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는 말을 은퇴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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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라는 말을 은퇴시켜라”
  • 한인경
  • 승인 2019.12.27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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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경의 씨네공간] (41) 『인턴』

 

<한인경의 씨네공간>2016년부터 그해 주목받은또는 다시 주목하는영화들을 선정하여 평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93월부터는 미추홀구의 예술영화관 '영화공간주안'과 한인경 작가와의 협약 하에 <인천in>에 게재합니다. '영화공간주안'이 상영하는 예술영화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를 나눕니다

 

은퇴라는 말을 은퇴시켜라

 

인턴, The Intern

 

시니어, 2의 커리어 시작

 

 

개 봉 : 2015. 9. 24(121/미국)

감 독 : 낸시 마이어스

: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 니로

장 르 : 코미디

등 급 : 12세 관람가

 

출처 : 영화『인턴』
출처 : 영화『인턴』

 

1.

 

송구영신의 길목이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세대 갈등을 넘어서고 긍정의 에너지가 충만한 영화를 선정했다. 30대 열정 갑, 여성 CEO70세 시니어 인턴이 그려가는 드라마, 인턴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이라 불릴 만한 낸시 마이어스(1949) 감독의 영화다. 그녀의 작품은 밝고 경쾌하다. 관객들은 영화 구조상 갈등의 한가운데인 것 같다고 느끼면서도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2003)’, ‘왓 위민 원트(2000)’ 등 복잡한 생각거리들을 건드리면서도 특유의 코믹 요소를 빠트리지 않는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두 남녀 주인공이 어떻게 그들 세대의 문제점을 풀고 화합해가는지, 어떻게 주어진 시간을 주도적으로 활용하는지 흐름에 동승해서 즐겁게 감상하면 된다.

 

 

2.

 

벤 휘태커(로버트 드 니로)

인쇄업 부사장으로 퇴직했고, 아내는 3년 반 전에 세상을 먼저 떠났다. 비교적 건강하고, 퇴직 후 할 수 있는 문화생활, 자기계발, 취미생활 등 웬만한 건 거의 다 해봤다. 그런데도 본인 인생 어딘가 빈구석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채우고 싶어 한다. 현재 나이 70. 재벌은 아니지만 경제적으로 안정되었고 친화력, 포용력, 수트를 고수하는 젠틀맨 캐릭터, 기다려주는 여유까지, 한마디로 멋진 시니어다.

 

신조어라 할 수 있는 액티브 시니어- ‘이 은퇴 생활의 팁을 말하면서 살짝 아쉬운 속내도 드러낸다.

 

오해하진 마세요. 난 불행한 사람은 아니에요. 모아둔 마일리지로 여행을 두루 다녀봐도 문제는 어딜 가든 집에 돌아오면, 구태여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날 괴롭혔어요.”

가장 중요한 건 그냥 몸을 움직이는 거였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집 밖에 나가 어디든 가는 거예요. 비가 오든 해가 쨍쨍하든 아침 715분이면 스타벅스에 가요.”

 

 

줄스 오스틴(앤 해서웨이)

30, 스타트업, 인터넷 의류 쇼핑몰 CEO, 25명으로 시작한 회사를 직원 216명의 규모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업무적으로 과부하에 걸려 주주들로부터 전문 경영인 채용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가사와 육아는 남편이 거의 전담하고 있고, 남편의 바람을 눈치 채면서 가정과 일, 사랑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 내용만으로도 스토리는 대략 짐작된다.

 

출처; 영화 『인턴』
출처; 영화 『인턴』

 

취업난, 은퇴 후 재취업, 비정규직, 노후 생활고 등 사회적 이슈의 여러 상황을 말하고자 하는 영화가 아니다. 오늘은 위 이라는 70은퇴 남의 케이스에 집중해본다. 아울러 그의 상사인 줄스’, 열정의 30대 여성 CEO와 함께.

 

직장에 재취업한 시니어, 항상 깔끔한 정장으로 출근,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들어주고, 배려하며 처세에 대한 상담에서도 적절한 속도로 다가가는 은 멋지게 나이들은 시니어의 전형을 보여준다. 저렇게 나이 들면 어떨까 하는. 솔직히 영화가 만들어낸 인물이기에 현실감은 좀 떨어지긴 하다. 물론 과는 사뭇 다른 빡빡한 현실적 환경에 처한 시니어들의 모습도 아른거린다. 그러나 오늘은 다시 강조하지만 만을 주목한다.

 

액티브 시니어, 중장년, 뉴 시니어 등의 단어는 어쩐지 할아버지, 할머니, 노인이라는 단어와는 분위기가 좀 다르긴 하다.

 

그들은 커피 향 그윽한 카페 또는 평생학습센터, 문화센터나 도서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시니어 모델은 이미 낯선 직업이 아니다. 시간 차가 있긴 하겠지만 필자가 조깅할 때 시니어들이 더 많을 때도 있다. 건강 관리에도 적극적이고 자신에 대한 투자에 지갑도 선뜻 연다.

 

황혼의 외로움은?

