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밭에 박힌 다이아몬드, 작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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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밭에 박힌 다이아몬드, 작전동
  • 유광식
  • 승인 2020.02.07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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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작전2동 일대 / 유광식 시각예술 작가

 

어느 주택 단지(한 건물이지만 세대별로 출입문과 창 위치가 제각각이다.), 2019ⓒ유광식
어느 주택 단지(한 건물이지만 세대별로 출입문과 창 위치가 제각각이다.), 2019ⓒ유광식

 

연일 뉴스에 초점이 맞춰진다.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행 아닌 동선에 우려를 표하며 안절부절못하는 날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마스크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기발(?)한 마스크 제작법도 소개되고 있다. ‘손 씻기’는 이제 어른이 아이에게 채근할 이야기가 아닌 전 국민의 기초운동이 되었다. 아니 작전이 되었다. 

 

재개발 지구 내 정원아파트 정원에 남은 정원수 한 그루와 텅 빈 주차장, 2019ⓒ유광식
재개발 지구 내 정원아파트 정원에 남은 정원수 한 그루와 텅 빈 주차장, 2019ⓒ유광식

 

옛 인천 북구에서 분구한(1995.3.1.) 곳으로는 부평구(남쪽)와 계양구(북쪽)가 있다. 둘 사이로 경인고속도로가 냉정하게 가운데를 가르고 있다. 계양산(395m)이 으뜸인 가운데, 부평구에서 고속도로를 횡단하자마자 작전동이 펼쳐진다. 산 아래 작은 마을이었을 곳에는 복개천의 흔적과 다닥다닥 붙은 또 하나의 삶이 존재한다. 이전에 작전역 부근은 언제나 차량이 많아 복잡한 곳이라고 여겼다. 지금이야 도로도 확장되고 잘 정비되어 있지만, 편리함과 복잡함은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는 듯 한쪽으로 기울지는 않는 것 같다. 작전역 지하 통로는 벤치가 타 정거장보다 많이 설치된 점이 이색적이었고, 오래된 역사를 지닌 만큼 시간의 향기가 폴폴 났다.

 

삼천리3차아파트 단지의 상가 건물(하나의 합일처럼 요새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2019ⓒ유광식
삼천리3차아파트 단지의 상가 건물(하나의 합일처럼 요새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2019ⓒ유광식

 

7번 출구로 나오니 야트막한 산기슭을 따라 줄 선 양옥과 빌라, 맨션, 5층 아파트 집에는 사람들이 없다. 슬그머니 햇볕이 스민 터 좋은 남향이지만 개발(계양1구역) 여파로 이미 집을 비운 상태라 낮에도 조금은 을씨년스럽다. 이사에 따라가지 못한 물건과 두 팔 벌린 나무, 목소리 우렁찬 까치는 눈치도 없이 좋다며 광합성 중이었다. 철거 위기의 공간들을 살피다 보니 집 자체도 이제는 ‘기념비’로 보인다. 특히 아파트는 호수만큼의 별을 품은 우주의 성단 같다. 비워진 공간을 보증(?)하는 ‘X’ 표시는 좀 더 예쁘게 써 놓으면 안 되나 싶고, 산기슭에 눕힌 ‘마을’이라는 돌침대(빈집의 집합)는 이제 사람이 빠져나가 가벼울 것 같으면서도 그 육중함은 전혀 상쇄되지 않은 채 더 무겁게만 보였다.

 

재개발 지구인 산기슭의 주택가 골목 경사면에서, 2019ⓒ유광식
재개발 지구인 산기슭의 주택가 골목 경사면에서, 2019ⓒ유광식
주택 명에도 우주가 녹아 있다. 2019ⓒ유광식
주택 명에도 우주가 녹아 있다. 2019ⓒ유광식

 

4~50년 된 주택들이 무너지는 현장 바로 옆으로는 흙으로 쌓은 집이 몇 백 년 버티고 있었는데, 영신공원 안 영신군 이이묘(永新君李怡墓)다. 거친 주변 상황과 너무도 판이한 분위기인 공원은 그 둘레로 소나무 군락이 무성하게 자리하여 포근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철거국면이지만 선조들은 편안하고 이 시대 현대인들만 이합집산(離合集散)이다. 공원 옆길로 쭉 오르면 경인교대 정문이 나온다. 

 

얼핏 리모델링 공사로 보이지만 철거를 앞 둔 비계 설치(그 뒤로 영신군 이이와 가족의 묘가 있는 영신공원이다.), 2019ⓒ유광식
얼핏 리모델링 공사로 보이지만 철거를 앞 둔 비계 설치(그 뒤로 영신군 이이와 가족의 묘가 있는 영신공원이다.), 2019ⓒ유광식

 

계양대로 건너편의 작전2동 행정복지센터 쪽에는 시장이 자리한다. 오가는 사람이 많다. 시대상을 고스란히 간직한 주택과 상가가 둘레를 쳤고, 평지 같지만 야트막한 언덕길에서는 바람도 분다. 매연과 섞여 안기는 그런 바람이 아닌 산들바람 같은 것 말이다. 이내 잠시지만 반갑다. 아무래도 근처 계양산 자락에서 외출 나온 그 바람이 아닌가 싶다. 오가는 학생과 시장의 상인, 행인 모두 어떤 이유이든 간에 나타났다 빠르게 사라졌다.   

 

작전시장 거리와 오가는 사람들(기존의 간판 아래 일괄 통일한 간판이 자리한다.), 2019ⓒ유광식
작전시장 거리와 오가는 사람들(기존의 간판 아래 일괄 통일한 간판이 자리한다.), 2019ⓒ유광식

 

어떤 작전명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천금(천금연립) 같은 시간을 쪼개어 백조(백조아파트)에게 물어도 보고 태양(태양주택)에게 굽신거려 보아도 잘살아가는 방법은 오리무중이다. 꾸준히 움직이면 이루어지는 것이렷다. 농부의 발소리와 오리의 발길질로 쌀알이 건강히 자라나기도 하니 말이다. 공기 중으로 아주머니들은 “밥 잘 먹어. 그게 최고야“라는 덕담으로 캐치볼 놀이를 하고 있었다. 작전역 주변도 센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머지않아 산기슭에 높다란 아파트가 들어서면 그만큼의 그늘도 예상이 된다. 그에 앞서 한겨울 그늘 격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된서리 맞지 않도록 이번 고비를 잘 넘겨야 하겠다. 우리 모두는 지금 작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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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2020-02-07 22:08:41
나무 한그루가 파수꾼처럼 기억들을 추억들을 머금고 있는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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