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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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굴까요?”
  • 한인경
  • 승인 2019.11.2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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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경의 씨네공간]
(40) 『경계선, Border』

 

 

<한인경의 씨네공간>2016년부터 그해 주목받은또는 다시 주목하는영화들을 선정하여 평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93월부터는 미추홀구의 예술영화관 '영화공간주안'과 한인경 작가와의 협약 하에 <인천in>에 게재합니다. '영화공간주안'이 상영하는 예술영화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를 나눕니다

 

나는 누굴까요?”

 

경계선, Border

 

당신은 누구죠?”

 

개 봉 : 2019. 10. 24(110/스웨덴)

감 독 : 알리 아바시

: 에바 멜란데르, 에노 밀로노프

장 르 : 판타지, 멜로, 스릴러

등 급 : 청소년 관람 불가

 

 

출처 : 영화『경계선』
출처 : 영화『경계선』

1.

 

먼저 영화경계선주변을 알아본다. 북유럽 스웨덴이 배경이다. 배우도 감독도 익숙지 않다. 감독은 이란 태생이지만 스웨덴에서 살고 있다. 열연을 펼친 투 톱의 남녀 주인공, 인간 세상에 살고 있지만, 정체는 북유럽 신화에 등장한다는 트롤이다. 그간 트롤은 간간이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는 빛을 받으면 돌로 변했고, 영화 해리포터에서는 헤르미온느를 공격하는 흉측한 거대 트롤이 있었다.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에서는 마치 스머프처럼 작은 키의 트롤도 있었다. 역시 애니메이션이었던 2017년에 개봉한 트롤에서는 신화에서의 두려운 트롤과는 달리 긍정 공주, 핑크 머리 파피트롤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리스 로마 신화는 출판물로 많이 나와 있고 폭넓은 독자층도 확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유럽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보다는 뒤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나니아 연대기’, ‘토르’, ‘반지의 제왕’, 오늘의 영화 경계선등의 흥행작들이 북유럽 신화에 근거를 두고 제작된 영화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영화 <렛 미 인>(2008, 2015)을 많은 분이 기억할 것 같다. 렛 미 인은 욘 A. 린드크비스트의 소설 <Let the Right One In>을 영화로 만들었다. 벰파이어 소녀 이엘리와 외톨이 소년 오스칼과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였는데, 그들은 자신이 느끼는 사회생활에서의 결핍, 부적응을 보듬어주면서 신뢰와 사랑을 키워간다.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강한 여운을 남긴 영화였다. 이번 영화 <경계선>에서도 역시 그의 단편 소설집 <오래된 꿈은 죽여라> 안에 있는 동명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경계선이라는 묵직한 주제로 돌아온 그의 스토리텔링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

출처 : 영화『경계선』
출처 : 영화『경계선』

 

펜을 들고 보니 한 드라마가 오버랩 된다. 2005년에 웹툰이 원작이었던 냄새를 보는 소녀’(주연 박유천, 신세경)라는 TV 드라마가 방영됐었는데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냄새를 눈으로 본다는 설정으로 당시에 퍽 신선했었는데, 경계선에서는 냄새로 사람의 감정을 읽어 내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당신은 누군가요?”

 

티나라는 스웨덴 출입국사무소 세관 직원이 그 주인공이다.

 

티나는 스스로 유전자 이상으로 임신할 수 없고 괴물처럼 못생겨서 괴롭다.’ 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녀에겐 그녀만의 독특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사람들의 수치심, 분노, 죄책감 등이 후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녀는 출입국 검사대를 통과하는 사람 중에서 휴대폰에 숨겨진 유아 음란영상물 칩을 불쾌한 냄새를 근거로 찾아내고, 경찰과 협조하여 그 음란물 영상 제작자까지도 검거하게 된다.

 

티나는 식탁 위 음식들이 어쩐지 입에 맞질 않는다. 주택가와 멀리 떨어진 숲속 그녀의 집에서 남자 친구와 같이 살고는 있지만 두 사람 사이는 건조하기만 하다. 기어 다니는 벌레에 관심이 가고, 창가를 기웃거리는 여우와 교감하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어느 날, 출입국 검사대를 통과하려는 한 남자, 그녀와 비슷한 외모를 지닌 보레가 등장하면서 무덤덤했던 그녀의 일상은 대반전을 맞으면서 영화는 절정을 향한다. 자신의 부족함을 말해도 그 남자는 당신은 결함이 없다. 인간들의 말을 믿지 마라.’ 다정한 눈빛을 보낸다. 심지어 구더기처럼 생긴 벌레까지 먹어 보라고 권한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징그럽다고 하지만 곧이어 저항 없이 받아먹는다.

