을 보여줌으로써 대선 이후 시민들의 마음이 마구 흔들리고 있다"라고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말했다. 시민들의 마음이 흔들린 곳은 '복지'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에 대한 지지를 통해 드러났다. 이를 확인한 정치권과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복지의 선구자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조승수 대표는 "복지는 복지 수혜자이자 재정 기여자인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사회노동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경제-노동-복지가 서로 맞물려 상승하는 복지 선순환구조로서의 국가·사회복지를 중심으로 한 국가기구 재편과 공공소유 확대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노회찬 진보신당 상임고문은 "노동문제 해결을 통해 1차 분배를 해결하지 않고 2차 분배인 복지만 말하는 것은 병은 마음껏 뿌려놓고 동시에 약을 주는 의사와 다를 바 없다"면서 "좋은 노동이 없는 복지는 부도가 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강력한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다. 일자리 창출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3년간 대기업들은 확실하게 성장했지만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 몇몇 대기업에서는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기업이 가져가는 이익은 늘었지만 그와 동시에 비정규직이 대폭 증가하면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은 줄었다. 기업은 성장했고 대주주는 이익을 얻었지만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생활고에 시달리기 일쑤다. 성장은 했지만 그에 합당한 복지는 없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노동유연화(고용보장에 대한 기업의 의무가 감소하며 아웃소싱, 비정규직을 활용해서 임금에 대한 기업의 지출을 줄일 수 있게 해주는 제도)를 자랑하는 나라가 덴마크이다. 거의 100%에 가까운 노동유연화도를 갖고 있으며 기업에서는 정해진 몇 가지 사유를 제외하고 노동자 해고가 매우 자유롭다. 기업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 '기업하기 좋은 나라'일 것이다. 덴마크가 노동유연화도를 갖고도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바로 "복지정책'이다. 

 만일 덴마크에 100%에 가까운 노동유연화만 있고 복지정책이 없었다면 덴마크는 거의 매일 '생존을 보장하라는 노동자들의 집회와 시위'에 시달렸을 터이다. 어느 누구도 생존을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해고가 자유롭다면 사람들이 불안감에 시달리는 건 당연할 테니 말이다. 덴마크는 기업의 해고가 자유로운 대신 해고된 노동자들이 생존의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는 복지를 국가가 제공하고 있다. 기업에서 해고된다 해도 국가가 실업급여와 각종 복지혜택을 통해 급격한 계층하락을 막아주고 빠른 시일 내에 재취업이 가능하도록 충분한 교육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면 바로 그 순간부터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취업도 쉽지 않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복지는 불편한 단어이다. 복지가 강하게 자리를 잡은 나라일수록 기득권자들이 지게 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복지는 피해 갈 수 없는 사실이다. 양극화가 진행되고 빈부의 격차가 커질수록, 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될수록 사회는 불안해지고 불안해진 사회는 성장을 저해한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복지다.
 
 선진국 그룹에 들어갔다는 우리나라는 국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2009년 통계연보'로 한국 사회와 국민 삶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출산율 꼴찌에 고령화 최선두, 근로시간 최장, 사교육비 최고, 높은 자영업 비율과 소득 불평등, 지나치게 높은 자살률과 빈곤율, 그리고 자동차사고, 생활만족도 하위권 등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경제·재정·과학기술 등 거시지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보건·복지·소득·환경 등 삶의 질과 관련된 지표는 회원국 중 하위권으로 형편 없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가임여성의 출산율은 1.13명으로 OECD 평균1.65명보다 크게 낮았다. 고령화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2040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가 32.5%로 평균 25.7%보다 훨씬 앞지르게 된다. 저출산과 고령화는 사회 활력을 떨어뜨리고 경제발전의 아킬레스건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빈곤율은 평균보다 높다. 빈곤인구는 6번째로 많았고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계층에 대한 공공지출이나 세제혜택 등 정부의 불평등 개선노력은 꼴찌였다. 보건·복지관련 지출규모도 평균을 밑돌았다. 

 하지만 OECD가 지난 10월 발표한 고용전망보고서에서는 고용하락을 크게 낮추지는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호주는 예외의 나라로 주목할 만하다. 호주가 금융위기를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금융부문 때문이기도 하지만 복지·고용 서비스의 통합 전달체계도 한몫을 했다.

 호주의 고용서비스는 '센터링크(Centrelink)'를 통해 제공된다. 1997년에 설립된 이곳은 기본적인 고용서비스뿐만 아니라 각종 공공서비스까지 통합해 제공한다. 각기 다른 기관의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다. 모든 고용·복지 관련 서비스들이 아직 완전히 '원스톱'(One Stop)으로 제공되지는 않지만 소위 한 지붕 서비스(One Stop Shop Service)로 제공되고 있다.

 복지·고용관련 서비스가 한 곳에서 제공되는 것은 문제가 생겼을 때 그 곳에 가면 해결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문제가 발생했는데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의문이 생긴다면 출발부터 어긋난다. 우리나라는 사회안전망의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먼저 존재한다.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2009년 현재 약 40%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제도는 아직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의 복지와 고용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계층은 그 전달체계가 부처별로 나누어져 있어 공급자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고용서비스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정립도 돼 있지 않다.  

 한편 호주에서는 일단 센터링크에서 복지·고용서비스 혜택이 필요한 사람을 식별한 후 필요한 서비스를 주로 민간에 위탁해 제공한다. 고용관련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해당 서비스를 국가가 바로 제공하느냐, 민간에 위탁해 제공하느냐에 따라 고용서비스 지원체계가 공공 중심 또는 민간 중심으로 나누어진다. 민간 중심 고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즉 실업급여, 실업자 프로파일링, 개인별 취업지원계획, 고용정보제공 등 기본적인 고용서비스는 센터링크에서 담당하고 훈련이나 취업 알선 등 더 집중적인 고용지원서비스 제공은 입찰을 통해 선정된 민간 업체에 성과에 따른 보상을 전제로 위탁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1996년부터 11년간 집권했던 자유-국민 연립정부의 하워드 총리가 물러나고 2008년부터 노동당의 리드총리가 집권했다. 노동당 정부는 총선기간 동안 'Skilling Australia'라는 정책 슬로건으로 평생학습과 숙련을 중시하는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통합,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노동공급과 숙련부족에 대비해 교육과 훈련에 중점을 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과거 고용노사관계부를 교육고용노사관계부로 변경했다. 이런 변화 배경에는 지난 10년간 센터링크를 통해 성공적으로 수행한 복지·고용서비스 전달체계 효율성 제고가 바탕에 깔려 있다. 호주 정부는 현재 한 지붕 서비스를 진정한 의미의 원스톱서비스 제공 장소로 바꾸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용과 복지는 수레바퀴와 같다. 고용과 복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호주의 센터링크 같은 기관이 필요하다. 관련부처가 다르고 일선 전달체계가 달라도 최소한 상호 연계는 이뤄져야 한다. 한 번에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복지·고용 서비스 전달체계는 통합돼야 한다. 노동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울고용지원센터와는 별개 기관인 사회복지기관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는 이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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