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은 믿을 만한가 … "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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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은 믿을 만한가 … "질 우려된다"
  • 이혜정
  • 승인 2011.04.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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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한 달] 새 급식조달 시스템 안전성 위협 - 친환경 농산물 꺼리기도


친환경무상급식이 처음 시행된 지난 3월2일 문학초등학교 아이들이 급식을 받고 있다.

취재 : 이혜정 기자

학교급식을 무상으로 전환한 지 한 달이 됐다. 그러나 학교 현장 곳곳에선 급식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 급식전달 체계에서 안전성을 제대로 점검하기 어렵고,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하는 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무상급식 한 달을 맞아 급식체계를 살폈다.

학교급식업체 선정과정에서 발생하는 금품수수 근절을 위해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농수산물유통공사(aT)의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이 아이들 먹을거리 안전성을 위협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무상급식으로 전환되면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하던 상당수 학교들이 우수 농산물 사용을 포기해 아이들 급식의 질이 낮아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일고 있다.

▶ 투명성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 도입 - 안전한가?

지난해 10월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 비리요건을 없애고 납품업체 선정·계약에 대한 학교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농산물유통공사의 '학교급식 전자조달시스템'을 본격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각종 급식관련 비리문제로 골머리를 썩었던 인천시교육청은 급식업체 선정 투명성을 높이려고 지난해 5월 aT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9월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부터 이 시스템을 적극 이용할 것을 지역 내 학교에 권고했다. 시교육청 권고에 따라 대부분 학교들이 at센터 입찰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마련한 시스템이 업체 관리 소홀로 이어져 급식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전자조달방식인 국가종합전자조달(GTB)은 1차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급식소위원회)가 서류 검토와 현장점검을 통해 품목별 업체를 선별하고 입찰권한을 부여한 뒤 최종적으로 GTB를 통해 업체를 선정한다.

반면 aT방식은 aT 각 지사들이 업체가 제출하는 서류와 현장검사로 업체를 등록한다. 이때 학교는 프로그램상에 등록된 급식업체정보를 보고 선정하게 된다. 이에 일선 학교에서는 급식업체에 대한 추가 점검 필요가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aT 인천지사 관계자는 "서류상에 나타나 있는 급식시설(보증서확인, 보건관리 창고, 냉장고, 종업원 등)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정도의 실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들은 aT센터에 등록된 업체를 신뢰하고 추가적인 현장점검은 필요 없다는 식이다.

또 지역 내 사업장을 둔 업체를 확인할 수 있었던 GTB와 달리 온라인상으로만 계약이 이뤄지는 aT방식은 지역제한의 분류가 명확하지 않아 일선 학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서류상으로는 식재료를 직접가공하는 납품업체와 물건을 사다 지급하는 납품업체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천시내 한 급식납품업체 대표는 "급식업체들이 어떤 식으로 운영을 하고, 위생 상태는 어떤지 학교 자체적으로 점검해야 하지만, 학교 행정실장들은 aT 운영방식만을 신뢰하고 있다"면서 "투명성도 중요하지만, 위생에 대한 점검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맹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체 입장에서는 이윤 추구를 위해 효율성과 생산성이 더 우선인 건 당연지사"라며 "기존에 지역 내 400여 개 학교의 학부모들이 수시로 실사를 나올 때와는 달리 현장점검을 몇차례 하지 않는다면, 불편하게 청결상태를 유지하려는 업체가 몇이나 될 것 같냐"라고 되물었다.

▶ 월 단위 계약에도 문제가 있다

이와 함께 식품납품업체 입찰이 월 단위 계약이라는 것도 문제다.

지난해 구제역과 기상이변 등으로 급식업체에 납품하는 식품들의 수급량과 가격 변동이 급변해 분기별, 6개월 또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한 업체들이 시장가격 변동에 따른 대처를 요구하고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새 전자입찰시스템 도입과 함께 월 단위 입찰을 통해 가격변동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그러나 월 단위 계약은 학교가 급식업체 현장점검을 소홀하게 만드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기존 6개월, 1년 단위 계약 시 학교운영위원회(급식소위원회)가 서류검토를 한 뒤 업체를 방문해 품목별로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개선을 하기까지 한 달이란 기간이 걸린다. 이처럼 최저가 입찰방식을 통한 월 단위 계약은 학교운영위원회(급식소위원회)가 현장점검을 하고 개선을 하는 데 어려움이 뒤따라 위생점검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결국 이런 문제들이 아이들 급식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정지혜 참부모학부모회 사무처장은 "학부모들이 현장점검을 나가다 보면 서류상과 매우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해 몇 차례 점검을 거쳐 수정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최저입찰방식을 통해 월 단위 계약이 이뤄진다면, 법정기구인 급식소위원회 역할이 축소돼 급식업체 활동 점검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리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하다 보니 안전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안전한 급식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생산과정에서 위생 상태를 더 체계적으로 감시·감독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전국적인 교과부 지침사항 그대로 학교에 공문을 보냈고, 업체선정 과정에서 학교 자체적으로 지명경쟁, 제한경쟁, 일반경쟁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aT방식이 시행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라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새로 도입된 시스템 이해를 돕기 위해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무상급식이 오히려 급식의 질 저하?

인천시는 지난 3월 2일 시민단체와 함께 무상급식 원년을 알리는 선포식을 갖고 초등학교 3~6학생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무상급식을 실시했다.

그러나 기존 친환경무상급식을 사용하던 상당수 학교 학부모들이 25% 부담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우수농산물 사용을 줄이는 바람에 급식의 질이 저하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일 시에 따르면 현재 우수 농산물을 이용한 초등학교는 43곳으로 지난해 9월 우수농산물을 이용한 초등학교 183곳에 비해 140(76.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초·중·고등학교를 전체적으로도 봐도 450곳에서 259곳으로 191곳(57.5%)이 줄었다.

이는 우수농산물 사용에 따른 '학부모 부담'으로 우수 농축산물 지원 신청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수농산물 소비 위축과 아이들 급식의 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인천시는 무상급식과 함께 '우수 농축산물 학교급식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보육시설·유치원,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가 우수 농축산물 지원을 신청하면 사업비(일반 식자재와 친환경 식자재와 차액)의 75%를 시(40%)와 군·구(35%)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25%는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한다.

박인숙 인천학교급식시민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은 "무상급식과 친환경무상급식을 이원화해 학부모 자부담으로 친환경우수농산물 소비를 줄이는 건 무상급식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하루 빨리 학부모들의 자부담을 해소시키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자부담을 덜기 위해 다각적인 의견을 수렴, 2학기때부터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2일 인천시청에서 열린 '친환경무상급식 원년 선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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