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희망의 닻을 올려라"
상태바
"평화와 희망의 닻을 올려라"
  • 이병기
  • 승인 2011.04.12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해5도 평화풍어기원제 연평도서 열려


평화풍어 선포식에 나선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단과 연평주민대표

취재: 이병기 기자

"우발적 전쟁 참화를 불러올 수 있는 긴장고조는 중단돼야 합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창구를 마련해 평화적 방식으로 서해5도와 인천 앞바다의 영구적 평화를 위한 노력에 나서야 합니다." - 평화풍어기원제 평화선언문 中

인천 앞바다의 평화를 기원하기 위한 서해5도 평화풍어기원제가 11일 옹진군 연평도에서 열렸다.

인천 4대종단 대표단을 비롯해 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시민 등 총 311명이 참석한 이번 풍어기원제는 오전 8시 연안부두에서 출발해 연평도에서 평화풍어제와 평화풍어 선포식, 평화풍어 기원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오후 5시30분께 다시 연안 여객터미널에 도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정희 인천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평화선언문에서 "남북분단 이후 서해 해상은 긴장과 충돌의 연속으로 불안정한 지역으로 인식돼 왔다"면서 "작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사건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이러한 대치국면을 잘 나타내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과 북이 지속적으로 갈등할 때마다 서해5도와 연평도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으며, 이로 인해 원망과 증오가 커져 충돌의 가능성은 높아질 수 있다"면서 "마음이 아픈 일은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면 이 땅의 젊은이들의 죽음과 이유 없이 피해를 당하는 민간인들이 발생한다는 것이고, 이는 곧 우리 모두의 아픔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남과 북이 대립에서 벗어나 무력이 아닌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면서 "대결구도에서 평화를 모색하는 방법으로의 전환을 우리 국민은 물론 인천시민들은 소망한다"라고 당부했다.


참가자들을 환영나온 연평도 학생들

연평도 풍어제는 조선 16대왕 인조시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임경업 장군이 청나라를 치고자 연평도를 통과할 때 선원들의 식수와 부식을 얻기 위해 연평도에 정박했다고 한다.

임경업 장군은 연평도 앞바다에 있는 당섬과 모이도 사이 물골에(안목) 가시나무를 꽂게 했는데 간조시 가보니 조기가 하얗게 걸렸다고 한다. 이때부터 연평도에서는 처음으로 조기잡이가 시작됐으며, 한때는 5월 조기철에 1500척 이상의 어선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조기 대신 꽃게 어장이 형성돼 있다.

연평도 주민들은 임경업 장군의 선견지명을 칭송해 사당을 짓고 장군의 영정을 모셨다. 주민들은 매년 음력으로 1월15일을 전후해 풍어를 기원하는 제사를 지내고 있다.

이정희 회장은 "풍어제는 개인은 물론 연평도와 서해5도의 안녕, 그리고 우리 국가의 번영을 염원하고 있다"면서 "이번 서해5도 평화풍어기원제는 이런 염원을 모아 노래와 춤, 퍼포먼스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평화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서해5도 평화풍어기원제 추진위원회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의 간절한 소망을 범종교적으로 승화시켜 평화의 바다, 평화의 섬 연평도에서 평화선언을 하고자 한다"라고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평화선언문에서는 ▲고착된 적대적 관계를 풀기 위해 대결 상태를 중지하고, 서로 이해하고 포용하는 상호존중의 자세를 갖고 충돌 가능성을 줄여야 할 것 ▲남과 북은 협력을 통해 남북 간 무력충돌 가능성이 있는 서해5도 인근 남북접경지역을 평화로운 상생의 지역을 만들 것 등을 촉구했다.

당략에 따라 나눠진 풍어제, 주민들은 섭섭하다

오전 10시 30분께 연평도 선착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마을까지 도보행진을 하면서 소원줄에 배에서 적은 평화메시지를 매는 것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이후 임경업 장군 영정이 모셔진 충민사에서 평화풍어제를 지내고 아직 참화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마을을 둘러봤다.

유리창이 파손된 집들은 교체를 했지만, 포탄에 맞아 전소되거나 파손된 집들은 정부와 보상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방치된 모습이다. 마을을 한바퀴 둘러본 시민들은 연평운동장에서 연평주민들이 마련한 점심식사를 하고 오후 본행사를 준비했다.

오후 1시부터 진행된 평화풍어 선포식에서는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4대 종단의 평화염원의식과 유주희 무용단의 서해5도 진혼제, 박준영 국악단과 잔치마당예술단의 연평아리랑 평화풍어 음악회가 이어졌다.

이어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단 7인은 무대 앞에서 평화선언문을 낭독하고 주민대표들에게 선언문을 전달했다. 선포식 이후 참가자들은 '서해5도 평화풍어대행진' 현수막을 들고 선착장까지 평화 행진을 진행했다.


충민사에서 열린 평화풍어제

약 30분을 걸어 선착장에 도착한 시민들은 띄배를 보내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연평면사무소의 주민 동원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연평도 주민들 중 다수가 공공근로에 참여하고 있는데, 보통 업무 시작인 오전 9시께 실시하는 출석체크를 참가자들이 도착하는 10시30분으로 늦춰 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과정에서 안병배 시의원과 연평면장 사이에 약간의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인천지역에서 유일하게 한나라당이 단체장으로 있는 옹진군과 인천시, 행사 추진위와의 갈등은 행사 전 참가자 뱃삯 지원 여부부터 논란을 빚었다.

한 주민은 "행사가 민주당에서 많이 참석하다 보니 한나라당 사람들은 오지도 않고, 군수도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주민 입장에서는 평화를 기원하는 풍어제가 당략에 따라 나눠져 섭섭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수 고향인 백령도에는 꽤 많이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평도에는 포격 이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면서 "내일이나 모레 온다는 것 같은데, 풍어제가 끝난 마당에 와서 뭘 하겠냐"라고 덧붙였다.



아직도 연평도 곳곳에는 화마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서해5도 진혼제


평화풍어 대행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