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유튜브가 키운 아이들, 여성혐오와 성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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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칼럼] 유튜브가 키운 아이들, 여성혐오와 성폭력
  • 박교연
  • 승인 2019.12.03 0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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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연 / '페이지터너' 활동가

 

지난달 11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어린이집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제 딸아이는 올해로 만 5세인데, 같은 반 또래 아동에게 6개월 간 협박을 동반한 집단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아동 간 성폭행을 폭로했다. 이 사건은 가해아동 연령에 비해 폭행의 수위가 높고 후속대처가 너무 미비해서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건은 이미 해마다 발생하고 있었다.

 

서울 해바라기 센터 통계자료에 의하면, 신고·고발 접수된 만 10세 이하 미성년자 성폭행의 약 23%가 같은 나이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2016년에는 가해자가 7세 이하인 경우가 18(12.2%), 812세가 20(13.6%)이었고, 2017년에는 7세 이하가 12(8.3%), 812세가 22(15.1%)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렇게 문제가 심각한데도 나이가 어려서 그럴 수 있다며 아동 간 성폭행을 단순하게 보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박능후 장관은 어제 1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사건에 대해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 있다. 아이들의 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 (유아 성폭력을) 어른이 보는 관점에서의 성폭행으로 봐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아동 발달학적 연구 결과(마이애미 대학 연구팀, 2000)에 따르면 아동들이 호기심으로 서로의 몸을 만지거나 탐구하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이나, 거기에 집단적인 폭력과 협박이 동반된다면 이는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라 볼 수 없다고 한다. 협박을 동반한 집단성폭행은 명백히 어른 범죄를 모방하거나 범죄의도를 가지고 저지른 범죄로, 피해아동에게 성인범죄와 똑같은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힌다.

 

서울 해바라기센터 정명신 팀장은 아동 간의 성폭력이 신체탐구를 하는 나이인 탓에 발생한 일인지, 가정 내에서 성적인 행위나 포르노 등에 노출된 탓인지를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해아동이 포르노나 여성혐오 콘텐츠에 노출된 걸 알게 되어도 이를 완벽하게 방지하기란 쉽지 않다. 스마트폰은 이미 우리 생활 전반에 깊숙이 들어왔고, 1인 미디어는 혐오를 팔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은 콘텐츠 유해에 대한 규제나 감시보다 몹시 유능하다.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는 발언으로 유명한 BJ 철구는 9번이나 제재 조치를 받았지만, 아프리카TV특별사면을 받아 돌아왔고 여전히 10~20대 사이 최고 인기 BJ로 꼽힌다. 갓건배 살해예고로 유명한 신태일은 유튜브 탈퇴와 재가입을 52번째 반복하며 가학성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찍어내는 중이다. 그의 인기콘텐츠에는 창녀촌 가서 창녀 욕하기가 있다. 여성 혐오영상의 인기에 고조된 다른 이용자 역시 비슷한 콘텐츠를 찍어내고 있다. 검색창에 김치녀’, ‘된장녀등 여성혐오 단어를 입력하면 수많은 영상이 쏟아진다. 신음소리 강의, 산부인과에 장난 전화, 부모와 여성의 성기 비하, 임산부 성희롱 등 도를 넘은 콘텐츠들이 검색 결과를 가득 메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이들을 혐오 콘텐츠로부터 보호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유튜브 등 플랫폼 사업자는 방대한 영상량을 이유로 사실상 콘텐츠 제제에 반쯤 손을 놓았다. 존 리 구글코리아 대표는 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모욕적이고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콘텐츠가 올라오면 최대한 조치한다. 하지만 유튜브에는 1분마다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올라오고 있어 이를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미디어 관계자는 천문학적 돈을 사용자와 나눠 갖는 법인 처지에서 굳이 규제를 강화해 수익을 줄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렇게 유튜브, 아프리카TV, 페이스북, 텀블러 등 기업들이 수익창출을 위해 소극적으로 유해콘텐츠를 제제하는 사이에 피해여성과 피해아동의 숫자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A유튜브를 많이 보는 아이들은 어머니에 대한 욕이나 여자 학생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용어를 쓴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B남학생이 유튜브로 야동을 보다가 걸린 경우도 있다. 그만큼 접근이 쉽다. (이런 경험이) 학생 간 성추행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에게 지속적으로 자고 싶다는 카톡을 보내거나 자리에 찾아와 조르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혐오가 만연한 현실과 제제가 없는 인터넷, 그리고 그것이 돈이 되는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방법을 배우기보다 높은 수위의 폭력에 길들여지고 있다. 공감능력도 훈련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이는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로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리베카 솔닛 역시 <멀고도 가까운>에서 감정이입은 배워야만 한다. 감정이입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당신 스스로에게 알게 해주는 이야기다. 감정이입 덕분에 당신은 고문, 배고픔, 상실의 느낌을 상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므로 우리가 공감과 연대와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게 아니라면, 더는 유튜브에서 범람하는 포르노와 여성혐오가 아이들을 키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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