은 사별한 아내를 그리워하지만 새로 만난 애인과도 적극적으로 사귄다. 젊은이들의 연애와는 달리 시니어들의 사귐은 특이점이 있다. 글쎄 어떤 표현을 써야 오해가 없을까. 조심스럽다. 넷플릭스 영화로 아워 소울즈 앳 나이트 Our Souls at Night(2017)이라는 영화를 보면 사별한 노년의 남녀, 에디(제인 폰다)와 루이스(로버트 레드포드)가 사귀기 시작하는데 그 발단이 참으로 의외였다. 앞집이라 할 정도로 인근에 사는 에디는 깊은 밤 루이스의 문을 노크한다. 밤 시간을 친구처럼 지내자는 제안을 한다. 연기파 두 주인공의 실제 나이도 영화 속 주인공들과 같은 80대이다. 각자 배우자와의 사별을 겪은 노년은 친구로 지내면서 서로의 인생 보따리를 편안하게 풀어 놓는다.

황혼의 외로움을 깊이 있게 녹여낸 영화다. 인턴과 더불어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줄스는 아니 대부분 젊은이는 노인을 우대하고 공경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 상황이 인턴이든 무엇이든 자신의 업무에 맞닥뜨렸을 때는 노인은 어쩐지 아날로그라는 색안경을 쓰곤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래도 너무 상심하지 말고 자존감을 지키면서 파이팅했으면 한다. ‘처럼.

 

줄스는 사회복지 차원에서 시니어 인턴십프로그램으로 채용했던 것이기에 채용된 인턴 시니어들이 자신의 업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아예 없었다. 그러나 빈틈없을 것 같았던 그녀도 가정과 직장에서의 압박에 지쳐가면서 자주 허점을 보인다. 바로 이 공간에 벤의 친화력과 연륜은 여지없이 발휘되어 그녀는 차츰 마음을 열게 된다.

그녀는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여성 기업인이긴 하지만 인생에서는 여전히 인턴이 아닐까 하는 감독의 메시지가 읽히는 부분이다. ‘줄스뿐만이 아니라 우리는 언제쯤이면 인생길, 익숙하고 실수 없고 여유 있을까. 결실을 보기도 좌절을 겪기도 하면서 성숙해가겠지만 그래도 인생은 그리 속 시원한 정답을 주지 않을 것 같다.

 

영화『인턴』포스터
영화 『인턴』 포스터

 

 

 

3. ‘은퇴라는 말을 은퇴시켜라.’

 

은퇴라는 말을 은퇴시켜라. (한국시니어비전연구회/2014/소금나무)’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다. 이 책에서는 수명 100세로 인생을 재편성하라고 권한다. 건강한 몸, 고령화, 어느 시대보다 길어진 은퇴 후 여생을 등산, 여행, 국가 보조금으로만 보낼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인간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새장 속의 새는 자유의 상징이 될 수 없는 것이니, 풍요로우면 풍요로운 대로, 궁핍하면 궁핍한 대로 자립을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 (2018/()한문화멀티미디어)’의 저자 이승헌은 여행, 취미생활, 자원봉사 등으로 노년을 바쁘게 보내는 사람들도 일과를 가득 채우는 업무 목록은 있지만, 그 시기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인생의 큰 그림이나 목표가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지적하고 있다. , ‘당신이 건강과 행복, 기쁨과 보람이 넘치는 인생의 후반기를 설계하려면 반드시 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목적이나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공 은 인턴시니어로 재취업을 함으로써 70 이후의 삶을 새롭게 채워가고 있다. 일명 액티브 시니어’, 과거에는 60~65세에 맞춰진 인생 설계를 과감하게 확장해가고 있다. 그러한 시대적 흐름은 활발한 사회참여로 이어지면서 사회, 경제, 문화 전반에 걸쳐 빠른 속도로 변화를 이끈다.

 

출처 : 영화『인턴』
출처 : 영화 『인턴』

 

흰머리, 깊은 주름, 신체적 노화, 각종 질병 등 나이 듦에 따른 신체적 변화는 그리 반가운 모습은 아닌 것 같다. 아니 건너뛰고 싶은 변화다. 삶의 가치가 달라지면서 세대 갈등도 까다로운 숙제처럼 따라다닌다. 그런데도 다져진 정신력, 쌓인 내공, 삶의 지혜, 상황에 대한 탄력성 등은 인생이 곰삭을수록 얻게 되는 긍정적 효과다.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해보면 시니어들만의 특권이지 않은가.

 

흘러가는 시간을 누가 막을 수 있겠나. 결혼하면서 백년해로를 약속하지만 처럼 아내가 먼저 떠나는 경우도 있듯이 부부가 동시에 저 세상 갈 수는 없는 것이고, 모두 늙어 가고, 모두에게 인생 후반기는 오는 것. 필자는 그동안 <한인경의 씨네공간>을 통해서 삶의 유한성이라는 특이점으로 말미암아 현재의 삶이 더 가치 있는 것이고 빛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인턴처럼 배울 것도 많고 실수도 잦겠지만 아름답게 나이 들고자 하는 방향만은 붙잡고 갔으면 좋겠다. 시니어, 2의 커리어, 어쩌면 진짜배기 나의 커리어를 쌓을 기회가 온 것이다.

한인경/시인·작가·인천in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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