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칼럼] 첫눈이 흐지부지 내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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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첫눈이 흐지부지 내렸는데
  • 박병상
  • 승인 2020.02.2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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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상 / 인천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송도신도시 다리 아래 제설차. 올겨울 한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피하에 지방이 많은 편이라 그런지, 여름보다 겨울이 편한 편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땀 줄줄 흐르게 하는 불볕더위보다 두툼한 외투 입어도 몸을 떨게 만드는 맹추위를 잘 견디는데, 올겨울은 추위를 전하지 않았다.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따뜻해지는 요즘, 밖에 아무리 쌀쌀해도 겨울을 느끼지 못하는 게 일상인데, 올겨울은 밖에서 추울 일도 거의 없었다. 미세먼지가 가끔 기승을 부려 귀찮았던 올겨울, 개구리도 혼란스러웠는데, 생태계는 괜찮을까?

 

모처럼 눈이 내렸다. 저녁 무렵의 빗물이 마르기 전부터 펑펑 내리더니 간밤이 꽤 추웠나? 아침에 베란다에 나오니 밖이 하얗다. 아스팔트는 검지만, 놀이터와 공원에 눈이 쌓였다. 낮에 영하를 유지한다고 예보했으니 쌓인 눈이 온종일 남으려나? 두툼한 패딩으로 감싼 꼬마가 엄마 손을 잡고 공원으로 나가는데, 아이들이 놀기에 충분히 쌓인 건 아니다.

일기예보는 마지막 추위라던데, 공원에 고인 빗물이 얼어붙었다. 한 달 전 경기도 어느 계곡에 북한산개구리가 낳은 알은 이 시간 얼어붙은 건 아닐까? 며칠 전 뉴스는 계곡에 낳은 도롱뇽 알을 보여주었는데, 이 추위를 견디고 부화하려나? 경칩은 아직 보름 정도 남았다. 올해 북방산개구리는 경칩보다 한 달이나 먼저 알을 낳았다. 얼어붙지 않았다면 서둘러 부화한 올챙이들은 무얼 먹고 성장해야 하나? 그때 계곡에 먹이가 충분해야 한다. 겨울이 춥지 않으면 여름에 해충이 들끓는다던데, 그때 개구리가 많아야 들판이 풍요로울 수 있겠지.

 

송도신도시를 잇는 다리의 아래, 연수구의 제설차가 주차돼 있다. 올겨울 한 번도 움직이지 못했다. 이번 눈이 아스팔트에 쌓이지 않았으니 움직일 구실을 찾지 못한다. 마지막 추위가 속절없이 지나가는데, 제설차 주변 녹지에 딱새 두 마리가 날아왔다. 암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바쁜데, 벌써 번식을 준비하는 걸까? 지금은 알을 낳을 때가 아닌데, 새끼들이 부쩍부쩍 자랄 때 먹일 곤충이 많아야 할 텐데, 걱정이다.

최악의 호주 산불이 6개월 만에 진화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폭우 덕분이라는데, 거대한 산불 뒤에 폭우는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반년 이상 계속된 산불로 호주는 10억 마리가 넘는 지역의 귀한 동물들이 죽고 말았다. 상처받은 호주 생태계는 조금씩 회복되겠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면 기상이변은 일상화될 수 있다. 산불만이 아니고 호주에서 그치는 것도 아니다. 오랜 동토의 땅,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한대림이 지난 여름 산불에 휩싸였다. 올여름은 조용히 지나갈까? 동토가 녹자 메탄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세계가 미국인 평균의 삶을 살아가려면 지구가 6개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은 어느 정도일까? 3개 반이란다. 호주처럼 살아가려면 7개 반이 필요하다는데, 호주 사람이 미국인보다 더 풍요롭게 산다는 의미는 아니다. 강수량이 적어 사막이 많은 호주에서 현대문명이 제공하는 편의를 누리며 살아가려면 미국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의미일 텐데, 호주는 세계 최대의 석탄 수출국 중의 하나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무관하지 않은데, 우리 석탄화력발전소도 호주에 크게 의존한다.

 

거대자본이 제공하는 현대문명의 편의는 무한하다. 물론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해야 허락되는데, 현대문명은 생태계의 다양성 보전에 철두철미하게 역행한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다양성을 잃은 생태계는 인류가 지향하는 속도에 맥을 추지 못한다. 전국, 아니 세계가 일일생활권이 된 이후 전에 없던 질병이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단일 품종의 농작물을 드넓게 심은 농토는 질병에 매우 약한데, 그건 사스와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19에 맥 못 추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충격을 완화하는 다양성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는 보건당국의 헌신으로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다시 새롭게 제2, 3으로 바뀔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충력을 잃은 회색도시에 창궐한다면 메르스와 사스처럼 이겨낼 수 있을까? 자본과 에너지와 인력을 총동원하는 과학기술이 현대문명을 언제나 지켜줄까? 북극의 빙하만 줄어드는 게 아니다. 한반도 크기의 남극의 빙하가 녹아들며 기상이변은 세계 곳곳을 위협하는데, 무너진 생태계 위에 지은 현대문명은 언제까지 온전할까? 흐지부지 내린 겨울눈이 하루 만에 사라진 요즘, 우리는 어떤 내일을 준비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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