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할배 만나기 대작전
상태바
산타할배 만나기 대작전
  • 장재영
  • 승인 2019.12.18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92) 장재영 / 공감미술치료센터 기획팀장

"아앗..! 산타 할아버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그가 다녀가고 난 뒤였다.

방문에 걸어놓은 빨간 양말대신 머리맡에는 예쁘게 잘 포장된 선물이 놓여있었다.

작고 귀여운 크리스마스카드와 함께..

재영이는 올해도 착한 일을 많이 했더구나.

반찬도 골고루 먹고 엄마말도 잘 듣고

늘 지금처럼 착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라나렴.

산타할아버지가 늘 지켜보고 있을께.

그럼 안녕~

- 산타할아버지가 -

 

"‘에잉.. 또 놓쳤네.. 이번에는 할아버지를 꼭 만나고 싶었는데.."

옆방으로 달려가 누나를 마구 흔들어 깨웠다.

"누나..누나.. 일어나봐바. 산타할아버지 왔다갔어.”"

"... 정말 다녀가셨어??? 그런데 내 선물은 어딨지??”

 

누나랑 나는 산타할아버지를 만나려고 계획을 세웠었다.

각자의 방에서 밤을 지새우다 산타할아버지가 오시면 서로 깨워서 알려주기로 했는데

내가 그만 일찍 잠이 들어버린 것이었다

누나 말에 따르면 그날 새벽 6시까지 잠도 안자고 버티었는데 산타할아버지가 안 오셔서 너무 실망하고 잠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누나 방에는 양말 안에도 머리맡에도 선물이 없었다. 크게 실망하는 누나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고 있을 때쯤 거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현정아.. 산타할아버지가 현관에 선물 놓고 가셨네?

여긴 아파트라 굴뚝이 없어서 현관으로 오셨었나봐.”

"진짜?? 그래서 못 만났구나.”

현관 문 앞에는 빨갛게 포장된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이 놓여있었다.

산타할아버지는 참으로 놀라운 분이었다.

동해 번쩍! 서해 번쩍! 그분의 초현실적인 존재감은 우리에게 늘 신비로움의 대상이었다.

‘'우리 집엔 굴뚝도 없고 현관문도 버젓이 잠겨있었는데 어디로 들어오셨을까? ..옥시 베란다로?? 그렇다면 루돌프와 썰매는 어디에 세워놓으신 걸까? 우리 집이 12층이니까 옥상에??...’

 

심지어 그분은 어쩜 그리 받고 싶은 선물만 쏙쏙 준비 하시는걸까? 그의 취향저격 선물에도

크게 감동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 넌 그런걸 아직도 믿냐?? 산타할아버지가 어딨어?? 그거 너네 엄마 아빠야. 네가 애야?”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도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끝내 믿고 있던 아이는 흔치않았지만,

그래도 끝까지 그의 존재를 믿고 싶던 나는 어머니를 용의선상에 두고 조금씩 수사망을 좁혀나갔다.

 

만화에서 자주 봐온 그였지만 실제로 본적도 없고 별다른 배경정보가 없으니 내손에 담긴 단서는 오직 그가 남기고간 크리스마스카드 뿐이었다.

‘'그래.. 글씨를 한번 살펴볼까??’

어머니의 수첩과 필적을 대조해보니.. 어머니 글씨보다 조금 더 예뻤다.

‘'역시.. 엄마는 산타할아버지가 아니었어! 그럼 아빠가?’

하지만, 평소 일 때문에 많이 바쁘셨던 아버지는 쉽게 용의선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렇게 1년이 더 지났을 때 좁혀오는 수사망에 압박을 느낀 용의자는 결국, 진실을 고백하고야 말았다. " 재영아 사실은... 엄마가 산타야..”

 

 

"그럼.. 글씨는 어떻게??...”

".. 엄마랑 친한 박집사님 알지? 그분이 대신 써주셨어..”

 

어머니는 조심스레 말씀하셨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 숨겨왔던 것을 밝히는 속 시원함과

‘'아들이 많이 컸으니 이제는 말해줘야지하는 표정을 하고 계셨다.

 

우리가 산타 만난다고 잠을 안자고 있을 때 덩달아 밤을 지세우신 이야기.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궁금해서 눈치 못 채도록 말을 돌려 조심스레 물어봤던 이야기.

수사망을 좁혀오기 전부터 알리바이를 만드시고 친구에게 카드를 맡기셨던 철두철미한 계획들까지 너무 재미나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아직까지 우리가족의 재미난 에피소드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스탠포드대학교 교수이자 인지심리학적 접근으로 세계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바 있는

칩 히스는 자신의 저서 ‘'순간의 힘'을 통해 '인생을 행복하게 하는 결정적 순간들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 중 오로지 특정 몇몇 순간만을 기억하게 되며 그 결정적인 순간의 기억들이 모여 삶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고 한다.

기억에 남는 결정적 순간은 나의 노력없이 운으로 생겨날 수도 있지만, 오래 기억하고 싶은 의미를 지난 긍정적인 순간은 얼마든지 계획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그 결정적인 순간들은 삶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누군가와 연결되었다는 느낌과 함께 정서적 교감을 이루게 하기에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기 위한 창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다양한 기억들이 내게 행복감을 주고 있지만, 이때의 결정적인 순간은 전적으로 어머니의 노력을 통해 창조된 것이었다.

, 어머니는 기억 속에 오래도록 존재할 수 있는 결정적 추억들을 만들어 주셨고, 그 덕분에 크리스마스는 아직도 한해 중 가장 행복한 날 중의 하나가 되어 아직도 내 마음을 무척 설레게 하는 것 같다.

 

연말이 다가오는 이 시점, 나는 누군가에게 행복감을 줄 결정적인 순간을 준비 중에 있다.

그리고, 내 아이가 태어나면 나는 좀 더 감쪽같은 산타가 되기를 희망한다.

어머니가 물려주셨던대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