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산업, 세계추세 무시하고 고립화 자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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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 산업, 세계추세 무시하고 고립화 자초
  • 강창대
  • 승인 2009.12.20 18: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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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한국 IT산업이 남긴 것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함께 시작한 2009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어두운 경제상황으로 국내 기업들은 2008년의 사업규모를 유지하는 수준이거나 축소를 감행하는 사업계획을 내놓아야 했다. 이런 상황은 IT업계도 마찬가지였다. 2008년 12월 5일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가졌던 '소프트웨어 엑스퍼트 그룹'의 모임에서는 2009년은 '핵(核) 빙하기'가 될 것이란 전망을 하기도 했다. 당시의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로 드러났다. 기업들이 사업규모를 축소하는 가운데,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중소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대지가 꽁꽁 얼어붙은 겨울에도 생명활동은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2009년의 현실은 냉혹했지만, 미래의 IT산업을 앞당기는 노력은 이어졌다. 2009년에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기반으로 전방위적인 융합이 구체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새롭게 등장한 SNS(Social Networking Service)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꾸고 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컴퓨팅 환경에 이동성(Mobility)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를 가장 뜨겁게 달구었던 아이폰을 비롯해 미니노트북이나 전자책 등이 바로 이동성을 갖춘 컴퓨팅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것은 PC와 인터넷의 등장이 바꾸어 왔던 일산의 모습을 한 번 더 혁신시키는 물결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함께 만들어진 변화가 국내 IT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세계 최강으로 인정받던 국내 IT산업이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를 주도하지 못하는 것에는 다양한 문제점이 있을 수 있지만,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하나는 '한국IT 산업의 갈라파고스 현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대기업 중심의 폐쇄적인 환경'이다.

갈라파고스 현상이란, 갈라파고스 군도에 서식하는 생물들이 대륙과는 고립된 체 독자적인 진화의 과정을 거쳤던 것에 빗대어 한국 IT산업의 고립화를 일컫는 말이다. '웹페이지 국제 표준화를 위한 민원 및 행정소송' 등을 비롯해 'Open Web' 운동을 펼쳐온 김기창 교수(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한국은 "‘IT강국’이라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자화자찬에만 골몰하고 있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김기창 교수가 우려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국내 독점'이다. 가장 흔한 예를 들자면, 액티브엑스(ActiveX)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국내 주요 웹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액티브엑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E: Internet Explorer)에서만 설치하고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운용시스템(OS: Operating System)이 다른 환경에서는 이용할 수 없다. 즉, 한국의 사용자들은 매우 협소한 선택권만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그는 이 점이 다양한 인프라와 솔루션 등을 활용하여 생성되는 산업생태계를 고사시키는 결과로 치닫고 있다고 본다. 여기에는 규제 일변도의 IT 정책, 행정 당국자의 기술지식 결여, 법 집행과정에서 관변사업자들의 부도덕한 영향력 행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웹에서 은행 서비스를 사용할 때 자주볼 수 있는 경고창이다

여기에 더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의 근시안적 경영전략도 한국 IT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소위 기업형 슈퍼마켓(SSM:uper Super market)을 통해서 드러난 것처럼, 몇몇 대기업들은 소상공인들이 만들어온 시장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위클리경향 839호). 이런 상황은 IT산업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는 자유시장 보장을 꾸준히 주장해온 국내 대기업이 시장을 개척하는 방식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2008년 말과 올 초에 국내 중소기업이 10여 년간 발전시켜온 휴대폰 결제시장에 SK가 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허진호)와 대표적인 휴대폰 결제서비스 업체가 반대 뜻을 공표하는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이날 허진호 회장은 “대기업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분야는 중소기업이 키워오면서 이미 성숙한 국내시장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연계된 해외시장 개척 등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는 분야여야 한다”라며 대기업의 과욕에 대해 꼬집었다.

이처럼 대기업이 신규시장이 아닌, 중소기업이 형성한 시장에 무임승차하면서 시장지배력을 넓힐 때 발생할 수 있는 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내 유무선 서비스들 가운데,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없다는 점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를 보더라도 일부 대형 포털사가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한때 서드파티(Third Party: 서드파티란 망사업자나 단말기 제조사로부터는 독립된 제3의 회사나 개인을 지칭하는 말이다)를 통해 제공되던 무수한 콘텐츠가 사라져 버렸다. 대기업의 영향력 아래 서드파티들이 시장에 뿌리내리지 못하고 대형포탈에 통합되거나 사리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휴대폰에 설치하여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역시 단말기 제조사나 통신사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서드파티들은 생존을 위해 대기업의 은총(?)에 모든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드파티와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개방된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산업의 생태계는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한국 IT산업이 가진 독자적인(혹은 고립된) 양상이다. 우리는 그동안 도전적인 기업정신을 갖춘 벤처들을 스스로 키워내지 못한 상황에서 세계적인 트렌드와는 동떨어진 길을 가고 있었다. 이제 세계 최고의 IT강국이 아니라, 거대한 흐름을 뒤따르는 추종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IT산업이 새로운 물결로 접어들면서 세계는 풍부한 산업생태계와 다양한 분야 간의 협업(collaboration)에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 궁극적인 가치의 중심을 사람(또는 사용자:User)에게로 옮기고 있다. 대기업이 돈이 된다면 닥치는 대로 흡수하며 성장해오면서 산업생태계와 사용자의 중요성을  망각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 웹의 고립화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김기창 교수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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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근 2010-01-03 17:52:11
엑티브엑스 없이 인터넷 뱅킹이 불가능한 나라......
마소없는 서비스는 생각할 수 없는 환경....
폐쇄적 웹 환경.....

아이폰의 오픈웹상의 수많은 어플들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아직도 하드웨어만 만드는 그런 it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어차피 미래 it의 관건은 어플싸움이 될게 뻔하게 보이지 않는가?
우리나라 it환경을 그래서 2mb라고 부르나 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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