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선거구... 황금 대목에도 계산기만 두들겨
상태바
안개 속 선거구... 황금 대목에도 계산기만 두들겨
  • 윤종환 기자
  • 승인 2020.01.23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선 선거구 획정 평균 D-40일, 올해도 2월말~ 3월초 예상
조정 대상 지역구에 발 들일 예비후보들 셈법 '복잡', 신인은 '울상' 현역은 '프리미엄'

 

총선 출마 예비후보들이 '얼굴알리기'에 가장 좋은 기회인 설 연휴. 그러나 몇몇 예비후보들은 누구를 만나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떤 공약을 고민해야할지 감을 잡기 힘들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1대 총선까지 남은 시간은 83일. 23일 기준 90명의 예비후보자가 등록한 인천에서는 현역 국회의원 13명은 물론 민선 3-6기를 지낸 전임 시장들 모두가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어 여느 총선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이 상황에서 예비후보자들의 셈법을 더욱 복잡하게 하는 요소가 있으니, 이른바 ‘선거구 획정’이다.

선거구의 획정은 출마자들의 당락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출마자 본인의 이해관계는 물론 그 지역 선거인들이 ‘자신이 원하는 이에게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디데이가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선거구 획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매번 반복됐던 ‘고질적인’ 문제로, 정계에서는 이번 총선에서도 선거 전월인 3월 초 혹은 2월 말께나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인천지역에서는 현행법 상 ‘반드시 조정되어야 하는’ 선거구들이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출마자든 아니든, 거물정치인이든 신인이든 마치 안개 속을 걷듯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만 한다.

공직선거법 제25조에 따르면 선거구(지역구)는 선거일 전 15개월에 속하는 달 말일에 조사한 인구를 기준으로 획정된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서 지역구 253석을 현행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내렸기에, 지난해 1월31일을 기준으로 당시 인구 5182만6287명을 지역구 의석수 253석으로 나누면 의원1인당 지역구 평균 인구수는 20만4847명이 된다.

이 평균 인구수를 기준으로 선거구 인구 상하한 범위를 계산하면 최소 13만6565명부터 최대 27만3130명이 나온다. 다만 한국은 상하한 편차범위인 2:1만 지킨다면 상하한 값을 얼마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여야의 협상을 통해 정확한 수치를 정해야하는 절차가 아직 남아있다.

상·하한범위가 결정되면 현재 각 선거구 내 인구수를 이 조건에 부합되도록 조정해야한다. 상한을 초과하면 분구를, 하한에 미달하면 통·폐합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인천에는 20대 총선시기 획정된 선거구와 인구범위를 기준으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 서구 갑, 남동구 을 지역구가 각각 27만9494명, 29만1139명, 27만5461명으로 조정 대상이 된다.

물론 현재 한국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14만541명을 하한선으로, 28만182명을 상한선으로 정하면 인천에서는 구내 ‘동’ 몇 곳만을 조정하는 것으로 해결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대비해 이들 세 곳의 지역구를 중심으로 조정(안)을 짜 보자면 크게 ▲지역구 신설이 되는 경우 ▲신설 없이 조정만 해야하는 경우로 먼저 분류해 볼 수 있겠다.

먼저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지역구 신설, 즉 인천 국회의원 의석수가 1석 증가될 경우(인천in 1월7일 보도)를 보자면 후보지로는 서구 갑을, 부평구 갑을, 남동구 갑을 지역구를 꼽을 수 있다.

정계는 이 중 서구 갑을에 더해 병 지역구 신설을 가장 큰 가능성으로 꼽고 있다. 서구 갑의 가정1동과 청라3동을 분리하면 인구비를 맞출 수는 있으나, 이 경우 두 지역구가 모두 상한선과 가깝게 돼 다음 지선과 총선에서 또다시 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크며 가정1동·청라3동의 정치색 차이로 갈등이 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키 위해 서구 내에서 독자적으로 병 지역구를 신설하면 3개 선거구 내 인구가 평균 17만 명 정도로 문제는 해결되나, 분구가 필요한 중동강화옹진 선거구가 남아 셈이 더욱 복잡해진다. 또 인접한 미추홀구서 출마를 준비하는 신인 후보들 입장에서도 표의 가치가 더 큰 신설구로의 이동을 계산해야한다.

