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만료 앞둔 인현지하도상가 '적막감 감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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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만료 앞둔 인현지하도상가 '적막감 감돌아'
  • 윤성문 기자
  • 승인 2020.01.15 19:2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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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가다] 주변 상가들 어수선, 상인들 "이제 어떡하나" 하소연

인천 지하도 상가 조례 개정이 표류하면서 계약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15일 중구 인현 지하도 상가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지하도 상가 사이에서 드문드문하게 셔터가 내려간 곳이 보였고, 임대나 매매 문의를 붙여놓은 글귀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상가 상인들은 지하도 상가 조례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고, 한숨과 푸념만이 가득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수선집을 운영 중인 송필남 씨는 ”하루아침에 이곳을 나가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다니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41살에 이곳에 들어와 지금 72살이 됐다. 6년 전부터는 기저귀를 찬 남편의 병수발까지 들고 있다”며 하루 4~5만 원씩 벌면서 몇 년 전 빚을 내서 가게를 샀는데, 이제 거리로 내몰리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상인들은 인현뿐만 아니라 동인천지하도상가 전체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입을 모았다. 바로 옆에 있는 중앙로지하도상가까지 공실이 늘고있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인현지하도상가가 처음 들어설 때부터 장사를 해왔다던 조순옥 씨는 ”동인천 지하도 상가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뒤숭숭하고, 경직돼 있다"며 "대부분의 상인들이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인들은 장사만 하던 사람들이라 조례 이런 것을 모른다”며 “그동안 아무말도 없다가 하루아침에 불법 딱지를 붙이고 내쫓으려는 게 말이 되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시는 2002년 지하상가 관리 운영조례를 제정할 당시 지하상가의 재위탁과 전대를 허용하는 조항을 담았다.

1970년대 초반부터 형성된 지하상가의 기존 임차인들이 기득권 보호를 요구하는 데다 재정부담이 큰 지하상가 보수 비용을 상가 민간관리법인이 부담하는 점 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조례가 상위법을 위배한다는 이유로 행정안전부와 감사원 등은 2007년부터 시에 지하상가 관리 개선을 요구해 왔다.

18년 가까이 지하상가 점포 전대 행위를 묵인한 시는 뒤늦게 상가 임차권 양도·양수·전대를 금지하고, 유예기간을 적시한 개정 조례안을 마련해 시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양도·양수·전대 유예기간을 두고 시와 시의회가 갈등을 빚으면서 조례 개정이 표류하고 있다. 인천시의회가 지난 10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당장 법인 위탁 기간이 다음달 2일까지인 인현 지하도 상가는 어떤 유예기간도 적용받지 못한 채 계약이 종료될 상황이다. 올해 계약이 끝날 부평중앙(4월), 신부평(8월)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20년째 이곳에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최지우 씨는 ”한 달에 두 번 쉬면서 악착같이 일했다. 대부분의 상인들이 이렇게 돈을 벌면서 지금의 상권을 만들었다"며 "이제 와서 쫓아내는 것은 우리에게 죽으라는 소리 밖에 안 된다. 우리는 이곳에 끝까지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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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우 2020-01-17 17:23:41
그냥 죽으라고 하니 죽는수밖에 없는거죠... 개돼지만도 못하니...

김인찬 2020-01-16 11:34:52
기사를 잘보았습니다! 현실을 좀더 가까이에서 취재해주시는 훌륭한 기사이고 기자이시네요! 좀더 많은 곳의 상황을 보시고 취재해주셨으면 합니다! 인천시는 책임을 회피하고 임차인에게 죽어라하는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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