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 기후위기, 석탄발전 종료와 에너지전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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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기후위기, 석탄발전 종료와 에너지전환의 길
  • 지영일
  • 승인 2020.01.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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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일 /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호주 산불 피해 현장 사진 중 산불로 인해 숯으로 변한 나무들을 드론으로 촬영한 모습.
호주 산불로 인해 숯으로 변한 나무들

 

공기, , 한 줌의 흙과 한그루의 나무가 더 없이 소중한 지금이다. 여러 이유와 형태로 어느 것은 오염되어서, 어느 것은 양이 줄어서, 어느 것은 사라져서. 그리고 그 결과가 우리의 일상생활이나 건강은 물론 목숨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마치 먹이사슬과 같고 인과응보의 이치와 같다. 그렇게 소중한 존재들이, 관계들이, 삶의 방식들이 세계 곳곳에서 흔들리고 무너져내리고 있다. 단적인 예로 사그라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광활한 호주 대륙에서의 대규모 산불을 들 수 있다. 인간과 생태계 전반이 끔찍한 고통을 받는 형편이다.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호주 남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산불. 5개월째 이어진 산불로 남한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48천여km²가 잿더미로 변했다. 이 천재지변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록적인 고온과 가뭄을 근본 이유로 들고 있다. 이는 당장의 끔찍한 재앙이 아니더라도, 장기간의 구상과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더라도 희망의 길, 생명의 길을 가야 함을 일깨우는 일대 사건인 셈이다.

호주 정부는 기후변화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공교롭게 호주 모리슨 총리는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자국 내 석탄산업 감축 요구를 묵살했던 인물이다. 호주는 세계 최대 석탄 및 액화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전 세계 석탄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기후변화, 석탄을 떠올리니 자연스레 우리 인천을 생각하게 된다. 인천은 자급률을 월등히 넘어서는 화력발전시설을 품은 도시다. 영흥도에 2018년 기준 세계 7위 규모(5GW) 석탄화력발전소 단지가 있다. 2017년 기준 인천에서 배출한 온실가스 70,427천톤 중 절반(52%) 이상인 31,967천톤을 그곳에서 단독으로 배출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미세먼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수도권 소비전력의 20%를 담당하는 영흥석탄발전소는 미세먼지와 기후위기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도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 설치된 고압 송전선로와 해양에 배출하는 온배수, 바다의 산성화로 인근 주민과 해양 생태계에 고통을 주고 있다.

인천에너지전환네트워크(15개 단체 참여)가 최근 인천시 제5차 지역에너지계획에 2035년까지 석탄발전 폐쇄를 목표로 하는 시민안을 담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온실가스는 2040년까지 2010년 대비 70% 감축하고 2025년부터 석탄발전을 점진적으로 감축, 2035년에는 전면 폐쇄하라고도 촉구했다. 아울러 네트워크는 시가 현재 막바지 정리 중인 제5차 지역에너지계획에 2040년까지의 장기비전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단기(2025년까지) 실행 계획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그래야만 할까? 석탄발전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면서 인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를 초래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주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요구 자체가 불가능한 내용이고 유달리 인천시만을 향한 과한 주장일까? 기후위기를 직시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석탄발전 폐쇄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 스웨덴은 2022년까지, 영국·이탈리아·이스라엘은 2025년까지, 네덜란드·덴마크·스페인·포르투갈은 2030년까지, 독일은 2038년까지 탈석탄의 길을 갈 것이다.

국내 석탄발전소의 절반(60기 중 30)이 위치한 충청남도는 ‘2050년까지의 탈석탄이행을 선언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기후위기비상을 선언한 지자체이기도 하다. 서울은 지역에너지계획에서 2040년까지 2005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 70% 감축을 목표로 세우고 올 초 기후위기비상' 선언을 준비 중에 있다.

급기야는 금융자본도 나섰다. 얼마 전 서울에서는 한국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 DB손해보험이 '탈석탄 금융'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기관은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 회사채 금융 투자에 참여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밝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이하로 제한하려는 인류의 공동 노력을 기관투자자로서 적극 지지하고 동참한다는 뜻에서다.

물론 에너지전환, 석탄발전시설 폐쇄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의 제도와 정책 변화, 지방정부와의 공동보조가 꼭 필요하고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하기에 오히려 지역에서 탈석탄과 에너지전환에 힘을 실음으로써 국가 탈석탄 로드맵을 견인하고 시민 개개인의 인식 전환을 포함한 화석연료 기반 생활방식을 바꿔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 시민참여형 지역에너지계획 작성, 지자체와의 에너지 거버넌스 운영, 도시형 에너지자립마을 조성 등 구체적인 실천들이 놓여 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해 인천시는 2030년까지 37%인 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보다 높은 40% 설정, 정부의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이후 보완, 영흥석탄화력 폐쇄는 중앙정부의 사안임을 들어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은 공식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국내외 조류에도 동조되지 못하거니와 에너지에서 비롯되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공동협력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인천시다. 지역의 에너지문제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그 도시의 지속가능성이며, 주권이고 중앙정부와 대비되는 분권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인천시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거추장스러운 요구로 다룰 일이 아니라 건강한 도시, 인천을 위한 에너지전환, 분권을 완성하는 방향지시등으로 이해해야 한다. 환경·에너지운동단체들을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전히, 그리고 꾸준히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협력·연대를 통해 전면적이며 적극적인 대응을 기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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