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을 딛고 일어선 작은 삶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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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을 딛고 일어선 작은 삶의 흐름"
  • 김주희
  • 승인 2011.04.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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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in이 만난 사람] 정의성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취재: 김주희 기자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정의성 사무처장

가스통이 터져 한쪽 다리를 잃은 6살 꼬마는 그 충격에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남들보다 두세 살 늦게 국민학교(초등학교)에 들어갔지만, 그렇게 원했던 '철수와 영희'는 한 번도 아이들 앞에서 소리 내 읽어보지도 못하고 졸업했다.

말을 더듬고 다리까지 저는 아이를 친구들은 늘 놀려댔다. 악다구니로 버티고 싸웠지만 복도에서 벌을 서는 것은 대부분 아이 혼자였다.


퇴임을 한 달여 앞둔 인천시장애인체육회 정의성(67) 사무처장이 책을 한 편 엮어냈다. 그동안 각종 장애인 관련 활동을 하며 언론에 냈던 글과 인터뷰 내용을 모아 '역경을 딛고 일어선 작은 삶의 흐름'이란 제목을 단 책이다.

"자서전을 쓸까도 고민했다. 글재주가 없으니 남한테 부탁해야 하는데, 그러면 내용이 부풀려지고 내 얘기가 아닐 거란 생각을 했다. 남들이 보면 초라한 책이겠지만, 그래도 신문에 난 기사고 그러니 더 진실된 모습을 보여줄 거라 생각했다."

국회의원 출마만 세 번. 게다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정 사무처장의 책 출간 소식은 "또 다시"란 물음표를 던지게 했다.

그는 손사래를 쳤다.

"집사람과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예전에 살던 집까지 팔아가며 정치하지 말라고 하는데, 약속을 어찌 지키지 않을 수 있겠나. 다만 책 한 권만 내겠다고 했다."

'말더듬이'가 웅변학원 원장으로, '절름발이'가 검도 선생으로. 스스로 하고자 했던 것은 거의 다 이룬 그가 매번 떨어지면서도, 10개나 운영하던 학원도 다 정리를 하면서까지 왜 정치에 목을 맸을까.

오기가 생겼다고 했다.

"국회에 들어가서 옳은 말 하는 사람이 되려고 했다. 돈이 없어도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릴 적 그의 꿈은 사회사업가였다. 돈이 없어 야간 중학교를 1년 만에 그만두고 기술학교에 다닐 때 받은 송창용 목사 도움이 무척이나 커 키운 꿈이었다.

목사가 되려고 했던 때도 있었지만, 밝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정치를 꿈꾸게 됐다고 했다.

"지금껏 고배만 들이켰지만 그래도 그렇게 적은 돈을 쓰고도 많은 지지를 얻었다. 내 이름 석 자대로 의롭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특히 지난 4년간 인천시장애인체육회를 이끌며 이룬 성과는 큰 자랑거리다. 지난해 시장애인체육회는 동계장애인체전에서 종합점수 2위를, 하계대회에서는 4위를 했다.

"하계대회는 실제로는 3위였다. 대회 주최측이 점수를 잘못 합산했다고 인정했다. 번복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명백히 3위였다. 내 강한 지도력에 불만도 많았겠지만, 지난 4년간 시장애인체육회 직원과 지도자들이 참아주고 똘똘 뭉쳐 이룬 일이다. 일반(비장애인) 체육이 하지 못한 일을 장애인 체육이 해낸 것이다"

그는 장애인체육이 그저 장애인 재활을 돕는 수단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늘 강조한다. 공무원들이 그런 시각으로 장애인체육을 대할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그래서 늘 악착같았고, '독불장군'이라고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동안 잘 참아주고 잘 따라와 준 직원과 지도자들에게 감사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시장애인체육회 출범 후 가맹단체가 33개가 됐다. 이번 동계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스키와 빙상 종목 가맹단체가 시설과 장비를 지원하는 등 든든한 지원군 노릇을 해주었기에 가능했다.

"장애인체육회는 조금만 뒷받침하면 된다. 일반체육에은 예산이 올해도 올라 282억 원이나 된다. 장애인체육은 오히려 깎여 22억 원이다. 일반체육이 전국체전에 한 번 나갈 때 쓸 비용에 불과하다. 일반체육은 아무리 해도 12등이다."

그는 다음달 12일 임기를 마친다. 새 시정부가 들어선 뒤 그동안 수차례 퇴진 압박이 있었음을 넌지시 시사했다. 새 사무처장에 오를 후보가 두세 명 거론된다고 했다.

"꼭 장애인이 (신임 사무처장으로) 왔으면 한다. 이 자리까지 비장애인이 앉으면 장애인은 설 곳이 없다. 정당을 떠난 인물이었으면 한다. 장애인체육을 이해하고 아끼고, 헌신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그는 시민들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져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체육을 '동네체육'으로만 보지 말아달라고 또 주문했다.

"말로는 모두 돕겠다고 하지만, 실천은 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예비장애인이다. 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가 잘 사는 나라이고, 장애인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다. 시민 모두 내 자식이 장애인이라고 느껴주면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정 사무처장은 오는 16일 오후 4시 가천의과학대학교 체육관에서 책 '역경을 딛고 일어선 작은 삶의 흐름' 출판기념회를 연다.

그는 책을 판매한 수익금을 장애인 운동에 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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