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다른 옛날 동네, 비탈진 곳에 집들이 가득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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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다른 옛날 동네, 비탈진 곳에 집들이 가득찬
  • 이진우
  • 승인 2020.01.06 08:4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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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열우물마을을 만나다

인천in이 새해 첫 새 기획으로 '이진우의 동네걸음'을 연재합니다. 화가 이진우는 열우물마을에서 동네화가로 20여년 살며 벽화 등 그림으로 동네를 그려 공공미술가이자 '거리의 미술가'로 불려왔습니다. 지금은 개발에 들어간 열우물을 떠나 산곡동으로 화실을 옮겼습니다. 산곡동 화실도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오래된 동네입니다.

 

열우물야경_3 234×109(cm) watercolor on paper, 2004

 

집~십정고개~동암역~서울로 이어지는 출퇴근길, 술자리와 만남이 주로 동암역에서 이뤄졌다. 그래서 집 창문 아래로는 어떤 마을이 있는지 모르고 지내다가 어느 휴일 아내와 큰애 손을 잡고 시장이 있다고 해서 간 곳이 열우물 마을이었다.


"세상에, 여기는 완전히 다른 동네야!!" "여기가 달동네인가봐" 아내와 나는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비탈진 곳에 집들이 가득 차 있고 야채가게, 떡방앗간, 옷가게, 석유가게, 미용실, 양복점, 치킨집, 분식집도 있지만 그냥 봐도 옛날 동네였다. 

 

직장이 서울이라서 전철 타고 가기 좋으라고, 학익동에서 동암역 부근 십정동으로 이사왔다. 
동암역에서 시내버스로 두 정거장인 십정고개 정류장에서 내려 윤영수퍼 옆 오르막길로 오르다 보면 가장 높은 곳의 지하방이었다. 비탈진 곳이라 아랫집 지붕이 주방 창문 아래 있었고 윗열우물 마을이 보이는 경관 좋은 지하방이었다. 아카시아꽃이 필 무렵에는  윗열우물 마을에서 개구리 소리가 가득 들려와서 고향의 계절이 생각나곤 했다. 

아이 손을 잡고 갔던 옛 시장 골목에는 '해님방'이라는 책을 빌려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서 책을 빌려 읽으면서 점점 열우물마을과 마을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마을의 공간과 벽들과 꽃들과 바람과 햇빛, 오가면서 만나는 이들과 인사하던 마음들을 그림에 담게 되었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1동, 선린교회 4거리에서 세무고등학교(옛 부평여상, 현 서희스타힐스 건축 중) 사이의 동네는 60년대 말, 70년대 초 서울과 인천의 철거 지역에서 옮겨온 주민들이 야트막한 산자락을 차지하면서 형성됐다. 그 뒤 주안 수출5.6공단이 들어서자 일터를 쫓아 노동자 가족들이 모여 들면서 저소득층 주거 밀집지역으로 급작스레 커졌다.  

2020.1.5  이진우

 

<작가의 이야기>

"나는 동네가 왜 좋은지는 모르겠다. 동네를 위해 무슨 거창한 담론이나 행위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냥 동네 화가로서 그림으로 동네를 그리고, 그림으로 마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좋다. 내게 동네는 거대한 미술의 벗이다. 나와 내 이웃이 살고 있기에 내 마음이 가는 풍경이다. 여기서 혼자 동네를 그리든, 사람들과 함께 그리든 다 좋다."

 

열우물마을_1   1,09×78(cm)  watercolor on paper, 2003
열우물마을_1 1,09×78(cm) watercolor on paper, 2003
열우물마을_2   1,09×78(cm)  watercolor on paper, 2003
열우물마을_2 1,09×78(cm) watercolor on paper,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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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연희 2020-10-05 16:03:03
허공에 뜬 높은 집에 살아보니 비탈 산동네라도 한집한집 땅에 뿌리박은 낮은 집에 오가는 정이 더 많다고 느낍니다.^^

이하얀 2020-01-06 18:45:39
멋지십니당
저도 동네를 사랑하는데
요즘은 재개발때문에 달라지는 동네가 낯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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