그렇기에 서구 병 지역구가 신설된다면 중동강화옹진 중 인접한 강화군(6만8897명), 옹진군(2만1081명), 동구(6만8897명) 중 한 개 군·구를 통합해야한다. 가장 쉬운 시나리오는 지난 16-17대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로 묶인 강화군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 경우 중동옹진군은 약 21만 명, 서구 3개 지역구도 평균 20만 명 근처로 비례를 이룰 수 있다.

다만 ‘도시’적 정체성이 강한 서구와 ‘관광지’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그리고 보수 성향이 우세한 강화와 용호상박이지만 최근 젊은층의 유입으로 진보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서구와의 결합을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또 같은 선거구로 묶였다한들 인구수 비율의 대다수가 서구 주민이란 사실은 강화군의 정치적 소외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출마가 유력시 되는 안상수 의원의 경우 지난 총선에서 중구동구옹진군 모두에서 한국당 소속 배준영 후보에게 패했고 강화군민들의 열렬한 지지 덕에 당선됐던 바, 안 의원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사가 강화를 따라 신설구에 후보등록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동구를 통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보수층이 많은 동구와의 성향차이로 출마 후보의 셈이 복잡해질 수 있다. 반면 가령 유정복 전 인천시장 등 정계로 복귀하는 거물 후보에게 신설 선거구는 지역위원의 공천 자리를 빼앗는다는 비판 없이 출마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겠다.

남동구 갑을 지역은 구내 14동을 쪼개면 인구비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역구는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구월2동·간석2동이 갑→을로 이동한 바가 있다. 인접한 부평 갑과의 통합으로 부평 병 혹은 남동구 병을 신설할 수도 있겠으나, 어떤 비율로 통합이 되든 지역간 이질성으로 공약 선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선거구 내 동 이동만으로 조정이 이뤄지는 경우 중동강화옹진을 제외하면 모두 자체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다만 인구 증가가 계속되고 있는 인천이기에 이러한 방식은 ‘한 치 앞만 본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구동구옹진군은 동구를 분리해 인접한 미추홀구 갑에 편입시키면 선거인구 약 26만 명, 정치색도 비슷해 문제는 일단락된다. 대신 미추홀구 을은 갑으로부터 동 2-3곳을 인도받으면 균형이 맞는다.

남동구 을은 갑에 구월2동·간석2동을 다시 포함시킬 것으로 전망되나 이 두 곳의 정치색이 다소 달라 갈등이 예상된다. 서구 또한 조정될 것이라 예상되는 가정1동과 청라3동이 정치색이 달라, 어느 동이 조정의 대상이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선거구 획정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은 없다. 후보들간의, 정당간의 협의와 정치력에 의해 좌우되는 요소가 선거구 획정이기에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설 명절 특수라는 좋은 기회 앞에서 아직 등록하지 않은 예비후보들은 발만 동동 굴려야하는 상황이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특히 정치 신인들에게 얼굴을 알릴 기회가 적어지는 것을 뜻한다. 지역에서 보다 많은 일들을 해 온, 현역 의원들에게 유리해지는 것이다.

역대 총선에서 17대는 37일, 18대는 47일, 19대는 44일, 20대는 42일을 앞두고 선거구가 획정됐다. 이러하니 신인 후보들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역 프리미엄’에 맞서야 할 상황이 됐다고 하겠다.

 

금주의 인천 예비후보 등록 현황 (1.20~1.23)

20일 신보라 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미추홀구 갑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이곳은 같은 당 홍일표 후보의 지역구로 현재 홍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의 혐으로 재판에 넘겨져 2심서 실형을 구형받았다. 홍 의원은 앞서 1심 재판에서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아 정치자금법에 의거해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해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천과 별다른 연고가 없었던 신 의원이 홍 의원의 빈자리를 노려 인천을 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약 홍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해 21대 총선에 나서지 못한다면 신 의원은 같은 당 이중효 예비후보와 경선을 거쳐 민주당 허종식 예비후보와 격돌하게 될 전망이다.

연수구 갑 선거구에는 김진용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과 이중재 전 인천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20일 한국당 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들 두 후보는 앞서 같은당 소속으로 등록한 제갈원영 전 7대 인천시의회 의장과 이재호 전 인천 연수구청장과의 경선을 거칠 예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