 

티나는 불쑥 나타난 이 낯선 남자, 게다가 속절없이 끌리는 그가 궁금하다.

 

출처 : 영화『경계선』
출처 : 영화『경계선』

 

나는 누군가요?”

 

이 영화에서 충격적이랄까 상식의 전복이랄까, 그런 장면이 나온다. , 트롤족 남녀의 신체 구조, 아기와 비슷한 외모의 히시트등등 감독은 꽤 비중 있게 이 부분을 다루지 않았나 싶다. 흉측한 외모라 생각하고 어깨 한 번 못 펴고 살았던 그녀는 보레와 마치 자연과 하나인 듯 맘껏 즐기고 달린다. 그간 쏟아졌던 따갑고 무겁고 불편했던 시선을 훌훌 털어 버리고 비로소 자유롭다. 아름답기까지 하다.

 

무미건조했던 티나는 보레를 알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혼란스러웠던 성향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된다. 보레는 자신의 정체인 트롤 족의 부활을 꿈꾸며 인간을 증오한다. , 동족을 의학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인간에게 복수하는데, 그 방법으로 남자인 그는 무수정 난자라고 하는 히시트를 낳아 사람의 아기와 바꿔치기를 한다. 영화 도입에 유아음란물 칩 건으로 체포됐던 그 일당과 연결이 되는 지점이다. 유괴한 아이들은 소아음란물 제작자에게 팔아넘긴다며 티나에게 이 복수극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지만, 그녀는 모든 사람이 악한 것은 아니라면서 보레를 경찰에 신고한다.

 

 

3.

영화『경계선』포스터
영화『경계선』포스터

 

티나와 보레는 사람과 다른 출생, 다른 외모, 특히 그 다른 외모이기 때문에 괴물인지, 아니면 괴물이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영화는 자신과 다르다는 것은 모조리 배척하고 파괴하려 한다면 그 기준이 되는 경계선은 누가 긋는가 질문한다. , 다른 것은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한 발자국만 더 나가보겠다.

나 자신이란 사람은 수치나 그 밖의 명징한 제도적 자료에 의해 누구라고 서류에 새겨진다. ‘주민등록번호라는 사회 속의 일원이라는 인증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의식 너머 저 깊은 곳의 솔직한 나는 누구인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나와 내가 알고 있는 나는 같은 색깔일까?

굳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현실에서 끔찍한 사건을 종종 접할 때, 주변에서는 그 사람이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냐며 놀라 한다. 이런 경우도 있지 않은가, 누가 봐도 활달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본인 스스로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다고 말하기도 한다. 다른 방향에서 한 가지 더, 세상 살면서 나는 편견이 없는 사람이다.’해도 냉정하게 자신에게 물었을 때 밖으로 말한 그대로와 같지 않은 경우가 있지 않겠나.

 

우리는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을 본다. 즉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성격이나 선호, 행동을 보는 방식을 보며, 종종 그 영상을 자아개념의 일부로 채택한다. 이 접근의 매력은 내면을 들여다볼 때 확인했던 함정 중 상당수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내가 낯설다’/티모시 윌슨 저/진성록 옮김/2007/도서출판 부글북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대놓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드물다. 어려운 일이다.

 

가깝게는 이 영화의 호불호에 대한 경계, 나아가서 내 편과 네 편, 약자와 강자, 종족, 인종에 대한 편견, 정상과 비정상, 장애인, 정상인, 비장애인 등 다중의 편견이 떠오른다. 복잡한 경계라는 몇 가지 혼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동의할 것 같은 경계선을 하나 제시해 본다. 의식과 의식 너머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으로 차이를 인정하고, 다르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 경계선, 편견은 그리 날카롭지 않을 것 같다. 필자는 티나와 보레의 러브스토리로 영화 경계선을 마무리한다. 편견 없는 경계선 없는.

 

한인경/시인·작가·인천in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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