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개의 문화 오아시스'는 그냥 해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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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개의 문화 오아시스'는 그냥 해본 말?
  • 김영빈 기자
  • 승인 2020.02.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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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문화시설 1,000개 확보 목표로 2018년부터 사업 시작
1년 예산 6억~8억원, 1천만원정도 씩 지원 끝내고 매년 새로 공모

민간이 운영하는 작은 문화공간이나 공공시설의 유휴공간을 생활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인천시의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이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17년 말 499개에 그친 인천지역의 문화시설을 오는 2022년까지 1,000개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2018년부터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을 시작했지만 예산은 줄고 매년 지원 대상을 새로 공모하는 방식이어서 ‘천개’는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문화예술계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는 18일 ‘2020년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조성 지원사업 공고’를 냈다.

올해 예산 6억원으로 45곳 안팎을 선정해 최대 1,500만원(생활문화 공간)~1,300만원(전문예술 공간과 상업시설 공간)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신청대상은 문화공간을 보유 또는 운영하고 있거나 공공기관의 유휴공간(지하철 역사, 지하보도, 공공청사 등)의 사용허가를 받아 문화공간으로 운영할 민간단체 및 개인이다.

시는 3월 4~5일 신청을 접수하고 심사를 거쳐 사업 참여자를 선정해 4~12월 사업을 실행한 뒤 내년 1월 15일까지 결과를 보고받고 정산한다.

이러한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은 재정 투입을 통한 문화 인프라 확충에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민간의 문화공간 등을 활용해 작은 문화시설의 자생력을 키우면서 생활문화 동아리 등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첫 해인 2018년 8억원(추경에서 7억1,000만원으로 감액)의 예산을 편성하고 57곳을 선정해 지원한 뒤 지난해에는 예산이 6억원으로 줄어든 가운데 73곳을 선정해 지원함으로써 1곳당 평균 지원액이 약 1,250만원에서 820만원으로 뚝 떨어져 ‘푼 돈 나눠주기’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시는 시의회 등의 지적에 따라 올해에는 6억원의 예산으로 45곳 가량을 선정해 1곳당 평균 1,3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처럼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은 당초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채 일부 문화시설에 시민 대상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원하는데 그쳐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문화예술계의 지적이다.

지역의 문화시설을 ‘천개’로 늘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손쉽게 문화예술을 즐기고 동아리 활동 등에 참여하려면 선정된 문화공간은 자격에 미달하거나 스스로 사업에서 빠지는 경우가 아니면 일정기간 지속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을 채택해야 매년 새로 선정되는 곳을 합쳐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늘어난다는 주장인데 관건은 예산 확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문화예술인은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이 매년 지원 대상을 새로 공모하는 방식을 유지하면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은 매년 수십개가 늘어나는데 그치는 결과를 반복할 뿐이어서 ‘천개’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 되고 말 것”이라며 “시가 진정성이 있다면 5년이든 10년이든 자격조건을 유지하면 지속 지원하면서 매년 추가 선정해야 문화공간이 누적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화공간 500곳을 선정하고 1곳당 평균 1,200만원을 지원한다고 가정할 때 필요한 예산은 60억원으로 올해 약 11조원인 시의 예산규모를 감안할 때 감당 못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결국은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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